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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수익성 흔들리는 제약사, '인고' 시간 보내는 오너들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수익성 흔들리는 제약사, '인고' 시간 보내는 오너들

등록 2025.01.23 15:10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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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약품 '적자 전환'에도 방긋···R&D 투자 지속녹십자 '알리글로' 효과 올해부터 본격화 종근당, 신약 가치 기대감···"지속 투자로 과도기 이겨내야"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투자를 늘리며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 문제가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오너들의 뚝심 없이는 R&D 투자를 이어가기 힘든 만큼 과도기를 이겨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지난해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자큐보정'(성분명: 자스타프라잔 시트르산염) 개발 성공에도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상품 판매 비중이 높은데다 자큐보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적 기여도가 낮았을 거란 분석이다. 매출도 소폭 줄어들 전망이다.

제일약품은 전문경영인인 성석제 대표 집권 이후 다른 회사 의약품을 떼다 판매하는 사업으로 외형을 키웠다. 매출 규모로는 업계 10위권을 유지 중이지만 상품에 의존하는 구조는 만년 적자로 이어져 매년 1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냈다.

경영수업을 받던 오너 3세 한상철 사장은 '의약품 유통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기기 위해 R&D 투자를 늘리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지난 2019년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3.46%에 불과했으나 이듬해 신약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를 설립하고 243억원을 투자하며 3.51%로 소폭 늘렸다.

2021년에는 390억원을 투자해 5.57%까지 높였고, 2022년은 432억원을 R&D로 쓰며 6.78%까지 비중을 올렸다. 이 수준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 결과 회사는 제37호 국산 신약 '자큐보'를 탄생시켰다. 같은 기전의 P-CAB 제제로 HK이노엔의 '케이캡', 대웅제약의 '펙수클로'가 선발주자로 있지만 영업력에 기반해 시장 점유에 나섰다. 작년 10월 정식 출시된 자큐보는 현재 서울대병원 등 국내 빅5 병원에도 진입한 상태다.

아직 처방이 이뤄진지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아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진 않지만 내부에서 자큐보에 거는 기대는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회사측은 "자체 신약을 가지고 있는 제약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신약이 터졌기 때문에 자부심이 큰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R&D 투자 기조는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GC녹십자 또한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진출에도 작년 4분기 적자 탈피에 실패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글로 예상치 하회, 늦은 독감 유행, 자회사 적자 폭 확대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예상되는 4분기 매출액은 4428억원, 영업손실은 75억원으로 추정돼 컨센서스보다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알리글로의 미국 진출은 오너2세 허은철 대표의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는 8년간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지난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혈액제제 시장에 진출했다.

당초 회사는 지난 2015년 면역글로불린 5% 제제로 FDA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쳐 제조공정 관련 자료를 요구받으면서 전략을 수정, 면역글로불린 10% 제품으로 다시 도전했다. 이후 충북 오창공장 혈액제제 생산시설에 대해 비대면 평가를 받았으나 현장실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고, 코로나19 유행으로 현장실사마저 지연돼 허가가 미뤄지게 됐다.

회사는 알리글로의 시장 안착을 위해 현지 대형 처방급여관리업체(PBM)들과 발 빠르게 계약을 맺은 후 작년 하반기부터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알리글로의 지난 4분기 미국 매출액은 450억원에 불과해 2024년 가이던스 매출액 600억원을 하회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이는 코페이(Co-pay) 프로그램 운영 시기와 알리글로 출시 타이밍이 맞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환자가 부담해야하는 자기분담금이 있고, 제약사가 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운영하는 코페이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보통 연초에 시작하기 때문에 작년 8월 출시한 알리글로의 코페이 프로그램도 늦게 시작됐을 거란 분석이다.

다만 올해부터는 프로그램 지원으로 환자 모집이 수월해질 것으로 보여 안정화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알리글로의 연간 가이던스는 1500억원으로, 목표 달성은 무리 없을 거란 전망이다.

종근당도 수익 악화 상황에 직면했다. 에드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절반 이상 감소해 111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도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신규 도입 품목인 '펙수클루'와 '고덱스'의 원가율이 높고 R&D 비용이 소폭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종근당은 제네릭·개량신약 사업과 영업력을 통해 안정적 성장을 이뤄냈지만 높은 내수 의존도로 인해 지속 성장에 한계가 있어왔다. 현재 회사 매출에서 수출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회사는 체질 개선 필요성을 느끼고 매년 1000억원 이상을 R&D에 투자해 신약개발의 범주를 확대해 나갔다. 업계에선 이장한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올해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오지만 신약 가치 상승 여력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중엔 노바티스에 이전한 샤르코-마리-투스(CMT) 치료제 'CKD-510'의 개발 방향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물질은 지난 2023년 11월 초대형 규모로 기술이전돼 종근당의 R&D역량이 재평가받기도 했다.

아쉬운 점은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작년 4분기 연구개발비가 소폭 줄어들었단 점이다. 추정되는 R&D 비용은 4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줄어들 전망이다. 연간 경상연구개발비는 1393억원으로, 전년 1397억원과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신약개발 성공 여부가 오너의 뚝심에서 비롯하는 만큼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신약개발에는 통상 10년 이상의 긴 시간과 1조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된다. 이마저도 성공 여부를 담보할 수 없다. 그간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보다 복제약, 상품 위주 판매를 이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오너 경영은 주인 의식을 바탕으로 신사업 투자 등에 대한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제약사 임원은 "월급을 받는 CEO들에겐 숫자로 보여지는 게 중요할 수 있기 때문에 매출, 주가 등에 신경을 많이 쓴다. 하지만 신약개발처럼 불확실성이 큰 사업은 오너가 힘주지 않으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상황이 어려워도 투자를 계속해야 과도기를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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