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 높았던 노도강은 잠잠···1기 신도시도 소문만 무성거래량 증가도 미미···업계 "사업성 개선방안 절실해"압구정·강남·여의도 일대만 후끈···건설사 물밑작업 치열
최근 정비업계에선 재개발‧재건축에 관련한 정부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의 재건축 절차완화에도 불구하고 강남 등 일부 부촌을 제외하곤 정책효과가 나타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등 서울 외곽과 1기 신도시 등 중층(15층)이상 아파트밀집지역의 사업성을 개선할 수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규제완화에 관한 내용이 담긴 정부의 1‧10대책이 발표된 후에도 대다수 지역에선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앞서 1‧10대책을 통해 재건축 절차를 완화하기로 했다.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안전진단 추진과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했다. 1기 신도시에선 선도지구를 지정해 임기 내 착공하고 2030년 첫 입주를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통합재건축을 하는 단지에는 안전진단을 면제하기로 했다.
재건축 패스트트랙의 경우 지난해 초 안전진단 완화정책과 비교했을 때 비용마련측면을 제외하면 실무적으론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원래는 안전진단을 받기 위해 주민들의 모금으로 비용을 마련하거나 동의서 50%를 확보해 융자지원을 받아야 했다.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조합 설립 후 시공사를 선정해 사업대여비를 받으면 이 비용으로 안전진단을 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재건축 단지가 많은 노도강 지역에선 재건축과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 1‧3대책으로 점수비중조정과 적정성검토(2차 안전진단) 등을 통해 안전진단 통과가 수월해지면서 웬만한 단지는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했다"면서 "(대책발표 후) 오히려 안전진단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오해가 퍼지면서 모금활동 등 재건축 관련 활동이 중단된 곳도 많다"고 했다.
1기 신도시도 1‧10대책이 큰 자극을 주진 못하고 있다. 1기 신도시는 지역별로 임명된 총괄기획가를 통해 주민들에게 정책추진에 관한 내용 대부분이 공유되고 있는데, 이번 발표에 이 외에 특별한 내용이 추가된 게 없어서다. 업계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이미 주민들이 다 아는 내용을 공식화를 한 것에 불과하다"라면서 "오히려 주민들은 용적률 완화 등에 더 관심이 많은데 이번 대책엔 그런 내용은 빠져있다"고 했다.
거래량에도 큰 변화가 없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24건으로 12월(1764건)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아직 한 달 이상 신고기간이 남았지만 극적인 반전은 힘들다는 것이 중개업계의 중론이다.
가격은 오히려 내리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셋째 주(15일 기준) 서울은 전주와 같은 -0.04% 하락폭을 유지했다. 다만 재건축 단지가 많은 송파구는 -0.13%로 전주(-0.11%)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금천구(-0.03%→-0.06%)도 독산·시흥동 중소형 단지 위주로 가격이 떨어졌다. 경기도(-0.07%)에서도 1기 신도시인 ▲성남 분당구(-0.16%) ▲안양 동안구(-0.16%) ▲부천 원미구(-0.14%) ▲고양 일산동구(-0.10%)의 하락폭이 도드라졌다.
업계에선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는 추가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1기 신도시와 서울 외곽 단지 대부분은 12~15층 이상의 중층아파트다. 이 때문에 용적률이 높고, 부지면적 대비 가구 수가 많다"면서 "재건축 절차를 개선해도 사업성 때문에 사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사업성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는 ▲용적률 상향 ▲공공기여 축소 ▲임대주택 공급가격 인상 등이 거론된다. 용적률을 높이면 수익이 되는 일반분양을 늘려서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다. 공공기여에는 녹지조성, 공공시설물 기부채납 등이 있다. 업계에선 이와 관련한 면적을 줄이는 대신 현금으로 대신하게 한다거나 공공성이 높은 별도 시설물로 대체하는 대안을 주장하고 있다. 임대주택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파는 가격이 실제 드는 공사비에 비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사업성이 좋은 강남과 여의도 등 일부 지역에선 재개발‧재건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신반포2차와 영등포구 여의도한양, 한남뉴타운 4‧5구역, 노량진1구역 등이 올해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송파구에서도 10여개의 단지가 시공사 선정을 준비 중이다.
건설사들도 시공권을 차지하기 위한 물밑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8월 주거플랫폼 '래미안 넥스트홈'을 발표하면서 주택사업 확장을 공식화했다. 최근엔 도시정비영업 인력도 확충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과 반포일대를 정조준한 '압구정TFT'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이외에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GS건설 등이 강남일대에서 각축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당분간 주택가격이 바닥을 다지는 가운데 지역별로 재건축사업에 양극화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겸임교수는 "입주물량 감소로 전세가격은 상승하지만 거시경제의 악화로 매매가격은 당분간 눌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집값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 속에선 재개발‧재건축도 사업성을 기준으로 동력이 나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jim332@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