정진택 사장과 공동 대표 체제 구축 재무구조 개선·흑자 전환 과제 산적 잔여 드릴십 매각·업황 개선 긍정적 러시아 프로젝트 등 리스크 부담 여전
부진한 실적 흐름에도 잔여 드릴십(원유시추선) 매각, 해양플랜트 업황 회복세 등 수익성 개선 여력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다만 러시아 발주 프로젝트와 드릴십 리스크가 잔존하는 만큼 이익개선 속도는 더디게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 7일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을 삼성중공업 대표이사(Co-CEO) 부회장으로 승진 내정하는 2023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로 삼성중공업은 최 부회장과 기존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된다. 앞으로 최 부회장은 신사업 발굴에 주력하고, 정 사장은 조선·해양부문을 총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회사 측은 "최 부회장은 지난 5년간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를 맡아 끊임없는 혁신활동을 통해 성장을 이끌어왔다. 정 사장과 함께 삼성중공업을 맡아 사업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960년생인 최 부회장은 설계와 사업 분야 경험이 풍부한 플랜트 전문가다. 그는 1989년 삼성엔지니어링 화공사업팀으로 입사해 정유사업본부 PM, 조달본부장, 플랜트사업1본부장 등을 지냈으며, 2017년부터 대표이사직을 수행해왔다.
무엇보다 임기 동안 코로나19, 저유가 여파로 국내외 건설업종 사업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흑자 기조를 이어간 주역으로 평가 받는다. 최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취임 이후 재무구조 개선과 동시에 플랜트 사업 부문 내실 다지기에 힘을 쏟았다.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 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로 올 3분기에도 컨센서스(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거뒀다. 이러한 경영 능력을 인정 받아 적자 늪에 빠진 삼성중공업을 살릴 구원투수로 나섰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삼성중공업은 2017년 4분기 이후 20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연결 기준으로 올해 3분기 167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작년 동기(-1102억원)와 비교하면 적자 폭이 늘었으나, 누적 기준으로 손실 규모를 줄인 것은 위안거리다. 3분기 매출은 1조40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공정 지연에 따른 매출 감소, 임급 협상 타결 소급분 지급 등 여러 일회성 요인들이 실적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공정진행 물량이 대부분 저선가 잔고임에 따라 채산성 개선이 어렵고, 매출 회복 지연에 따른 고정비 부담과 잦은 비경상손실도 손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3분기에는 2022년분 임금협상 타결에 따른 소급분 반영(700억원), 해양프로젝트 인도과정에서 발생한 추가비용 인식(100억원)으로 손실이 컸고, 환헷지 비중을 높게 관리하고 있어 환율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도 크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프로젝트와 드릴십에 대한 리스크도 안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척(총 수주액 51억달러)의 러시아선주 관련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20척 모두 동일 선주 발주 물량으로, 야드 육상부지에서 건조되는 블럭 및 기자재 공급계약이다. 김 연구원은 "현재 프로젝트의 미수령대금(3억달러) 대비 기수취 선수금(8억달러)의 규모가 커 미회수채권 발생 우려는 낮은 수준이나, 선주사의 대금 미지급 등에 따른 계약 취소 시 수주잔고가 다소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운전자금 부담이 확대되는 점도 골칫거리다. 삼성중공업의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2조1238억원이다. 전분기(9047억원)보다 1조219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중공업은 그간 재정적 부담이 컸던 드릴십 매각 작업을 순조롭게 이어가며 경영 정상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전문 시추선사인 사이펨에 드릴십 1척을 2991억원에 매각하면서 추가 유동성을 확충하게 됐다. 드릴십은 감가상각비, 유지보수비 등을 갉아 먹으며 수익성 악화 주범으로 꼽힌다. 올 초 정진택 사장도 악성 재고인 잔여 드릴십 매각 작업을 주요 추진 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최 부회장의 합류로 경영 정상화 작업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수주 호황으로 일감을 쌓아 놓은 데다 해양플랜트 시장 회복세도 이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국내 조선소사의 해양플랜트 수주는 2007년 100억달러를 넘어선 뒤 2012년과 2013년 200억달러를 넘어서는 초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유가의 하락과 대규모 공사손실 충당금 등의 발생으로 2015년부터 수주는 급감했다. 지난해는 40억달러 수주로 발주가 회복됐으며, 시장 전문가들은 FLNG(부유식천연가스생산설비) 등을 중심으로 내년 프로젝트 발주가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말부터 해양플랜트 수주가 기대된다. 안정적인 상선 수주와 해양플랜트 수주 재개로 내년에도 수주 잔고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내년에는 FLNG 수주가 기대되며, 천연가스 생산처 다각화를 통한 안정적인 천연가스 확보가 국가별 에너지 안보 강화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부터 건조량 증가로 고정비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라며 "경쟁사와 달리 적극적인 환헷지 정책으로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는 제한적이나 선가가 오른 컨테이너선, LNG선이 내년 건조가 시작되면서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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