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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설탕도 아스파탐도 안 돼"···혼란만 키운 WHO

오피니언 기자수첩

"설탕도 아스파탐도 안 돼"···혼란만 키운 WHO

등록 2023.07.20 16:16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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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세계보건기구(WHO)가 과도한 공포를 조장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아스파탐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식품업계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위해성 여부를 떠나 건강에 민감한 일부 소비자는 아스파탐 제품을 기피할 가능성이 있다.

말 그대로 '용두사미'였다. 지난 6월 WHO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에 분류한다는 소식에 전 세계적으로 아스파탐 공포가 확산한 상황이었다.

소비자 우려는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뜩이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상태였다. '헬시 플레저'가 하나의 소비 트랜드로 자리 잡았고 '제로(무설탕·0㎉)' 열풍 역시 이런 맥락에서 비롯됐다.

건강을 위해 먹었던 제로 음료가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뉴스는 공포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식품업계는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오리온과 크라운해태는 WHO 공식 발표가 있기 전부터 일부 스낵에 사용하고 있던 극소량 아스파탐을 대신할 대체감미료 찾기에 나섰다.

그런데 WHO는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되 기존 일일섭취허용량은 유지하기로 했다. "발암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섭취 수준에서는 안전하다"는 아리송한 결론에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WHO 권고는 아스파탐 섭취에 주의를 당부하는 차원이었다. 결정적으로 산하기관인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젝파)와 국제암연구소(IARC) 평가가 엇갈렸다.

젝파는 식품 안전성을 평가하는 기관인 만큼 '일일섭취허용량'을 고려해 현재 섭취 수준에서 아스파탐이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IARC는 섭취량과 상관없이 '물질 자체의 발암성'만 평가한다. 아스파탐이 분류된 2B군은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다.

결국 아스파탐의 발암성을 주장하는 지속적인 연구와 주장이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증명되지는 못했다는 이야기다. WHO는 새로운 사실의 발견 없이 아스파탐 분류만 2B군으로 바꿔놓으며 혼란만 가중시킨 꼴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아스파탐의 2B 분류에 정면 반박했다. WHO 조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으며 관련 연구에는 '심각한 결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FDA 독성학자들은 식품 안전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한 만큼 WHO의 권위에는 의문부호가 붙게 됐다.

WHO는 아스파탐뿐 아니라 다른 인공감미료와 설탕도 덜 먹는 게 낫다고 권고했다. 결국 음료 대신 물을, 설탕이 든 가공식품 대신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라는 원론적 이야기다.

프란체스코 브랑카 WHO 영양·식품안전국장은 "소비자가 인공감미료가 든 콜라를 마실지, 설탕이 든 콜라를 마실지 결정해야 한다면 대신 물을 마시길 바란다"면서 "식품회사는 인공감미료 없이 맛을 내길 권한다"고 말했다.

결국 고민은 식품회사 몫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설탕도 인공감미료도 쓰지 말라는 건 전 세계 식품기업 모두에게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토로했다.

막걸리 업계의 걱정은 한층 깊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스파탐을 사용해도 된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안심은 이르다. '아스파탐 대표 제품' 격으로 낙인찍혀 버린 탓이다.

식품업계에선 아스파탐 논란이 현재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아스파탐 대체 프로젝트' 중단을 선언한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신중히 검토하되, 아스파탐을 안 쓰는 쪽이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다면 배제하는 편이 맞다는 것이다.

WHO는 주요 목표로 '국제 보건사업의 지도와 조정'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본래 취지를 상실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정작 심각한 사태에는 손 놓고 있으면서 불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WHO는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가 하면 코로나19 사태 때는 소극적 대처로 위기를 키웠다. 상황이 우려스러운 국가로 한국과 일본을 나란히 언급했다가 "한국과 같은 취급 하지 말라"는 항의를 받고 하루 만에 일본을 제외하기도 했다.

WHO가 신뢰할 만한 기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순간이다.

뉴스웨이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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