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정치 상황과 별개로 여야 예산안 합의 처리해야"

10일 이창용 총재-기재위 야당 국회의원 면담

"정치 불확실성은 경제 악재, 즉각 노력 필요"

"내년 재정정책 확장적 접근 필요성도 논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야당 의원들과 만나 내년 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이 총재는 한국은행에 방문한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 등 야권 3당 소속 기재위 의원들과 만나 "정치 상황과 별개로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당부했다.

원화 약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해서는 "지금 환율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분간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시장은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해외 투자자들에게 국내 경제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과 이 총재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있다는 데 큰 틀에서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총재와 야당 의원들은 외환시장에 대해서 환율 문제는 특히 심리적 문제가 크기 때문에 국내 불안심리 해소하기 위한 즉각적인 노력을 하겠다는 이야기도 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재정정책을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태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재정정책 부문에서는 실물경제 위축, 국민 불안심리 등이 확대됐기 때문에 (확장적) 접근들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총재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기재위 야당 의원들이 10일 한국은행을 방문하고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 총재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일 심야에 개최된 'F4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 뒷얘기도 언급했다.

당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계엄 선포 전 소집된 국무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강하게 제시한 뒤 자리를 박차고 나왔고, 사의를 표명하려 한 것을 이 총재가 만류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당시 최 부총리에게 '경제 사령탑이 있어야 대외적으로 심리가 안정된다'고 사의를 만류했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은을 방문한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 김태년·안도걸·오기형·윤호중·정일영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등이 참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참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