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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건폭 바로 잡으려면 '빨리빨리 주먹구구' 문화부터 없애야

오피니언 기자수첩

건폭 바로 잡으려면 '빨리빨리 주먹구구' 문화부터 없애야

등록 2023.02.24 15:42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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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에서 일명 '건폭(건설 현장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노동조합이 뒷돈에 해당하는 '월례비'나 노조 전임비를 요구하던 행태를 바로잡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현장에선 노조의 횡포가 극에 달했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월례비 등을 주지 않으면 중장비로 현장을 점거하거나 진입로를 막아서 공사를 방해하거나 일부러 작업 속도를 늦추는 '태업'을 일삼는 등 문제가 많았다. 현장의 각종 문제를 신고해서 현장을 마비시키기도 했다.

노조 간 기득권 다툼도 문제다. 현장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노총2노조 등 난립하는 노조가 자신들의 몫을 요구하면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노조는 월례비 같은 뒷돈이 '불법행위'를 눈감는 대가였다고 맞서고 있지만 업계에선 노조가 주장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는 입장이다. 건설 현장은 변수가 많아 모든 것을 규정대로 처리하기 어려운데 노조가 이를 알면서도 사소한 규정이나 수칙 위반사례를 트집삼아서 약점을 잡고 협박을 한다는 설명이다.

가령 주당 52시간 근로 준수 규정을 보면 현장에서 일주일 동안 비나 눈이 내리는 등 기상이 악화돼 작업을 못한 경우가 생긴다. 이 때 현장에선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그 다음 주에 작업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이를 노조에서 근로시간준수 위반으로 신고한다는 것.

외부에서 봐도 노조의 횡포가 심각하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가 '건폭' 발언 후 37%로 상승한 것을 보면 국민들이 노조에 가지고 있는 인식이 어떤지를 알 수 있다. 실제로 국정지지도 긍정 평가 이유에서도 '노조 대응'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분명히 건설업계의 현장관리 방법을 개선해야할 필요도 있다. 중대재해특별법을 도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가 여전히 많은 것을 보면 무리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령 타워크레인으로 자재를 옮길 땐 하부에서 다른 작업을 해서는 안 되는데 현장에선 작업속도를 높이기 위해 작업을 지시하는 경우가 많다. 노조에서도 무리한 작업지시를 눈 감고 속도를 높이는 대신 월례비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현장에서 규정대로 지시하고 작업했다면 수당 외에 돈을 요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당장 노조를 눌러서 문제를 감춘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공사기간을 짧게 잡고 무리하게 작업을 서두르는 '빨리빨리 주먹구구 문화'를 없애지 않으면 노조가 뒷돈을 요구하는 일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빨리빨리 문화로 인한 관행은 최근 정부까지 나서서 수주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해외 건설시장 진출을 위해서라도 없어져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중동국가에선 철저하게 계약 내용을 따진다. 이를 핑계 삼아서 공사비 지급을 미루는 경우도 많다. 중동지역에서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다. 이 때 필요한 것은 '빨리빨리 주먹구구'가 아니라 철저한 근거자료 정리와 규정과 계약에 따라 시공하는 자세다.

국민들도 노조의 불법을 막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 다만 이번 기회에 업계에 뿌리 깊게 이어져 온 문제를 '발본색원'(拔本塞源)해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 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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