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규모 400억원으로 가장 적어···배상규모 80억 내외 예상업계 "임종룡, 당국 이해도 높은 만큼 선제조치" 의견 지배적
일각에서는 금융위원장 출신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당국의 생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만큼 한발 빠른 조치를 취했다는 시각도 있다.
우리은행은 22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해 홍콩 ELS 투자자에 대한 자율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4월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손실 확정 고객에게 신속하게 조정비율 산정과 배상금 지급에 나선다.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의 경우, 조정비율 협의와 동의를 마치고 나면 일주일 이내로 배상금 지급이 완료된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첫 번째로 홍콩 ELS 자율배상에 나선 이유에 대해 판매 규모를 꼽는다. 우리은행은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홍콩 ELS 판매 규모가 가장 적은 곳이다.
고객 배상에 따른 손해가 크지 않은 만큼 금융소비자 보호 여론 및 향후 과징금 등의 제재조치 등을 감안할 때 타 은행보다 결정이 쉬웠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은행별 홍콩 ELS 판매 규모는 ▲국민은행(7조8000억원) ▲신한은행(2조4000억원) ▲농협은행(2조2000억원) ▲하나은행(2조원) ▲SC제일은행(1조2000억원) ▲우리은행(400억원) 등이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ELS 분쟁 조정 기준을 감안하면 타사는 자율배상 규모가 2000억원에서 많게는 9000억원까지도 이를 수 있어 손익과 배당 추정치 모두 하향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금융은 해당 ELS 익스포저가 매우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배상규모는 적게는 70억원에서 많게는 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홍콩 ELS 관련 전수조사해야 하는 고객 수가 적은 만큼 합리적인 의견 추론이 빠를 수 있었고, 빠르게 치고 나가 우리금융을 어필하는 계기로 삼은 것도 선제배상을 결정한 이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측은 이날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면서 '투자자 불확실성 해소', '투자자 보호', '투자자 중심 은행 자산관리서비스 수준 향상' 등을 배경으로 내세웠다.
우리은행은 선제적으로 자율조정에 나선 이유에 대해 "ELS 만기 이전에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투자자 보호에 나서기 위함"이라며 "이번 자율조정을 통해 투자자 중심의 은행 자산관리서비스 수준을 한층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역할론도 있었을 것으로 분석한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5대 은행이 금감원 발표 후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우리은행이 은행들 사이에서 코디네이션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확인된 바는 없지만)임종룡 회장이 금융위원장 출신인 만큼 금융당국과 이야기가 잘 됐을 수도 있고, 사전 논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금융당국의 생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인 만큼 먼저 움직였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이 관료출신인 만큼 상생금융 때부터 금융당국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히며 "당국입장에서 보면 우리은행이 빠르게 배상을 결정하며 배상규모가 큰 은행들을 압박하는 역할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은행의 결정이 반가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jisuk618@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