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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롯데헬스케어 매각설···바이오 집중 전략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롯데헬스케어 매각설···바이오 집중 전략

등록 2024.12.21 07:00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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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신유열 승계 맞물려 '양자택일' 불가피삼바 등 성공 사례 있는 CDMO에 역량 집중생물보안법, 경영진 역량 등 불확실성 존재

기관투자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교직원공제회에서 열린 롯데그룹 통합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하기 위해 설명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기관투자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교직원공제회에서 열린 롯데그룹 통합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하기 위해 설명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롯데그룹이 2년 전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웠던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의 방향성이 극명하게 달라졌다. 헬스케어 사업은 청산 수순을 밟게 됐고, 바이오 분야에 대해선 투자를 확대하며 사업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21일 전자공시시스템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100% 자회사인 롯데헬스케어 법인 청산과 관련해 오는 24일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청산 완료 시기는 내년 3월로 전해졌다.

법인 청산에 따라 롯데헬스케어가 보유한 테라젠헬스 지분도 매각한다. 테라젠헬스는 롯데헬스케어가 2022년 10월 유전자 검사 전문업체인 테라젠바이오와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롯데헬스케어가 51%의 지분을 보유했다. 지난해엔 우웅조 롯데헬스케어 사업본부장과 황태순 테라젠바이오 대표가 테라젠헬스 공동 대표 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롯데헬스케어는 롯데가 꼽은 4가지 신성장 테마(바이오앤웰니스·모빌리티·지속가능성·뉴라이프 플랫폼) 중 하나다. 700억원을 출자 받아 지난 2022년 4월 출범했으며, 작년 9월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을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롯데지주에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전격 지원에 나섰지만 그룹의 예상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 사업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헬스케어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첫 사업 아이템은 국내 스타트업의 기술을 도용했다는 의혹으로 좌초됐고, '캐즐'의 성과도 부진했다. 롯데헬스케어의 작년 매출액은 8억원인 반면 영업손실 규모는 연결기준 228억9463만원으로, 전년보다 117억원 이상 손실 폭이 증가했다. 회사는 최근 캐즐 앱 서비스와 고객센터 운영을 연내 종료하겠다는 공지를 내리기도 했다.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롯데헬스케어 직원들을 고용 승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헬스케어 사무실도 롯데월드타워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롯데헬스케어 사업 철수는 롯데 3세 신유열 부사장의 승계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그의 가장 큰 숙제는 경영능력 입증이다. 그러나 그룹이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에서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을 끝까지 끌고 가기란 쉽지 않다.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대신 신 부사장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직하고 있는 만큼 롯데는 바이오사업에서 성장동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기업들의 성공사례가 있는 만큼 신약개발보다 안정적인 성공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은 올해 약 24조원에서 연평균 10.9% 성장해 2029년 약 4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실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수장을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을 예고했다.

새 수장은 최근까지 지씨셀(GC셀) 대표이사를 지낸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 제임스 박 대표이사다. 박 신임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의 수주 계약을 성사시킨 이력이 있다. 그는 지난주부터 회사에 출근한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대표이사 교체 배경에도 성과 부진이 있다. 초대 대표를 지냈던 이원직 전 대표는 2021년 롯데지주에 영입된 이후부터 CDMO 사업 초석을 다지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미국 시러큐스 소재 BMS 공장 인수, 송도 바이오 캠퍼스 건설 등을 추진하며 CDMO 사업을 본격화했지만 해외 영업 역량이 부족했던 탓에 시장을 선점하지 못했고, 추가 수주도 꾀하지 못했다.

신규 수주 계약 체결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크게 생산시설의 부재와 대표이사의 네트워크 역량이다. 시러큐스 공장 생산역량은 연 3만5000리터(L) 정도로 규모가 작고 이미 가동률이 80%에 달한다. 현재 건설 중인 1공장은 2027년 가동 예정이다.

생산공장과 트랙레코드(규제기관 승인)가 없는 후발주자는 대표이사의 역량에 기댈 수 있다. 해외에서 수주 경험이 있거나 글로벌 네트워크가 풍부한 인력이라면 일단 스타트를 끊는데 기여할 수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박 대표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턴어라운드의 발판을 마련함과 동시에 한국과 미국 임직원들을 원활히 이어줄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박 대표는 내년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직접 참가해 신규 수주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생물보안법안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수혜 기대감이 낮아졌고, 생산공장과 트렉레코드도 없어 박 대표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의회가 중국 바이오기업 견제 목적으로 추진하던 법안이나, 연내 통과가 불발돼 반사이익 기회를 노리던 CDMO기업들에게 악재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회사 관계자는 "롯데는 생물보안법이 발의되기 전 CDMO 사업을 시작했다. 통과가 됐다면 플러스 이익이 생길 수 있었겠지만, 안되더라도 사업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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