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횡령·배임 '이화그룹' 상폐 기로···28만 소액주주 '발동동'

거래소, 경영진 횡령·배임에 이아이디·이화전기·이트론 상폐 결정

계열사 75% 이상이 개인투자자···손실 추정 금액 3500억원 수준

"사측 행보 진정성 없어···지분 모으기·집회·소송 준비할 것"

그래픽=이찬희 기자

한국거래소가 경영진의 횡령·배임으로 거래가 정지된 이화그룹 상장사 3곳에 대해 상장폐지를 결정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1일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를 열고 이화그룹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이아이디와 코스닥 상장사 이화전기·이트론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이아이디에 대해 "개선계획 및 기업의 계속성, 경영의 투명성, 그 밖의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의한 결과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아이디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라 상장폐지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5일(영업일 기준) 이내에 거래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이 없는 경우에는 신청일 만료 경과 후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

회사의 이의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거래소가 20일 이내에 상장공시위원회를 개최하고 상장폐지 여부를 다시 심의하게 된다.

거래소는 이화전기·이트론에 대해서도 '상장폐지'로 심의하고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상장폐지 및 개선기간 부여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김영준 이화그룹 전 회장과 김성규 총괄사장은 비자금 조성 및 조세 포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비자금 114억원 조성하고, 2015~2017년에는 저가 매수→허위공시→고가 매도 등의 방식을 통한 부당이득을 취득해 187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 5월 10일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거래소는 검찰 기소에 따라 5월 11일 조회공시를 요구하며 이아이디·이트론·이화전기에 대한 거래를 정지시켰으나, 이 과정에서 3사에 대한 거래재개 결정을 번복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화그룹 측은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따라 배임·횡령 금액을 소명했고, 거래소도 11~12일 이틀에 걸쳐 3사의 주식 거래를 재개시켰다. 다만 그룹 측이 700억원에 달하는 횡령·배임 금액을 8억3000만원으로 낮춰 공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거래소는 12일 오후 3개 계열사에 대해 일괄적인 거래정지 조치를 내렸다.

해당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은 거래소의 거래정지 번복이 투자자들의 피해를 더 키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이번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따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작년 말 기준 이아이디의 소액주주 수는 8만454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 수는 전체 발행주식 수 대비 75.19% 차지하고 있으며, 거래정지 직전 주가(1392원) 기준 손실 추정 금액 역시 1104억원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트론·이화전기의 소액주주는 각각 12만9472명, 6만6586명에 이르며, 보유주식 수도 각각 84.4%, 79.6%에 달하고 있어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들은 보유한 주식이 휴짓조각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이면서 참담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한국거래소의 거래 번복에 따라 거래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보고, 회사측과 협의를 통해 거래 개선 기간을 부여하는 등 해당 기간 안에 개인투자자들이 회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주연대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지분 모으기 운동, 거래소 앞 집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화그룹주에 투자한 또 다른 개인투자자는 "상장폐지 이의제기와 관련해서 사측의 행보는 진정성이 없고, 앞서 개선이행 서류가 빈약한 탓에 기심위도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액주주들은 현재 전자위임 방식으로 각 계열사에 투자한 지분을 모으고 있고, 지분 모으기를 통해 경영진을 교체하는 주주총회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날 허위공시 관련 내용으로 이아이디 측에 소송을 접수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