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의존도 높은 EU···"원자재 비중 65% 낮출 것"K-배터리, 긴장···"특정국 의존도 반드시 넘어야" 유럽 증설 진행···"자원 국유화 국가와 협력해야"
법안 성격이 IRA와 유사한 탓에 국내 배터리 기업은 원자재 수입 비중을 다변화해야 하는 고민거리가 늘었다. 유럽은 세계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핵심 지역이어서 배터리 기업 입장에선 놓치기 어려운 전략적 요충지다. 업계에선 "세부사항을 면밀히 파악해 유럽공장 증설 등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배터리 원자재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원자재 제3국 의존도 65% 미만으로"
17일 EU는 안전하고 다양하며 저렴하고 지속 가능한 주요 원자재 공급을 위한 CRMA 초안을 공개했다. 오는 2030년까지 전략적 원자재 소비량 중 10%를 추출하고 최소 40%를 가공, 15%를 재활용하기로 했다. 또 전략적 원자재 65% 이상을 제3국에 의존하지 않도록 한 것이 주요 골자다. EU가 지정한 전략적 원자재는 코발트, 구리, 리튬, 니켈, 실리콘 등 16가지다.
EU는 "중요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유럽은 준독점적인 제3국 공급업체로부터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여파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위기로 공급망 위험을 완화해야 한다"며 "이는 기후 및 디지털 목표를 달성하려는 EU의 노력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U가 지정한 전략적 원자재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U는 중국에서만 마그네슘의 97%를, 희토류는 100% 조달하고 있다. 또 코발트는 63%를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추출하고 있으며 이 중 60%는 중국에서 정제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원자재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공급망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게 EU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핵심원자재법 초안은 IRA와 달리 역외 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조항이나 현지조달 요구 조건 등은 포함하고 있지 않고 탄소중립산업법도 EU 역내 기업과 수출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발표된 법안은 초안으로 입법과정은 약 1∼2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RMA 입법까지 시간이 소요되고 구체적인 정보 공개 의무조항 비율 등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배터리업계는 사태를 예의 주시 중이다. EU가 전략 원자재 의존도를 줄이기로 결정한 만큼 이에 따른 조치가 필요해서다. 유럽은 전기차 판매량이 미국 대비 두 배가 넘는 글로벌 핵심시장이며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SK온과 삼성SDI는 헝가리에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배터리 원자재 중국 의존도는 고민거리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기준 이차전지(배터리) 핵심광물 8개 품목 중 중국 수입 비중이 6개 품목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화·수산화코발트의 중국 비중은 83.3%로 집계됐고 황산망간·코발트(77.6%), 산화·수산화리튬(81.2%), 천연흑연(87.4%), 이산화망간(69.6%), 산화·수산화니켈(69%) 등으로 집계됐다.
또 핵심광물 총 수입액 중 한국의 중국 의존도는 58.7%로 일본(41%), 독일(14.6%)을 크게 앞섰다. 중국 수입 비중은 2010년 35.6%에서 2020년 58.7%로 10년 새 2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제2의 반도체라 불리며 한국경제의 차세대 먹거리로 자리한 이차전지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특정국에 대한 지나친 수입의존도와 큰 규모의 수입액은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라고 진단했다.
신규 투자 고민하는 K-배터리, "EU 파트너국과 협력 절실"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CRMA 초안에는 유럽 지역에 공장을 증설하는 배터리 업체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조금 지원 수준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3사는 향후 세부 이행 방안 및 구체적인 지원책이 나와야 신규 투자 등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거란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취지는 미국 IRA와 동일하니까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EU에 공장을 더 짓고 투자를 더 많이 하라는 것이어서 앞으로 동유럽 공장을 잘 활용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K-배터리 3사는 유럽에 일찍이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짓고 EU지역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EU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어서 전기차 시장은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LG엔솔은 2025년까지 유럽에 115기가와트시(GWh) 규모로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폴란드 공장은 2018년부터 가동을 시작했으며 현재 증설을 추진 중이다.
LG엔솔은 또 미국 포드와 손잡고 튀르키예에 연 25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며 향후 배터리 생산량을 45GWh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는 향후 포드의 유럽 판매용 전기차 등에 공급된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온은 2020년 헝가리 코마롬에 연간 7.5GWh 규모의 1공장 가동에 돌입했으며 10GWh 규모 2공장도 건설했다. 현재는 헝가리 이반차에 3공장(30GWh) 증설을 진행 중이다. EU 집행위원회가 헝가리 정부의 보조금을 승인해줘 2억900만유로(약 2800억원) 보조금을 받게 됐다. 3공장은 2024년부터 상업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에 37GWh 규모 1, 2공장을 두고 있다. 최근 EU는 뒤늦게 삼성SDI의 괴드 1공장에 보조금 1200억원 지급을 승인했다. 이에 2공장도 보조금을 추가로 받을 가능성을 높게 본다. EU 집행위는 CRMA를 준비하면서 유럽 내 신규 공장 투자시 보조금 지급 규정 완화를 예고했다.
다만 K-배터리 3사는 오는 2030년까지 핵심 광물(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중국산 비중은 65% 이하로 낮춰야 하는 게 부담 요인이다. 유예기간 동안 EU가 파트너십 네트워크를 확장하려고 하는 호주, 칠레, 캐나다 등의 원재료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곽대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포스코가 남미(리튬 추출)에서 하는 것처럼 관련 국가에서 자원을 개발하고 자원 국유화하는 국가와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자원 개발은 단기간에 안되니까 배터리 업체들은 가장 큰 고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lennon@newsway.co.kr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jojolove7817@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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