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프라주' 공동판매 계약 유력항암제 CDMO 수주···LBA 사업 확장자산 매각 자금 신사업 투자 전망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보령의 올해 연결 기준 예상 매출액은 1조37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20.7% 가량 상승한 수치다. 올해 보령은 3분기 누적 매출액 7602억원을 기록해, 추세대로면 연 매출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보령의 1조 클럽 입성에는 전문의약품의 지속적인 성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분기 기준 전문의약품 매출액은 173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5.8%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혈압치료제 '카나브'가 매출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카나브는 보령이 자체 개발한 신약으로 지난 2011년 국내 시장에 첫 출시했다. 지난해 2월 물질특허가 만료되며 올해 제네릭(복제약)이 속속 품목허가 받고 있지만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13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1% 증가했다. 현재 3개 회사가 카나브 제네릭 제품을 품목허가 받았지만, 아직 시장에는 출시하지 않아서다. 이는 보령 측이 미등재 용도 특허 등록을 통한 방어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HK이노엔과 공동판매(코프로모션) 계약을 맺은 '케이캡'도 올해 외형성장을 이끌었다. 케이캡이 속한 스페셜티 케어 부문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1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7% 상승했다.
케이캡은 HK이노엔이 개발한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올해 초 보령이 새롭게 공급권 계약을 맺고 공동판매에 나섰다. 양사가 맺은 카나브와 케이캡에 대한 상호 코프로모션 계약은 두 제품이 고공성장을 이어가는 등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보령이 공동판매 계약을 통한 매출 성장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비보존제약이 국산 38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어나프라주 출시를 앞두고 보령과 협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앞서 보령은 올해 4월 비보존제약과 어나프라주의 국내 상업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당시 협약에 따르면 비보존제약은 어나프라주를 완제품 형태로 보령에 제공하고, 양사가 유통·판매에서 역할을 분담한다.
아직 공동판매 계약이 확정되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MOU를 체결한 만큼 보령과 우선적으로 계약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나프라주 공동판매에 나설 경우 보령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안정적인 외형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마약성 진통주사제 시장은 430억원, 비마약성 진통주사제 시장은 1205억원 규모로 비보존제약은 두 시장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향후 5년 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보령 관계자는 "어나프라주 관련해서는 아직 비보존제약과 협의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LBA' 전략 안착, 사업 확장 나서
올해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예고했던 항암제 부문도 LBA 전략을 바탕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LBA(Legacy Brand Acquisition, 레거시 브랜드 인수) 전략이란 특허가 만료된 해외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인수해 국내에서 생산, 판매, 허가하는 전략이다. 기존 품목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지난 2020년 5월 일라이릴리의 항암제 '젬자(젬시타빈)'를 인수해 항암사업부를 성장시키고, 2021년 조현병(정신분열병)·양극성장애 치료제 자이프렉사의 국내 판권을 확보하는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올드드럭' 인수에 나섰다.
올해는 LBA 자사생산 전환 과정에 있는 항악성종양제 '알림타(성분명 페메트렉시드이나트륨칠수화물)'가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알림타 3분기 매출액은 195억원으로 전년동기 54억원 대비 262.5% 증가했다.
이외에 동분기 자이프렉사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3.2% 증가했고, 항암제인 '젬자'와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온베브지' 매출액도 전년동기대비 각각 12.7%, 12.9% 상승했다.
앞서 장두현 보령 대표는 올해 초 "LBA 전략을 통해 글로벌 다빈도 항암제를 자산화, 내재화함으로써 해당 항암제의 안정적 공급은 물론, 매출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보령의 항암제 사업은 LBA 전략을 시작하며 2019년 매출 798억원에서 지난해 2170억원으로 4년 만에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올해는 3분기 누적 매출 188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도 나서며 LBA 사업 확장에 나섰다. 보령은 지난 12일 대만 제약사 로터스(Lotus Pharmaceutical Co., Ltd.)와 최소 5년 동안 유지되는 세포독성 항암제의 CDMO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비밀조항을 이유로 구체적인 품목과 계약 규모, 기간 등은 밝히지 않았으나 계약 품목은 LBA 전략에 따라 인수한 항암제 '젬자'나 '알림타'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된다. 보령이 CDMO 계약사실을 알리며 "이번 계약을 통해 보령은 LBA 전략의 확장 전략으로서 인수한 오리지널 의약품의 생산을 내재화하고 이를 해외 시장에 공급하는 모델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번 CDMO 계약을 통해 보령은 로터스의 항암 주사제 생산을 담당하게 된다. 해당 의약품은 관련 인허가 절차 완료 후, 내후년부터 해외에 공급될 예정이다.
