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카드사들은 해당 제도가 영세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단순 '비용' 측면으로만 계산하다 보니 카드 사업의 본질인 결제 사업이 쪼그라들고 있다며 시위에 나섰다. 여신금융협회는 백화점 등 대형가맹점을 제외한 92% 가맹점에서는 카드 결제를 하면 할수록 카드사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로 인한 가맹점수수료 부분 영업손실이 천 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1년 12월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제도' 도입 후 카드사들의 본업인 지급결제 분야에서 역마진이 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된 점에 공감해 '제도 개선 TF'를 구성했다. 지난해 2월부터는 카드 업계와 노동조합, 연구진을 포함한 TF 구성원들과 본격적인 논의에도 나섰다.
그러나 TF는 정권 교체 이후 다른 정치적 이슈에 밀려 유명무실해진 분위기다. 당초 2022년 연말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는 계획도 무산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이 올해 1번 공약으로 '가맹점 수수료 제도 개선을 통한 신용판매 수익성 제고'를 내걸었지만 결과는 없었다. 올해 3분기에 개편안을 발표하겠다는 금융위의 약속은 또다시 연말로 순연됐다.
이 가운데 카드 업계의 비명은 커지고 있다. 올해 3분기 카드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순이익 감소 폭은 더 늘었다. 해당 기간 카드사들의 누적 순이익은 전년 대비 20% 이상 떨어졌다. 금리상승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와 연체율 상승으로 금융비용 및 충당금이 늘어나서다. 실제 대부분 카드사의 충당금 규모를 보면 전년 대비 70~80%대까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사가 정책 금리에 영향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카드사들의 경우 본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외풍에 더욱 민감한 셈이다. 카드 업계의 지적도 이와 같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중소카드사들은 회원 유치로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소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인하가 정치적 표심을 얻기 위한 방안으로 이용되면서 결국 카드사들의 본질적인 수익이 제로에 가깝게 됐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계속되는 당국의 '약속 취소'에 신뢰를 잃은 모양새다. 카드사들은 내년에 당장 적격비용 재산정이 예정된 상황에서 명확한 해결책 없이 재산정 기간만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게 개편안 내용의 전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상 현재 수준에서 수수료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한데 내년 총선 전에 결론을 내버리면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까 봐 전전긍긍하는 정치권의 압박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예측이다.
그러나 적격 산정 비용 재산성 TF가 출범한 지 무려 2년이다. 이제는 당국도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야 할 때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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