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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금융지주 결격사유에도 자회사 편입···전문가들 "자의적 판단 막아야"

금융 은행

금융지주 결격사유에도 자회사 편입···전문가들 "자의적 판단 막아야"

등록 2024.09.05 16:52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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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토론회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개선방안 논의전문가 "금융당국의 심사 재량권이 남용되는 문제"

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기관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기관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ABL생명보험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제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잇단 금융사고와 부당대출로 고개를 숙인 우리금융이 부실한 제도 탓에 몸집만 불리게 됐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기관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유명무실해지거나 금융당국의 심사 재량권이 남용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의 진행자는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가 맡았고,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와 봉선호 사무금융노조 OK금융그룹 지부장이 주제 발표에 나섰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도 토론에 함께 참여했다.

김 의원은 인사말에서 "현재 우리금융지주는 검찰과 금감원으로부터 불법 특혜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는데도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의결했다"며 "기관 경고 등을 받으면 대주주 자격이 없지만,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009년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으로 도입된 특례제도를 통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면제받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행 심사 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세부사항에 대한 법적 근거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회 정무위에서 정책 제안 법률 개정 등 필요한 방법들을 함께 고민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의원이 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기관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의원이 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기관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

우리은행 결격사유에도 케이뱅크 예비인가···"음흉한 뒷거래 있을 것"


이날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전성인 교수는 결격사유가 있는 대주주가 심사를 통과하거나 면제받았다면 '음흉한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란 주장을 내놨다. 이에 대한 물증은 없지만 감독당국도 손을 쓸 수 없는 권력의 압박이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특히 전 교수는 과거 케이뱅크의 최대주주였던 우리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거론했다. 은행법 시행령에 따르면 은행이 대주주로서 적격성을 인정받으려면 BIS 자기자본 비율이 8%를 초과하고 국내은행의 BIS 비율 평균치를 넘어야 한다. 하지만 케이뱅크 예비인가 심사 당시 우리은행의 BIS 비율은 국내은행 평균인 14.08%를 넘지 못했다.

이에 금융위는 우리은행의 최근 3년간 BIS비율이 국내은행 3년 평균치(14.13%) 이상이므로 재무적 건전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유권해석했다. 당시 우리은행이 자격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금융당국이 케이뱅크에 편법적으로 예비 인가를 내렸다는 얘기다.

또한 전 교수는 우리금융지주의 '과점주주체제'도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과점주주가 안정적으로 은행 또는 지주회사를 지배하기 위해선 '주주간 계약'을 체결해야하고, 이 계약에는 이사 선임방식에 대한 배분, 의결권 행사 방식의 제한 등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 같은 계약조항들은 모두 주주권 행사를 제한하기 때문에 이들 주주를 '동일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전 교수는 "우리금융지주의 과점주주를 동일인으로 본다면 동일인으로서 과점주주는 한도초과 보유주주가 되기 때문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 교수는 과점주주들이 개별적으로 10% 이내의 주식을 보유하면서 주주간 계약을 통해 은행을 지배하는 방식에 대한 규제가 매우 부실하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주식 보유의 구체적 규모 뿐만 아니라 사실상 지배여부에 따른 심사를 적용해야 한다는 게 전 교수의 주장이다.

또한 우리금융지주와 인터넷전문은행 등이 체결한 주주간 계약이 국회의원을 통해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계약 내용을 보고 과점주주들을 동일인으로 판단할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 교수는 "현재는 적격성 미달시 제재조치를 가하면 불이익한 행정처분으로 간주되는데, 적격성 유지에 실패하면 예외적으로 자격을 회수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피규제자에 의해 협박당하거나 휘둘리는 모습은 규제시스템의 근간을 훼손하므로 편법보다 규제를 엄정하게 집행하는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가운데)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기관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가운데)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기관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

금융지주 고위임원 자격도 검증해야···일관되고 객관적인 심사 필요


이어진 토론에 참여한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거나 결격사유로 기소된 경우 '사회적 신용도'를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세부요건으로 추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소장은 "자격심사 제도의 취지가 금융회사 대주주의 사회적 신용도를 검증하는 것이라고 볼 때 재판 또는 징계처분 시 대주주 자격심사를 유예하고 무죄 확정판결 이후 심사를 재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또한 금융당국의 재량적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조건부 승인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 강제력을 부과하고, 불이행 시 자격 승인을 취소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주회장의 독단경영에 대한 견제 부재는 회장 임명 과정에서 관치적 개입을 불러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주회장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고위 임원의 자격에 관한 객관적 기준을 법령에 명시해 금융당국의 자의적 판단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편입을 무엇이든 주문만 외우면 이뤄지는 '요술방망이'에 비유했다. 금융지주회사가 기관경고 등 대형 제재를 받았더라도 가벼운 조건만 충족하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면제받을 수 있어서다. 이는 앞서 김현정 의원이 우리금융지주 관련 지적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금융지주회사법 제42조 2항에 따르면 금융지주사의 자회사 편입승인 요건은 크게 4가지로 구성된다. ▲사업계획의 타당성 ▲재무상태와 경영관리상태의 건전성 ▲자금조달의 적정성 ▲관련시장의 경쟁제한 여부 등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기관경고를 받은 KB금융지주가 LIG손해보험을 자회사로 편입시켰고, 채용비리가 터진 신한금융지주도 ING생명(현 신한라이프)을 자회사로 품었다"며 "제재를 받은 금융지주회사들이 자회사를 편입시킬 수 없도록 금융당국이 일관되고 엄격한 심사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통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를 결의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우리금융은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으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특례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면제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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