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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경영권 잡으려다 한미약품 미래 불 태운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경영권 잡으려다 한미약품 미래 불 태운다

등록 2024.10.15 15:50

수정 2024.10.15 15:51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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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끝난 줄만 알았던 한미약품그룹 오너가 경영권 분쟁이 다시금 격화되고 있다.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OCI 그룹과 통합 건부터만 따져도 벌써 10개월째다.

몇 번이고 가족 화합과 공동 경영을 강조했던 말이 무색하게도 분쟁 당사자 간 감정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은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를 상대로 빌려준 돈 266억원을 반환하라며 지난 3월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8월 가압류 결정이 내려졌다. 임종윤 이사는 지난달 한미약품 이사회가 끝난 후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싸움은 분쟁 당사자 개개인을 넘어서 회사 간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종속회사인 한미약품은 한미약품 측의 '독립 선언' 이후 몇 번이고 날 선 보도자료를 주고받았다. 한미사이언스는 박 대표를 향해 "꼭두각시"나 "하수인"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고, 한미약품은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자 "이번 제안이 한미사이언스 법인이 한 것인지, 특정 대주주(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의 독단적 결정인지 불확실한 상태"라면서 "지주사의 '독재 경영'은 유감"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각종 소송과 고발로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는 가운데 결국 시장의 시선은 각 회사 임시 주주총회 결과로 쏠리고 있다. 형제 측은 한미약품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신동국 한양정밀회장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등 대주주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각각 이사회 개최를 요구한 상태다. 두 이사회에서 어느 쪽이 더 많은 표를 차지해 목적한 바를 달성하느냐, 10개월에 걸친 싸움은 결국 주총 힘겨루기로 귀결되고 있다.

과연 주총 결과에 따라 이사회를 장악한 측이 이 분쟁을 끝낼 수 있을까?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현재 형제 측 5 대 3인 연합 측 4로 형제 측에 쏠린 구도다. 개최가 확정된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서 공석인 이사 한 자리를 채워 이사회 동수 맞추기는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사 총수를 11명으로 늘려 추가 선임하는 건은 의결권 과반이 필요해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게 되면 지주사 이사회는 5대5 동수를 이뤄 사실상 의사 결정 능력이 마비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오너가 경영권 분쟁에 '신약 개발 명가'이자 국내 제약사 '빅5'라는 한미약품의 명성도 위태로워질 참이다.

현실적으로 임시 주총이 분쟁을 끝날 가능성을 따지기에 앞서 이번 사태를 취재하며 한 기업의 본질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취재 과정에서 서울에 위치한 한미약품 본사와 경기도 화성에 있는 R&D(연구개발) 센터 등을 자주 들락거렸다. R&D 센터 로비에서는 고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흉상 위 큰 화면으로 임 창업주의 어록을 반복 재생하고 있다.

고 임 회장이 남긴 "R&D 없는 제약회사는 죽은 기업"이며 "제약 강국에 앞서서, 신약 강국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는 어록 아래에서 한미약품 임직원과 소액 주주, 기자가 어지럽게 섞인 모습이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보여주는 듯했다. 분쟁 당사자 모두 신약 개발 정신을 잇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것이 단지 말로만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거버넌스 구석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고 임 회장은 평소 한미약품 모두를 '가족'이라고 불렀다 한다. 이번에야말로 진정 가족 간의 화합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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