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1차 후보군 6명 확정···외부 인사 '비공개'29일 인터뷰와 심사 거쳐 3명으로 후보 압축KB금융 노조는 '낙하산 인사 반대' 한 목소리
8일 KB금융지주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이날 회의를 열고 내·외부 인사 6명으로 구성된 차기 회장 '1차 숏리스트'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KB금융에선 ▲박정림 지주 총괄부문장(KB증권 대표이사) ▲양종희 지주 부회장 ▲이동철 지주 부회장 ▲허인 지주 부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그 외의 후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당초 회추위 측은 외부 인사에 대해선 본인 의중에 따라 익명성을 보장하겠다고 예고했다. 물론 회장 후보를 3명으로 압축하는 29일엔 그 명단을 모두 발표할 예정이다.
회추위는 오는 29일 6명의 숏리스트를 대상으로 1차 인터뷰와 심사를 진행한 뒤 최종 후보군을 추린다. 이어 이어 9월 8일 심층 평가와 투표로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 짓는다. 업계에선 내부 인사 2명과 외부 인사 1명이 최종 관문에 진입하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일단 회추위는 경영승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보다 정교한 평가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 신경을 기울였다.
먼저 2020년엔 숏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번의 인터뷰를 치렀지만, 올해엔 두 차례의 인터뷰에 외부 기관을 통한 평판 조회까지 실시함으로써 면밀하게 후보자를 검증하기로 했다. 또 세 명의 최종 후보에겐 두 번의 인터뷰 기회를 부여한다. 외부 후보에 대해선 내부 후보보다 더 많은 인터뷰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평가 기준과 그룹의 내부 자료를 충분히 제시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로 했다.
회추위의 이 같은 행보는 '모범 사례'를 만들어달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부응하려는 조치이면서도 견고한 경영승계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감으로 읽힌다.
지난 6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KB금융 지주 회장 인선 절차가 업계의 모범 사례가 되길 바란다"면서 "평가 기준이나 후보 선정, 공평한 기회 제공 등이 합리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입김이 닿을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경계해야 할 부분으로 지목된다. KB금융보다 먼저 CEO를 교체한 다른 금융그룹에서처럼 '친정부 인사'에게 자연스럽게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KB금융은 업계 1위를 다투는 중요한 금융회사여서 정부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감지된다. 그간 그룹 안팎에서도 정부와 연결고리를 지닌 인사가 경쟁에 뛰어들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KB금융이 안정적인 승계 체제를 갖추고 있는 만큼 정부도 개입을 지양해야 한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특히 윤종규 회장이 설계한 KB금융 경영승계 시스템은 업계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은행·카드·보험 등 핵심 자회사를 이끌던 인물에게 더 큰 임무를 맡겨 경험을 쌓도록 하고 궁극적으로 이들을 CEO로 육성하는 이상적인 형태를 띠고 있어서다.
실제 KB금융은 2021년말 승진한 허인·이동철·양종희 부회장에게 그룹의 중요한 사업을 관리하도록 했다. 국민은행장을 역임한 허인 부회장은 ▲글로벌부문 ▲보험부문을, KB손해보험에 몸담은 양종희 부회장은 ▲개인고객부문 ▲WM·연금부문 ▲SME부문을, 국민카드를 이끌던 이동철 부회장은 ▲디지털부문 ▲IT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놓고는 그룹 내 사업 시너지를 확대하는 동시에 각 사업부문의 성과를 바탕으로 세 사람의 경영 능력을 검증하려는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KB금융 임직원 사이에서도 행여 '낙하산 인사'가 그룹 CEO로 낙점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KB금융 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초대부터 직전 회장까지 줄곧 외부 인물이 최고경영자로 활동했다"면서 "전문성 부족으로 업무 파악부터 시간이 허비됐고, 금융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본인의 치적 쌓기나 정권에 보여주기 위한 전시성 정책이 난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 전문성을 갖추고, 직원이 흘린 피땀을 존중할 줄 아는 인물이 그룹 회장을 맡아야 한다"면서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면 당장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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