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밥 후발주자 하림 'The 미식' 100원 초특가 행사풀무원 등 중소·중견기업 제품도 할인 품목 포함해CJ 대체 제품 늘리고 상생 이미지 강조 '일석이조' 효과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이날 하루 '즉석식품 반값 특가'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서 쿠팡은 하림의 'The미식' 브랜드 즉석밥 세트를 한정수량 100원에 판매하는 초특가 행사를 진행했다. 백미밥·귀리쌀밥·오곡밥 각 1개씩 구성된 7100원짜리 세트다.
쿠팡이 하림과 함께 즉석밥 100원 행사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쿠팡은 지난달 12일에도 같은 행사를 진행했다. 이 밖에도 올가(풀무원)·테이스틴(종근당건강)·그로서리 서울(이그니스) 등 제조사들이 만든 현미·찰보리흑미·병아리콩 곤약밥 등 즉석밥 제품도 할인 품목에 포함됐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즉석밥 100원 행사를 진행하기 전날 올해 1~5월의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쿠팡에 따르면 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은 최고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최고 100배 이상 판매량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며 쿠팡은 "국내 식품시장에서 수십 년간 독점체제를 구축하던 독과점 식품기업의 제품이 쿠팡에서 사라지면서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독과점 대기업이 사라지면서 쿠팡의 고객들은 전보다 더 나은 쇼핑환경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석밥'과 '대기업'이라는 키워드로 자연스레 CJ제일제당이 연상되게끔 한 것이다.
쿠팡은 그간 즉석식품이나 생활용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특가를 진행해 왔다. 다만 최근 들어 '즉석밥' 관련 행사가 두드러져 보이는 이유는 CJ제일제당과의 갈등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쿠팡과 CJ제일제당은 납품가를 두고 이견을 보이다 사이가 틀어졌다. 이후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나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쿠팡은 이와 관련해서 그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CJ제일제당이 쿠팡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자세를 낮추는 대신 다른 대형 유통업체들과 협업하는 방안을 택하고 신세계그룹 통합 멤버십 출시 행사, 컬리 푸드 페스타 등에서 부스를 차려 협업 제품을 선보이면서 조금씩 태도를 바꾸고 있는 모습이다. CJ제일제당 제품이 플랫폼에서 빠져도 대체 제품이 충분히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내비치는 것이다.
실데 CJ제일제당은 신세계그룹의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 행사에서 부스를 차리고 '반(反) 쿠팡 연대'를 형성하는 모습으로 쿠팡을 도발했다. CJ제일제당은 신세계 유통 3사(이마트·SSG닷컴·G마켓)와 파트너십을 맺고 주요 가정간편식(HMR)과 비건 제품을 중심으로 올해 안에 공동 개발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또 이달 초 열린 '컬리 푸드 페스타'에서 컬리와 공동 개발한 '컬리 온리' 단독 상품 '햇반 골든퀸쌀밥'을 공개했다. 이 상품은 국산 골든퀸3호 품종을 사용해 지은 밥으로 컬리에서만 단독으로 판매된다.
쿠팡과 여러 차례 즉석밥 할인 행사를 진행한 하림은 즉석밥 시장에서 후발주자다. 아직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프리미엄 제품으로 나온 만큼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있어 첫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가 많다.
하림 입장에선 쿠팡을 통해 자사 제품을 알릴 수 있고 쿠팡은 즉석밥 카테고리에서 CJ제일제당을 대체할 제품 하나를 더 늘릴 수 있다. 즉석밥 100원 행사는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제대로 맞아떨어진 행사인 셈이다.
또 쿠팡은 중소·중견 협력사와의 '상생'을 줄곧 강조해 왔는데, 하림 이외 풀무원, 종근당건강, 이그니스는 중소·중견 제조사다. 이번 행사도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겠다는 취지와 함께 중소·중견 식품업체와 협업해 매출 증진 기회를 늘려준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효과도 일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장바구니 물가 안정과 중소업체 상생 등을 앞세워 행사를 진행했는데, 이면에는 CJ제일제당에 대한 견제와 대안 상품 마련 등의 의도도 있을 것"이라며 "쿠팡처럼 영향력 있는 채널에서 파격 할인 행사 등 시도를 지속한다면 햇반의 입지가 좁혀질 수도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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