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SM 경영권 인수 중단···플랫폼 협업으로 '마무리'여론전 및 주식 확보 위한 경쟁, 진흙탕 싸움 비판받기도대외 환경 악화되면서 부담 확대, 양사 '승자의 저주' 우려
카카오가 SM 경영권을 쥐는 대신 하이브는 플랫폼 관련 협업을 하기로 12일 합의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영권 분쟁이 1조원대 '쩐의 전쟁'으로 비화되자 출혈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를 비롯한 SM 경영진이 이수만 총괄 PD에 대해 반격의 깃발을 들면서 시잔된 인수전은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숨 가쁘게 진행됐다.
지난달 3일 현 경영진은 향후 경영 전략인 'SM 3.0'을 발표했다. 'SM 3.O'은 이수만의 단일 총괄 프로듀서 체계에서 벗어나 멀티제작센터와 레이블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후 2월 7일 SM엔터 이사회는 카카오에 제3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이를 통해 카카오는 SM엔터 지분 약 9.05%를 확보해 이수만에 이어 2대 주주로 등장했다.
그러자 다음날인 2월 8일, 이수만 대주주는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하이브와의 물밑 접촉을 통해 자신의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전격적으로 방시혁 의장에게 넘겼다. 하이브는 이수만과의 계약과 동시에 주당 12만원에 25%의 지분 추가 확보를 목표로 공개 매수에 나서며 본격적으로 인수전에 참전했다.
이로써 SM 인수전은 이수만-하이브와 SM 현 경영진-카카오의 대립구도가 형성됐다. 경영권 확보를 둘러싼 양 측의 대립은 곧 '폭로전'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16일 이성수 대표는 하이브가 SM엔터 새 경영진 인선안과 지배구조 개선안을 공개한 날에 맞춰 이수만 총괄 PD를 겨냥한 폭로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은 역외탈세 의혹, '나무심기' 관련 가사 요구, 에스파의 컴백 연기 배경 등 이수만과 관련한 의혹과 폭로를 담고 있었다.
이에 대해 하이브는 역외탈세 의혹에 대해 "하이브의 SM 인수 후에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로도 양측은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가며 여론전이 가열됐다.
그러면서 이달 말 있을 정기 주주총회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주식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확보 경쟁도 이어갔다. 하이브는 이수만에게서 사들인 14.8%의 지분과 이수만에게 풋옵션이 걸린 채 남은 지분 3.65%, 공개매수를 통해 갤럭시아에스엠으로부터 사들인 지분 약 0.98%까지 약 19.5%의 SM엔터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팽팽하게 흘러가던 양측의 경쟁구도는 지난 3일 서울동부지법이 이수만이 제기한 카카오의 SM 신주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카카오가 SM엔터 지분 약 9.05%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서는 계획이 좌절돼 상당히 위축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카카오는 여기서 물러서지 않고 주식 공개 매수를 선언하는 '강수'를 뒀다. 카카오는 SM엔터 주식의 35%에 해당하는 833만3641주를 주당 15만원에 매수한다고 7일 밝혔다.
인수전이 '쩐의 전쟁'이라는 새국면을 맞은 것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1조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두둑한 실탄을 장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결과 불과 1달 전까지 9만원을 밑돌던 SM엔터 주가는 카카오가 15만원에 공개 매수를 시작한 이후 상장 최고가인 16만1200원까지 올랐다. 인수전이 승리하더라도 출혈이 너무 커, 이긴 쪽이 힘들어지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이유다.
양측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자 지난 10일부터 회동을 통해 협의하기 시작했다. 결국 12일 오전 하이브가 카카오에 경영권을 양보하는 방식으로 마침표를 찍기로 합의했다. 대신 하이브와 카카오의 플랫폼 관련 협업하는 방향을 수립했다.
하이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현재 상황을 승자와 패자라는 단편적인 구도로만 바라보며 비현실적인 기업 운영을 할 수는 없었다"며 "현재 상황에서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까지 인수를 추진하는 건 단지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주식시장 과열을 보다 심화시키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배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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