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호텔 등 대금 입금 지연으로 예약 줄취소큐텐 "제3의 금융 기관과 연계해 자금을 안전 관리·정산 노력"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교원투어, 노랑풍선 등 주요 여행사들은 티몬과 위메프를 통한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최근 대금 정산이 지연되면서 항공권·티켓 등 다양한 상품의 이용이 정지된 것.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그랜드하얏트제주 등 호텔·리조트, 테마파크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앞서 티몬은 셀러들에게 "부득이하게 정산금 지급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티몬과 위메프에서는 해당 여행사들의 상품이 노출되지 않고 있다. 일부 기업은 티몬이랑 위메프로 예약한 고객은 할인 해주고 직판 예약으로 바꾸고 있다.
선정산 업체들은 일찌감치 티몬·위메프와 거래를 중단한 사태다. 선정산 서비스는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신용을 담보로 셀러들에게 판매 대금을 정산 주기보다 미리 빌려주는 서비스다. SC제일은행 등 시중은행부터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P2P)까지 모두 티몬·위메프 셀러에 대한 선정상 서비스를 중단했다.
실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및 온라인카페 등에서는 티몬 대금 정산 지연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내일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이 취소됐다" "호텔 예약 취소를 통보받았다" 등의 내용이다. 실제 한 항공사는 고객들에 "금일 티몬 담당자로부터 정산 대금 무기한 지연에 대한 안내가 최종 확인됐다"며 "부득이 항공 취소 혹은 재결제 안내를 한다"고 안내했다.
여행사들이 빠르게 상품 판매 중단에 나선 것은 큐텐 산하 플랫폼들의 자금 압박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을 한 까닭이다. 이번 사태는 위메프가 이달 초 예정된 일부 셀러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업계에서는 큐텐이 올해 초 북미·유럽 기반 전자상거래업체인 '위시'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3월엔 애경그룹 온라인몰인 'AK몰'을 인수하는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자금 압박이 가중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티몬은 당초 대금 지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지난주 셀러 공지를 통해 정산 지연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를 계기로 셀러들을 비롯해 협력사까지 발을 빼기 시작했다.
모기업인 큐텐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 셀러를 중심으로 정산 지연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전산 오류, 시스템 고도화에 따른 부작용 등의 이유로 정산 지연에 대해 해명해 왔지만, 이번 정산 지연 문제를 인정하면서 고갈난 유동성이 원인이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셀러들에 이어 협력사까지 큐텐 계열사 손절을 본격화하면서 파장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플랫폼 내 상품·브랜드 감소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위메프는 지난 17일 판매자 공지를 올려 연이율 10% 지연 이자 지급, 지연 금액의 10%포인트 지급 등 보상안과 함께 이달 말까지 정산을 완료하겠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다만 셀러·협력사 이탈이 장기화될 경우 임시방편 효과는 떨어진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티몬·위메프는 금일 미정산 문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정산 구조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구매자의 결제금 중 셀러에게 지급되는 정산금은 제3의 금융기관에 예치해 미정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 대금 보관 역할을 맡을 전자지급결제대행(PG), 결제대금예치(애스크로)사를 섭외 중이다.
일각에서는 구영배 큐텐 대표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미국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인수전에 나서며 외형 성장에만 치중한 것이 화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구 대표는 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들에게 빠르고 안전한 대금 지급을 지원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정산 시스템 도입을 결정했다. 제3의 금융 기관과 연계해 자금을 안전하게 거치하고, 빠른 정산을 지원한다는 목표"라며 "정산 지연 사태를 빠르게 해결하고 판매자, 고객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queen@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