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제품 인기, 한 달 만에 '조기 완판'1000잔 한정 판매는 오는 21일부터 "지역 특산품으로 독창적 수제맥주"
이에 지난 11일 '핸드앤몰트 브루랩 용산'을 찾았다. 신용산역에서 5분 정도 떨어진 골목길로 접어들자, 낡은 주택가 사이 '힙'한 가게가 고개를 내밀었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사이좋게 어울린 거리. 삼각지역부터 신용산역을 잇는 '용리단길'은 요즘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다. 이곳엔 '핸드앤몰트'가 운영하는 펍이 자리하고 있다.
핸드앤몰트는 2014년 설립된 국내 1세대 수제맥주 업체다. 동시에 '국내 최고' 수제맥주 회사로 평가 받는다. 핸드앤몰트의 남양주 양조장은 2015~2017년 한국 최고 양조장으로 선정된 바 있다. 국내외 주요 대회에선 10여 차례 수상을 기록했다.
핸드앤몰트는 독특한 개성과 실험방식으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해왔다. 사명(Hand & Malt)엔 '양조사의 손'으로 직접 만든다는 장인정신을 담았다. 국내 최초로 '홉' 재배를 시작했고, 맥주에 '베럴 에이징' 기법도 도입했다. 2018년엔 오비맥주와 손잡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설비와 유통망을 확대했다. 남양주 양조장에서 생산한 제품은 전국 1200개 매장으로 유통된다.
핸드앤몰트 매장은 용산과 종로 두 곳에 위치해있다. 이날 방문한 용산 매장은 분위기 있는 조명과 편안한 공간으로 젊은층 감성을 공략했다. 평일과 주말을 막론하고 젊은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지하 양조장에서 갓 만든 신선한 맥주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허니 054'는 핸드앤몰트가 '로컬을 담다' 캠페인을 진행하며 두번째로 선보인 제품이다. 각 지역 특산품으로 독창적인 수제맥주를 만들어간다는 콘셉트다.
앞서 내놓은 '진저 063'은 전북 완주군 특산물인 생강을 첨가한 골든에일 맥주였다. 400ml 500잔 분량으로 생산된 이 맥주는 출시 한 달 만에 조기 완판됐다. 이에 핸드앤몰트는 허니054의 생산량을 2배로 늘렸다. 1000잔 분량이 오는 21일부터 한정 판매될 예정이다.
허니054는 경북 칠곡군에서 생산된 천연 아카시아꿀을 첨가한 페일에일이다. 칠곡군은 국내 유일의 양봉산업특구이자, 전국 최대 규모의 아카시아꿀 생산지다. 제품명에 특산품 이름(Honey)과 지역번호(054)를 넣어 '로컬 맥주'의 정체성도 강조했다.
알코올 도수는 5.5도로, 은은한 꽃향기와 달콤한 꿀 뉘앙스가 어우러진 미디엄 바디 맥주다. 맥아에서 오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도 은은하게 느낄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시음회에선 허니054와 진저063 총 2잔이 제공됐다. 기자는 맥주를 좋아하지만 '수제'맥주는 싫어했다. 한동안 지속됐던 '수제맥주 열풍'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유행은 따라가지 않는다'는 고집이 있어서다.
거짓말처럼, 이날 맛본 맥주는 지금껏 경험했던 어떤 맥주보다도 매력적이었다. 취향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최고의 맥주임이 틀림없었다. 수제맥주에 대한 편견이 깨졌고 오히려 호기심이 생겼다.
드라이한 술을 좋아하지만 과하지 않게 단 맛이 도는 허니054가 입에 맞았고, 생강을 싫어하지만 진저063은 술술 들어갔다. 특히 쌉싸름한 생강 맛에 어떤 거부감도 느낄 수 없다는 점이 놀라웠다.
적정한 배율을 찾고 향과 맛의 밸런스를 잡아내려 노력한 부분이 여실히 느껴졌다. 두 맥주를 놓고 먹는다면, 좀 더 선호하는 맥주가 있을 순 있겠지만 불호하는 제품은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핸드앤몰트 관계자는 "생강이 최초로 생산된 지역이 '완주군'이고 그 이유로 '063'이란 지역번호가 붙었다"고 설명했다. 맥주가 맛있다보니, 업체 측 스토리텔링이 더 설득력 있게 와닿았다.
맥주와 함께 페어링 푸드도 맛볼 수 있었다. 허니054엔 '칠곡 치즈 꿀단지'가 제공됐다. 칠곡 꿀단지는 연두부와 배합한 크림치즈를 베이스로, 다진 대추와 건살구, 칠곡 꿀이 곁들여졌다. 함께 올려진 연근 부각칩은 담음새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가장 맛있었던 음식은 완주 생강청 소스를 활용한 '등갈비 강정'이었다. 강낭콩 새싹과 저민 생강이 고기 맛을 담백하게 잡아줬다.
핸드앤몰트는 로컬 맥주를 6주마다 공개할 예정이다. 가격은 1잔에 8000원 정도다. 앞으로 4종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지역과 특산물은 맥주가 출시될 때 확인할 수 있다.
진저063은 지난 3월 한정 출시돼 현재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나올 신제품에 대한 기대감이 진저063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줬다.
최성윤 핸드앤몰트 브랜드매니저는 "그동안 다양한 수제맥주가 출시됐지만, 수제맥주가 제공해야 하는 새롭고 특별한 맛은 없었다"면서 "소비자가 수제맥주의 범람으로 피로감을 느끼는 가운데 핸드앤몰트는 소비자에게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로컬(지역)이 소비자에게 '힙'한 요소로 주목받고 있지만 진정성을 갖고 지역 맥주를 출시하는 곳은 많지 않았다"며 "단순히 특산물을 활용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브랜드의 공존을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핸드앤몰트를 사무엘아담스나 브루독 같은 세계적 크래프트 브루어리로 키울 계획"이라면서 "국내 수제맥주 다양성 확장에 기여하고, 양질의 크래프트 맥주를 더 많은 소비자에게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지웅 기자
wanchu1108@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