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대표이사 후보 3인 압축···차상균·김영섭·박윤영높은 산업 전문성에 KT 내부선 '안도'·외부서도 "잘할 것"또 불거진 낙하산 논란은 변수···"이사회, 철저히 검증해야"
28일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전날 차기 KT 대표이사 숏리스트 3인을 공개했다. KT 대표이사 후보 심층면접 대상자(가나다순)는 ▲김영섭 전 LG CNS 사장 ▲박윤영 KT 전 사장 ▲차상균 서울대학교 교수다. 지난 12일까지 접수된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 및 비대면 인터뷰 등을 통한 후보 압축 과정을 거쳐 선정됐다.
이승훈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다음 주 중으로 후보 3인에 대한 심층면접 심사를 진행, KT 대표이사 후보 최종 1인을 확정할 계획"이라며 "해당 후보는 8월말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KT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없고, 산업 전문성↑···내부선 '안도의 한숨'
심층면접 대상자는 KT 외부출신이 2명, 내부(전직)출신이 1명이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을 비롯해 ▲권은희 전 새누리당 의원(前 KT네트웍스 비즈부문장) ▲김기열 전 KTF 부사장(윤석열 대선후보 캠프 ICT희망본부장)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등 정치권 인사는 모두 탈락했다.
앞서 KT는 지난 6월 말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대표이사 자격 요건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지식과 경험' 문구를 제외, 현 정권이 원하는 인사를 앉히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번에 선정된 심층면접 대상자 3명 모두 기업 경영 경험과 산업 전문성은 갖췄다는 평가다.
김영섭 전 사장은 LG 출신 '재무통'이다. 1959년 경상북도 문경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의 전신인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한 뒤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을 거쳤다. 2014년에는 LG유플러스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내 통신업계 경험도 쌓았다.
이듬해에는 LG CNS 대표로 회사를 이끌었다. 특히 일찌감치 디지털전환(DX) 가능성을 보고 역량 강화에 집중, 회사 실적을 개선했다. 동일한 목표를 가진 KT에서도 기대감이 큰 대목이다. 또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도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박윤영 전 사장은 1962년생으로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사회생활 대부분을 KT에서 보낸 'KT맨'이다.
KT가 한국통신이던 1992년 네트워크기술연구직으로 입사한 뒤 SK로 이직했다가 다시 KT로 돌아왔다. 이후 KT 융합기술원 미래사업개발그룹장, 기업사업컨설팅본부장, 기업사업부문장(사장)을 역임했다. 이 기간 컨버전스와 미래사업, 기업사업 등을 맡으며 B2B(기업과 기업간 거래) 사업 실적을 끌어올렸다.
2019년 말에는 황창규 전 KT 회장을 뒤잇는 새 CEO 선출 과정에서 구현모 전 대표의 최대 경쟁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구현모 전 대표 체제에서는 CEO에 올라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KT는 "창의적이면서도 도전적인 사업 추진력을 갖췄다"며 "이를 바탕으로 KT가 기업사업 분야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박윤영 전 사장은 2020년 12월 KT를 떠났다.
차상균 교수는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땄다. 서울대학교에선 빅데이터연구원 초대 원장과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초대 원장, 감사원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인공지능(AI) 기반이 되는 데이터 전문가로, KT 새 먹거리인 비통신 신사업 역량 강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 경험도 있다. 차상균 교수는 2000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대용량 메모리 기반 서버 시스템 기업인 팀(TIM·Transact In Memory)을 창업, 글로벌 IT 기업 SAP에 매각했다. 특히 2012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KT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내부 사정에 밝은 점도 강점이다.
회사 안팎의 평가도 좋다. KT에서 수년간 몸담았다는 한 직원은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전환으로 성과가 나는 중요한 시기에 업계 사정을 모르는 인물이 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이 컸던 건 사실"이라며 "숏리스트가 공개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료도 많다"고 설명했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이런 내부 의견에 동의한 뒤 "김영섭, 박윤영 전 사장은 그간 관련 업계에서 회사를 경영해 온 만큼, KT도 잘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상균 교수에 대해선 "(KT처럼 큰 기업의) 경영도 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 측면에서는 워낙 강점이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낙하산 의혹은 여전···새노조 "철저히 검증해야"
다만 '낙하산 의혹'과 관련한 논란이 일 가능성은 여전하다. 김영섭 전 사장과 차상균 교수가 이관섭 현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1961년생) 친형과 '경북대 사대부고' 동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져서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의중이 반영된 인사가 아니냐고 의문을 품는다.
KT 소수노조는 이날 논평을 내 이에 대한 이사회의 철저한 검증을 요구했다. KT새노조는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의 친형과 고교동문인 후보가 공교롭게 두 명으로, 낙하산 논란이 예상된다"면서 "내부에서는 후보 선정 과정에서 외압설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회는 무엇보다 낙하산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후보를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 후보의 통신 전문성을 심층 평가하고, 기존 KT 경영 실패에 대한 후보의 개혁 의지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임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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