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갤폴드5 '짠물지원금' 준 세 가지 이유

'대화면+펜' 폴드 마니아층 명확, 살 사람은 산다

통신사 마케팅 경쟁 지양, 판매량 많은 플립 집중

정부 7·6통신대책에 따른 수익성 악화 대비

삼성전자 '5세대 폴더블폰' 판매가 본격화한 가운데, 이동통신 3사가 갤럭시Z 폴드5에만 '짠물 지원금'을 책정했다. 함께 데뷔한 갤럭시Z 플립5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마니아층이 탄탄한 단말기 특성상 통신사 간 마케팅 경쟁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통신 3사는 이날부터 '갤럭시Z 폴드5·플립5' 시리즈 정식 판매에 돌입했다. 앞서 지난 8일에는 공시지원금도 확정·공지했다. 공시지원금 규모를 보면 갤럭시Z 플립5는 전작과 동일한 25만5000~65만원(요금제별)으로 책정됐다. 반면 갤럭시Z 폴드5는 8만4000~24만원만 지원, 대폭 축소됐다.

SK텔레콤 모델이 삼성 5세대 폴더블폰 사전예약 혜택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공시지원금은 제조사(삼성전자)와 통신 3사 재원이 모두 투입되는 만큼, 시장 상황을 고려한 협의로 결정한다. 이번 지원금 차등 지급도 이런 논의를 거쳐 확정됐다.

삼성전자로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갤럭시Z 플립5 판매량을 극대화하고 싶어 한다. 폴더블폰 대중화를 이끌 '첨병'이라서다. 아이폰 선호도가 높은 MZ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핵심 단말기이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더 지원금을 지급해 출시 효과를 누려야 한다. 이런 점을 통신 3사에 적극 어필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갤럭시Z 폴드5는 상황이 다르다. 가격대가 높아 1020세대보단 구매력이 있는 중장년층이 주로 쓴다. 특히 대화면에 펜(필기) 사용성을 원하는 마니아층이 형성됐고 국내 시장엔 경쟁 단말기도 딱히 없다. 굳이 공시지원금을 극대화하지 않더라도 선택약정(매달 통신요금 25% 할인)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

게다가 통신 3사는 5세대(G) 이동통신이 대중화된 상황에서, 마케팅 경쟁이 확대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실제 최근 수년간 이런 기조를 유지, 줄어든 마케팅 비용만큼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봤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정부의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후폭풍도 부담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선택약정 기간을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 위약금 부담을 덜어 소비자들의 통신사 전환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함께 제시한 초고속인터넷 약정기간 후반부 위약금 인하 정책은 적용 시기가 올해 하반기로 이미 정해졌다.

이런 정책은 장기적으로 고객 유치 경쟁이 다시 불붙어, 통신 3사 수익성이 악화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미리 대비하고자 마케팅비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기본적으로 마케팅 경쟁을 지양하자는 분위기"라며 "고객층이 한정된 폴드보다 판매량이 더 많은 플립 쪽에만 마케팅 비용을 집중해 성과를 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 5세대 폴더블폰 국내 출고가는 ▲갤럭시Z 플립5가 139만9200~152만200원 ▲갤럭시Z 폴드5가 209만7700~221만8700원이다. 전작보다 소폭 올랐음에도, 지난 1주일간 진행한 사전예약에서 102만대를 판매해 폴더블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