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취임 전 약속한 도시정비 관련 규제 완화 대부분 이해35층 층고 제한 폐지·주거지역 용적률 상향·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지지부진했던 재건축사업 속도전 돌입···기대감에 급매물 사라져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의 사업 속도가 상당히 빨라지고 있다. 올 초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각종 제약들을 제거한 영향이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은 그간 일률적으로 적용됐던 주거용 건물의 35층 높이 제한을 삭제했다. 정비사업 등 별도의 도시관리계획을 수립하면 제2종일반주거지역의 7층 이하 높이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서울시는 지침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좀 더 적극적으로 도시정비 사업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2021년 각종 심의‧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한 신통기획을 도입한 것이 그 시작이다. 지난달부턴 주민들이 마련한 정비계획안을 서울시가 자문을 통해 보완·지원하는 자문방식(Fast-Track)도 추가했다. 최근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통해 한강변 아파트의 15층 높이제한 규제도 폐지할 방침을 밝혔다.
정책의 호응도도 높았다.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은 1차 후보지 모집에서 52곳이 신청해 21개 단지가 선정됐다. 2차에서도 25개 후보지가 선정됐다. 재건축 단지도 약 20곳이 선정됐거나 기획을 준비 중이다. 모아타운은 강북구 번동과 중랑구 면목동을 비롯해 65개소가 대상지로 선정됐다. 모아타운은 신청지가 많아지자 2025년 6월 말까지 수시 신청으로 전환해 더 많은 단지를 선정하기로 했다.
곳곳에서 사업이 추진되면서 서울시의 관련 행정조직도 강화했다. 주택정책실 내에 11개과 60여개의 팀이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모아주택‧상생주택 등 각 분야를 전담해 사업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엔 도시계획 규제와 제도 개선 방안을 찾고 관련 해결책을 모색하는 도시계획혁신팀도 신설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의 이러한 정책방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신통기획, 모아타운 등은 모두 오세훈 시장의 공약(公約)에 있던 내용들이다. 업계관계자는 "오세훈 시장이 지난해 선거 전후로 내세웠던 도시정비 관련된 대부분의 규제완화가 실행됐고 각종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이대로 간다면 재개발·재건축으로 최소 50만가구 공급하겠다던 오 시장의 말을 실현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시장의 도시정비 관련 규제완화는 올해 초 정부가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구조안전성 부문의 비중을 기존 50%에서 30%로 낮추고 안전진단 통과점수 하한을 내리기로 하면서 그간 안전진단 단계에서 좌절했던 단지들이 속속 재건축 판정을 받고 있다.
이전에 조건부재건축 판정을 받았던 단지들도 재건축을 확정했다. 양천구 목동아파트 1·2·4·8·13단지와 송파구 올림픽선수촌, 도봉구 학신동아1단지와 창동상아1차 영등포구 신길우성1차 등이 재건축을 확정했다.
업계에선 각종 심의의 문턱도 상당히 낮아졌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경기가 하락하면서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적어지자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심의를 진행한 영향이다. 그 결과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대치미도 아파트를 비롯해 여의도 시범아파트, 양천구 목동 일대, 개포주공5단지, 잠실우성4차 등이 심의를 통과했다.
그간 발이 묶였던 강남구와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의 재건축 시계가 돌아가면서 건설사들도 시공권 확보를 위해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특히 서울시가 조례개정을 통해 올해 하반기부터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 직후로 앞당기기로 해 더욱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실제로 강남과 여의도 일대 주요 단지의 추진위원회와 조합사무실엔 건설사 직원들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물밑 민심을 살피고 있다. 지난달 추진위원회를 설립한 '여의도 대교'에는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포스코건설·GS건설·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 등 10대 건설사 대부분이 축하 현수막을 걸어놓았다.
업계관계자는 "최근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으로 수주활동이 위축됐던 건설사들이 올 하반기부터 쏟아질 재건축‧재개발 시공권을 두고 다시 불타오르는 모양새"라면서 "하반기에만 40조원이 넘는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매수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특히 준공 30년이 넘은데다 서울 내에선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노원‧도봉 일대에서 거래가 많이 발생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월별 매매 거래량에 따르면 노원구는 1월 133건, 2월 92건이 거래되면서 지난해 12월(57건)과 대비 거래량이 3.9배 늘었다. 도봉구도 1월과 2월 각각 67건과 49건으로 작년 12월(19건)에 비해 6.1배 증가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를 위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다만 매수자들도 급매 위주로 매물을 찾으면서 거래 자체는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상황"이라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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