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금융사고 발생 이어 은행장 사무실 압수수색금감원 이례적으로 "적극 협조" 입장 밝히며 주목"인사 앞두고 압수수색 상징적···연임 더 어려워졌다"
우리금융은 지난 9월 말 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임기 만료 CEO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으며 이르면 이달 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와중에 반복되는 우리은행의 금융사고와 검찰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에 대한 수사 압박은 조 행장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5일 외부인의 허위 서류 제출에 따른 25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 3월 14일 발생한 사고며 손실 예상 금액은 미정이다.
해당 사고는 재개발 상가 할인 분양을 받은 고객이 할인받기 전 분양가로 대출금을 신청하며 시작됐다. 우리은행은 이면 계약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자체 조사에 나서 금융사고를 발견했으며 담보금액이 충분한 만큼 실제 손실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지속적으로 금융사고에 노출됐다. 지난 6월 경남 지역 한 영업점에서 1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했으며 8월에는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의혹이 알려졌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이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에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해줬다고 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외부인의 허위 서류 제출에 따른 55억59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대규모 횡령 사고가 발생하자 7월 상반기 정기 인사에서 내부통제 업무를 맡았던 준법감시인을 전격 교체하는 등 쇄신 인사를 단행했으나 이후에도 반복되는 금융사고를 막는 데 실패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조 행장이 올해 우리은행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음에도 연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조 행장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감원과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연임할 계획이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퇴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된 수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점도 우리금융이 조 행장의 연임을 결정짓는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8월 우리은행 본점과 사무실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데 이어 이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사무실도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조 행장이 취임 후 부당대출이 이뤄진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은 정황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검찰의 우리금융 압수수색과 관련해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금감원은 "금감원은 우리금융 전직 회장 친인척 부적정 대출 사안과 관련해 그간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검찰에 신속하게 제공하는 등 검찰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며 "앞으로도 검찰 수사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금감원은 이달 15일 종료 예정이었던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에 대한 정기 검사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금융권에서는 검찰이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사무실에 압수수색에 나선 점, 금감원이 검찰의 수사에 대한 적극 협조 의사를 밝힌 점 모두 인사 발표를 앞둔 우리금융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행장이 직접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검찰과 금융당국이 우회적인 압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여기에 더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28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인사를 앞두고 진행되는 만큼 이사회 의장들에게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회장실, 행장실의 경우 자료를 남겨두는 곳이 아닌 만큼 이번 압수수색은 상징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면서 "대규모 부당대출 사건이 벌어진 만큼 올해 안에 결과를 내고 싶을 텐데 인사 시즌이 맞물린 만큼 적당한 시기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의 경우 이 같은 상황에서 조 행장의 연임을 결정짓기 더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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