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원유 가격 인상···우유·유제품 가격 줄줄이 인상물가 부담에 PB우유 반사이익···CU, PB우유 매출 48.8%↑오는 2026년 '무관세' 수입산 멸균우유로 경쟁력 악화 우려도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음용용 원유 가격은 작년보다 리터당 88원(8.8%) 오른 1084원이 적용된다. 이에 서울우유협동조합은 흰 우유 제품 가격을 대형마트 기준 3% 인상한 2900원대, 편의점은 4.9% 올린 3200원대로 조정했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흰 우유 출고가를 4~6%, 가공유·발효유·치즈 등 가격도 6~9% 인상했다.
다만 이 같은 가격 인상에도 유업계의 실적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제품 가격 인상폭이 원재료 가격 상승분에 미치지 못해서다. 지난해의 경우 원유 가격이 리터당 49원 오르자 유업계는 흰 우유 제품 가격을 약 10% 인상했다. 그러나 올해는 정부의 물가 압박에 대형마트 흰 우유 1L 소비자 가격이 3000원을 넘기지 않도록 하는 등 인상 폭을 최소화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서울우유는 전년 대비 매출이 9.5% 증가한 1조422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233억원으로 2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남양유업은 매출이 6.8% 오른 5011억원,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223억원 적자 상태다.
매일유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7%, 10.7% 증가한 8976억원과 341억원으로 유업계 3사 중 유일하게 실적을 개선했다. 그러나 이는 비용을 축소하는 긴축재정을 시행한 결과다. 앞서 매일유업은 경영 환경 악화로 인한 구조조정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진행한 바 있다.
특히 우윳값 인상으로 인해 이들 유업체 제품에 대한 수요가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의 자체브랜드(PB)우유로 빠지고 있다. 실제 편의점 CU는 이달 1일~9일 PB우유 매출이 전 달보다 48.8% 상승했다. 같은 기간 GS25는 흰 우유 기준 PB우유 매출이 41%, 이마트24의 PB우유 매출은 27% 증가했고, 세븐일레븐은 흰 우유 매출에서 PB우유 비중이 40%에 달했다.
PB우유는 유통사가 제조사에 생산을 위탁하고 유통사의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우유로,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20~30% 저렴하다. 상표는 다르지만 제조 공장과 원료 성분 등이 일반 우유와 동일해 품질에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PB우유의 마진이 자사 제품보다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 측면에서 아쉬운 상황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자사 제품의 수요를 맞추고 남은 우유를 처리하는 방식이 크게 두 가지인데, 유통사의 PB우유로 만들어 판매하거나 분말로 가공해 보관하는 것"이라며 "PB우유는 자사 제품보다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분유 제품보다는 마진이 약 3배 이상 높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PB우유가 자사 우유 대비 수익성이 낮지만, 어떤 방식이든 우유 형태로 납품하는 것이 나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오는 2026년부터 '무관세' 수입산 우유가 들어온다는 점도 위기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유럽연합(EU)에서 수입하는 우유 관세율이 0%로 적용될 예정이다. 외국산 멸균우유는 국산 우유보다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저렴해 매년 수입량이 늘고 있다. 관세청과 업계에 따르면 외국산 우유 수입량은 2017년 3440t에서 5년 만인 지난해 3만1462t로 급증했다.
다른 유업계 관계자는 "(멸균우유 관세 폐지에 대해) 부담이 되고 있다. 다만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가격에만 있지 않다. 품질이나 맛, 신선도 등 자사 브랜드만의 강점을 부각해 홍보할 것"이라며 "기존의 우유·가공유뿐 아니라 디저트·베이커리 등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신제품을 개발·출시해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실적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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