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금융안정 불확실성 커졌다···연내 금리 인하 선그은 한은

물가안정에 중심두고 긴축기조 상당기간 지속

석유류 기저효과·물가상승압력으로 불확실성↑

가계부채 늘며 금융불균형 우려도 높아져

한국은행이 14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설명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상당기간 지속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하겠다"

한국은행이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보면 향후 기준금리 방향에 대해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금융안정 등이 통화정책의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7월 2%대를 기록했지만 물가안정 목표수준(2%)에 안정적으로 수렴할지 여부와 그 시점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석유류 가격의 기저효과가 축소되면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까지 상승했고 연말까지 3% 내외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 오름세 둔화 흐름을 지연시킬 요소도 적지 않아서다.

특히 가계부채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봤다. 가계부채가 더욱 늘어나면 금융안정을 해치는 만큼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이후 완만한 감소세를 지속해오던 가계대출은 올해 4월부터 주택관련대출을 중심으로 증가 전환한 이후 증가폭이 확대됐다.

8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잔액은 1075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9000억원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5개월 연속 증가세로 8월 증가폭(6조9000억원)은 2021년 7월(9조7000억원) 이후 2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전체 차주에 비해 빠르게 상승하여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한은은 "부정적 소득충격이 발생할 경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부실화 위험이 높아지고 소비 여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과도한 수준의 가계부채는 장기성장세를 저해하고 자산불평등을 확대하는 등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한은이 금융안정이 훼손되는 경우를 우려하는 만큼 연내 기준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시중은행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저금리가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해 대출 증가에 불을 붙일 수도 있어서다.

한은은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성장의 하방위험,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