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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대차-삼성 '맞손'···'제조 동맹'에 담긴 의미

산업 산업일반

현대차-삼성 '맞손'···'제조 동맹'에 담긴 의미

등록 2025.02.27 17:00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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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업계 불확실성 속 양사 협력 절실 공동개발 등 차세대 산업 분야 선점 함께 노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제조 동맹'을 강화하고 나섰다. 차세대 산업에서 양사의 강점을 앞세운 협업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단 복안이다. 탄핵 정국, 내수 부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국내 산업계가 초유의 불확실성을 맞이한 가운데 두 수장의 공조가 국내 제조업 경쟁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차세대 분야서 머리 맞댄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와 삼성SDI는 지난 24일 경기 의왕연구소에서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배터리에 더해 로봇으로 협력 분야를 넓힌 것이다. 양사가 각각 보유한 자원과 전문 기술 역량을 모아 로봇 최적화 배터리를 개발하고, 다양한 서비스 로봇에 탑재하겠다는 것이 공동의 목표란 설명이다.

이어 현대차는 올해 1월부터 삼성전자와 협력해 '5G 특화망 레드캡' 기술 실증을 마치고, 관련 기술을 내달 3일부터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전자 박람회인 'MWC25 바르셀로나'에 전시한다.

'레드캡'(Reduced Capability)은 5G 특화망 신기술로, 첨단 산업용 장비와 로봇이 즐비한 공장에 통신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외부 이동통신망 대신 사내에 자체 5G 기지국을 세워 별도의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는 것이다. 보안은 물론 통신 단절, 지연 없이 초고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다.

현대차 측은 "기존에는 자동물류로봇 등 고성능과 고신뢰성을 요구하는 한정적인 장비에만 5G 특화망을 적용했지만, 레드캡 기술을 도입해 차량 검사 장비, 소형 무선 공구, 카메라, 태블릿PC 등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다양한 장비를 끊김 없이 고속 무선통신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가동 예정인 울산 전기차 신공장을 시작으로 국내외 주요 공장에 이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기아도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강화한다. 자사 PBV(목적기반 모빌리티)에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B2B 솔루션인 '스마트싱스 프로'를 연동한다. 이를 기반으로 B2B 고객의 PBV와 차량 외부의 비즈니스 공간이 연결되고 자동화 제어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기아 측은 "삼성전자와의 협업으로 PBV 고객의 차량 이용 경험을 외부 영역으로 확장하고, 다양한 소상공인 고객의 비즈니스 환경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해 '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이란 비전 달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이 배터리 공급 계약에 이어 로봇 전용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한 데 이어, 제조 현장 혁신과 공동 마케팅 계획 등을 내놓으며 양사 간 '제조 동맹'이 더욱 깊고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그룹 간 구체적인 협업은 2년 전인 2023년 6월 삼성전자가 현대차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를 공급한다고 발표하며 시작됐다. 지난해 1월에는 AI 기반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개발, 같은 해 9월에는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연결·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에 나서는 등 꾸준히 협력을 강화해왔다.

현대차-삼성 '맞손'···'제조 동맹'에 담긴 의미 기사의 사진

총수 간 친분으로 이뤄진 제조 동맹



두 그룹 간 동맹은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친분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1995년 삼성이 완성차 사업에 뛰어들며 경쟁 관계에 들어선 두 그룹은 20년 넘게 공식적인 협력이 없었다.

그러다 2020년 5월 정의선 당시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2개월 후인 7월에는 이 당시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기술 메카인 남양연구소를 찾았다.

이는 '배터리 회동'으로 불리며 재계의 큰 이목을 모았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 전초기지인 남양연구소에 타 그룹 수장이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 그룹 내부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이후 양 그룹간 분위기가 바뀌었고, 2023년 삼성이 현대차에 반도체와 배터리를 공급하며 급물살을 탔다. 최근에는 단순히 부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수준을 넘어, 초기 단계부터 양사 연구진이 머리를 맞대고 공동 개발하고 마케팅 및 판매까지 함께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두 회장의 친분도 함께 두터워지는 모습이다. 2020년 10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 당시 정 회장은 재계 주요 총수 중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비공개 영결식에도 참석했다. 이 회장은 아버지 빈소가 차려진 삼성병원 장례식장에 현대차 '팰리세이드'를 직접 몰고 나타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또 2022년 6월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정 회장의 장녀 결혼식에도 딸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제네시스 G90을 타고 미국에서 귀국한 딸과 함께 식장을 방문했다.

지난해에는 현대차그룹과 도요타그룹이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개최한 모터 스포츠 페스티벌인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정 회장과 현대차 고성능 'N' 브랜드를 대표하는 검은색과 하늘색 점퍼를 입으며 친분을 드러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기술협력으로 개발한 5G 특화망 레드캡 기술을 적용한 완성차 무인 자율검사 장비인 'D Scan'을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현대차와 삼성전자가 기술협력으로 개발한 5G 특화망 레드캡 기술을 적용한 완성차 무인 자율검사 장비인 'D Scan'을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글로벌 시장서 경쟁력 제고



재계는 국내 제조업계의 불확실성이 가중된 상황에서 두 그룹 간 협력은 더욱 절실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막대한 정부 지원과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차세대 산업 분야에서의 점유율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공동 대응에 대한 필요성이 간절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양사가 보유한 강점을 바탕으로 AI와 반도체·배터리, 모빌리티와 로봇 등에서 기술 역량을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차그룹 관계자도 "(삼성과) 로봇용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면 장기적으로 배터리 수급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고, 시장 확대를 통해 가격 경쟁력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산업계에서도 국내 투톱 그룹 간 기술 공유 및 협력은 첨단 산업 기술력 확보가 시급한 국내 제조업 경쟁력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미 해외에선 완성차 업체와 전자 기업 등 이종(異種) 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며 "현대차와 삼성 모두 자체 기술 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대응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양 그룹 간 협력 사례는 국내 산업 경쟁력 제고에도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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