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에 글로벌 TOP5, 2020년대에 글로벌 톱3. 동력은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해 다양한 설이 있지만, 혁신의 관점에서 살펴보자면 현대자동차를 30년 넘게 연구했던 조형제(울산대 명예교수), 김철식(한국학중앙연구원), 정준호(강원대학교) 교수가 최근에 출간한 '린 생산방식에 대항하는 애자일 생산방식'(Agile against Lean)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책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생산직이 아닌 엔지니어 주도의 생산 체제, 숙련 절약적 노동체제, 준-수직통합에 기초한 공급망 관리를 통해서 현재의 자리에 올라섰다.
먼저 도요타의 경우 생산 현장에서의 생산직 노동자들의 숙련 형성을 중시하고 엔지니어들과의 협업을 중시한다. 노동자들이 장인이 되어 품질을 책임지고 다양한 역량을 갖게 된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에서는 가능한 한 로봇을 설치하고 자동화율을 높여 누구나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러한 작업환경을 설계하여 생산량과 품질을 담보하는 책임은 엔지니어들에게 있다. 적대적 노사관계 속에서 노동자들의 숙련을 향상시키는 것보다 대졸 이상 엔지니어들의 '두뇌'에 더 많은 기대를 해온 방식이 누적되었다. 엔지니어들은 과업이 부여되었을 때 이를 '임기응변(improvisation)'에 의해서 풀어내곤 했고, 현대의 "해봤어?" 레거시는 실패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동기부여가 되곤 했다. 제조업의 핵심 주체가 생산직 노동자에서 엔지니어로 변해가는 현재 트렌드에 걸맞은 현대자동차의 대응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생산직 노동자들의 자리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현대자동차는 현대모비스를 통해 핵심 부품 회사들을 관리하는데, 모비스의 하청 부품사들은 모두 각각의 독립법인이지만 마치 한 회사의 부서처럼 현대자동차의 목표에 맞게 품질, 단가, 납기(Quality, Cost, Delivery)를 조율한다. 해외 진출에 있어 도요타는 현지에 있는 협력사들에서 소재부품장비를 조달하지만, 현대자동차는 국내의 협력사들을 동반 진출시켜 현대자동차 생태계를 확장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낸다. 현대자동차의 부품 협력사들은 '모기업'과의 공생에 적응하며 전속 관계를 유지하는 중이다. 최근에 현대자동차는 협력사들이 테슬라, GM, 벤츠, BMW 등 다른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에도 제품을 공급해도 된다고 하지만, 가장 큰 매출을 현대자동차를 통해 달성하는 관계가 바뀌진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생산방식과 공급망 관리를 통해 여기까지 왔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책을 읽는 독자들은 다양한 생각들을 떠올릴 수 있다. 현대자동차 대졸 이상 엔지니어들이 예전과 달리 영어도 잘하고 다른 나라의 자동차 회사나 제조업체로 이직할 수도 있는데, 주52 시간 시대에도 회사는 이들에게 '헌신'을 기대할 수 있을까? 부품사들이 다른 완성차 회사들과 교류하면서 경쟁력을 높이면서 교섭력을 높였을 때 지금처럼 현대차 맞춤형으로 무엇이든 만들어 제공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은 비단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한국의 '잘나가는' 제조업체 전반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고급 인력에 대한 고민과 '동반성장'이 부족한 제조업 생태계의 약점 말이다. 어디까지 '임기응변'으로 '성공 스토리'를 쌓을 수 있을까?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지속가능한 성장의 모멘텀을 계속 끌고 가길 기대해 본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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