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대우조선, 유일하게 韓만 '깐깐'···"무기 시장 지배력 우려"(종합)

EU, 지난달 31일 한화·대우조선 합병 승인···해외 7개국 모두 통과

공정위 "한화와 시정방안 협의 중" vs 한화 "의견 요청·협의 없어"

그래픽=박혜수 기자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9부 능선을 넘고서도 예상치 못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까다로운 문턱에 가로막혔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은 지난달 31일 유럽연합(EU)마저 승인을 내주며 해외 경쟁당국의 모든 심사가 끝났다. 하지만 한국 공정위는 여전히 심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날 공정위는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방위 산업 분야에서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어 한화 측과 시정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말 한화 측에 자체적으로 시정 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현재 공정위는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 결합이 군함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화가 자사의 무기 시스템 등 기술정보를 대우조선에 독점 제공하면 군함 입찰 경쟁에서 경쟁사들이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다.

공정위 관계자는 "함정 부품 시장(상방)에서 한화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함정 시장(하방)에서의 경쟁사를 봉쇄할 가능성에 대한 집중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이해관계자 의견 조회 결과에서도 복수의 사업자들이 정보 접근 차별 등 함정 부문 경쟁사 봉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표에 한화 측은 '공정위와 협의한 사실이 없다'며 거세게 반박하고 나섰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는 현재까지 공정위로부터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받은 바 없다"며 "특히 시정조치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회사의 입장을 묻거나 관련한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 받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제 사회에서 승인한 기업 결합 심사의 국내 심사 지연으로 인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장기화 되고 있는 현실에 상황의 위중성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조선산업의 세계 시장 수주 불이익과 국제 경쟁력 약화에 따른 국가적 경제 상황 악화가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방위산업과 관련한 대우조선해양의 사업적 특수성상 국가 방위에도 차질을 빚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한화는 공정위의 자료 요구와 관련해 최대한 빠른 시간에 적극적으로 소명해 왔으며, 앞으로도 어떠한 요구나 대화 요청이 있을 경우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