지분승계 완료, 신사업 드라이브 걸리나
최근 대규모 자산 매각을 통해 충분한 현금을 확보한 보령은 김정균 보령 대표의 지분승계 작업이 완료된 만큼 남은 자금을 우주 헬스케어 사업에 더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오너 3세인 김정균 대표는 지난 2022년 대표 취임 이후 우주 사업을 회사의 새 먹거리로 낙점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취임 첫 해인 2022년 2월 미국 우주 개발 기업 액시엄 스페이스에 1000만달러(121억원)를 투자해 지분 0.4%를 확보한 이후 약 2년 10개월간 우주 사업 관련 투자만 총 11건, 투입 금액 929억원 수준에 달한다. 올해 주요 자산을 매각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신사업 투자 자금 확보라고 해석한 이유다.
보령은 지난 7월 본사 사옥인 보령빌딩과 관계사인 보령바이오파마를 매각하면서 각각 1315억원과 2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어 이달 18일 가은글로벌과 바이젠셀 지분 218만8320주를 79억8736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최대 주주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앞서 보령 측이 보령빌딩과 보령바이오파마 매각 자금에 대한 자금 활용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으며 업계에서는 용처를 두고 신사업 투자냐, 경영권 승계 자금이냐를 두고 의견이 나뉘었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신사업 투자보다는 제약 연구개발(R&D) 투자와 승계 자금에 쓰라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지난달 보령이 보령파트너스를 대상으로 175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일부는 김정균 대표의 지분 승계 자금으로 활용됐다.
보령파트너스는 김정균 보령 대표가 지분 88%를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로 사실상 개인 회사로 여겨진다. 유증 납입이 완료되며 보령파트너스는 지분 20.85%를 확보해 보령 2대 주주에 올라섰고, 보령파트너스를 통해 확보한 김 대표 보령 지분은 단순 계산으로도 18.35%가 됐다. 여기에 김 대표 직접 보유 지분(0.94%)과 보령홀딩스를 통해 갖고 있는 지분(6.64%)까지 합하면 김 대표 지분이 김은선 보령 회장 지분보다 많아지며 최대 주주가 된다.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한 셈이다.
보령에 따르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은 ▲제약사업 강화를 위한 공장 및 설비 증설 ▲전략적 필수 의약품 확보, 공급, 유통 사업 확장 ▲장기적인 국가 및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 투자에 쓰인다. 공시에 따르면 구체적으로는 조달 자금 중 500억원을 시설자금에 쓰고, 750억원을 운영자금, 500억원을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중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500억원이 우주 헬스케어 사업 자금으로 쓰이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보령파트너스 출자 대금은 올해 7월에 진행했던 보령바이오파마 매각으로 만들어낸 현금으로 볼 수 있다"면서 "공장의 공정 효율화 작업, 중장기적으로 바라보는 CDMO 사업, 추가 LBA 파이프라인 투자 검토, 항암제 등 필수의약품 및 유통망 확보, 신사업 발굴 등 다양한 분야에 이번 유상증자 대금을 활용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우주 사업 투자에 수 차례 강한 의지를 드러낸 김 대표가 지분 승계를 마친 만큼 신사업에 드라이브가 걸릴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김 대표는 앞서 투자한 민간 우주기업 액시엄과 액시엄 합작사인 블렉스를 포함해 보령홀딩스·보령·보령파트너스·신패스홀딩스 등 6개 기업에 사내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보령은 이달 5일 미국 휴스턴에 본사를 둔 인튜이티브 머신스에 1000만달러(한화 약 147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결정하며 우주 사업 투자를 이어갔다. 보령은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진행한 6500만달러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95만2381주를 취득하게 된다.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나스닥 상장사로 올해 2월 민간 기업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해 화제를 모은 곳이다.
보령은 "필수적인 우주 인프라를 보유한 선도적인 기업인 인튜이티브 머신스와 2023년 말부터 사업 협력을 논의해왔다"며 "이번 투자는 전략적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주의학 프로그램 '휴먼스 인 스페이스'(HIS)를 운영하며 우주의학 수요를 확인했다"며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보유한 인프라를 활용해 우주 의학 연구를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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