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고배당, 정 부회장 승계재원 꼽혀와캐시카우 HD현대오일뱅크→한국조선해양2025년 부터 3년간 1조 6780억 배당 관측
HD현대는 지난달 16일 공시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배당성향을 70% 이상을 유지하며 지난해 말 3% 수주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8~1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 비중을 나타내는 ROE는 기업 경영효율성 지표로 활용된다. HD현대의 공시는 곧 순이익 규모를 늘려 고배당 기조를 이어가는 한편, ROE 지표도 상향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18년 그룹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출범한 HD현대는 지주사 특성상 자체적으로 순이익을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HD현대 아래 있는 HD현대오일뱅크·HD한국조선해양·HD현대사이트솔루션 등 중간지주사별 사업 성과에 따라 순이익을 확대하고, 배당을 늘릴 수 있는 구조다.
HD현대는 2018년 지주사 출범 첫해 연결 당기순이익의 전부를 배당으로 집행해 연결 배당성향 100%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배당총액은 2705억원으로 연결 당기순이익인 2686억원보다 많았다. 이후 연결 당기순손실을 낸 2020년과 2021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배당을 단행했다. HD현대는 배당집행 기준을 연결 당기 순이익이 아닌 조정 별도 당기순이익으로 계산하는데, 이에 따르면 출범 이래 6년간 평균 93.2%의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HD현대가 고배당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엔 그룹 정유사이자 캐시카우인 HD현대오일뱅크가 있었다. HD현대오일뱅크의 HD현대 배당액은 ▲2021년 1508억원 ▲2022년 2838억원 ▲2023년 4137억원으로 매년 상승했다. 다만 글로벌 정유‧석유 업황 악화로 HD현대오일뱅크 실적이 악화하며 배당 수입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까지 HD현대오일뱅크의 배당금은 2360억원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16.8% 줄었다.
그간 HD현대의 고배당 기조는 정 부회장의 든든한 승계 재원으로 꼽혀왔다. 정 부회장이 HD현대 지분 승계 과정에서의 증여·상속세 납부 재원을 배당으로 마련할 것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특히 정몽준 이사장이 보유한 HD현대 주식 2101만1330주의 지분가치는 대략 1조7200억원으로, 정 부회장이 이를 전부 상속 받을 경우 내야 할 상속세만 약 8600억원에 달한다.
그간 정 부회장이 HD현대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2019년 154억원 ▲2020년 154억원 ▲2021년 231억원 ▲2022년 191억원 ▲2023년 229억원 등으로 추산된다. 그룹 캐시카우로 꼽혀왔던 HD현대오일뱅크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서도 정 부회장의 배당금 수입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조선업이 호황을 보이며 조선업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의 배당금 수취가 기대되고 있어서다. 실제 HD한국조선해양은 안정적 장기 실적을 토대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설 계획임을 밝힌 상황이다. 2027년까지 매출 34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로, 연평균 성장률은 12.8% 달성하겠다고 했다.
이를 토대로 2027년까지 ROE는 12% 이상을 이뤄 영업실적을 개선하고 주주환원율은 30% 이상을 목표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 추산에 따르면 향후 HD한국조선해양의 예상 현금배당은 ▲2025년 4610억원(1주 당 6500원) ▲2026년 5770억원(8200원) ▲2027년 6400억원(9100원)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HD한국조선해양이 주주환원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고 공언한 만큼 HD현대에 더 많은 배당이 이뤄질 전망"이라며 "정 부회장은 이를 통해 지분 승계를 위한 상속세 등의 자금을 마련하는데 쓰지 않겠냐"고 관측했다.
그러며 "올해 인사를 통해 정 부회장이 수석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오너 경영체계의 토대를 마련했고, 향후 지분 승계를 마치며 경영 승계 작업을 마무리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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