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네시맙 임상 키트루다 우위 PD-1·VEGF 이중항체 '새로운 길' 개척국내 기업도 이중항체 개발 착수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키트루다는 승인 10년을 맞이했다. 항 PD-1 치료제인 키트루다는 그보다 앞서 승인된 BMS의 '여보이', '옵디보' 등과 함께 면역항암제 시장 확장을 이끌었다. 특정 암의 성질을 타깃해 암을 없애는 표적항암제와 달리 몸속 면역시스템을 활용하는 기전을 지닌 면역항암제는 그 특성상 표적항암제보다 다양한 암 치료에 처방할 수 있다. 실제로 키트루다는 적응증만 30여개를 보유하고 있어 거의 모든 종류의 암에 처방 가능하다.
이 같은 키트루다의 특징은 매출로도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키트루다는 295억달러(약 42조9490억원)가 팔리며 2년 연속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18% 증가한 수치다. 한국바이오협회가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이벨류에이트(Evaluate)가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2025년 글로벌 상위 의약품 및 기업 미리보기' 보고서에 따르면 키트루다는 올해 300억달러(약 43조6770억원)를 넘어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피하주사(SC)제형에 대한 허가가 예상돼 특허 연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독주를 이어 나가는 키트루다에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출시 후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면역 항암제의 치료 반응률은 약 30%로 정체된 상태다. 기존 면역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70%에 달해 미충족 수요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그동안 이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멈췄던 것은 아니다. PD-L1·PD-1 경로와 구별되는 항 TIGIT 면역항암제가 빅파마의 선택을 받으며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기도 했다. 로슈는 지난 2021년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에 대한 항-TIGIT 약물인 '티라골루맙'(tiragolumab) 임상 2상(CITYSCAPE)에서 유망한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지난해 임상 2·3상 데이터에서 티라골루맙+테센트릭 병용요법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키트루다 및 화학요법 대비 무진행 생존율과 전체 생존율을 크게 개선하지 못하며 개발이 중단됐다. 2023년에는 머크가 키트루다와 병용한 실험용 항-TIGIT 항체 '비보스톨리맙'(vibostolimab)이 임상 2상에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하며 임상을 중단하기도 했다.
기대를 모았던 TIGIT 후보물질이 연달아 좌절되며 차세대 항암제 연구개발이 침체된 상황에서 최근 가장 주목 받는 물질이 서밋 테라퓨틱스의 PD-1·VEGF 이중항체 '이보네시맙'이다. 이보네시맙은 지난해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키트루다 대비 우수한 중국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중국 임상 3상 결과 이보네시맙은 키트루다에 비해 종양 진행 위험을 49% 줄이고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11.14개월(키트루다 5.32개월)로 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키트루다 단독요법으로는 PD-L1 수치가 높은 폐암에만 사용 가능하나, 서밋의 약물은 PD-L1 발현 여부 관계 없이 키트루다 대비 우수하다는 것을 발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빅파마도 나서기 시작했다. 화이자는 지난달 서밋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해 올해 중반부터 다양한 고형암에서 이보네시맙과 화이자의 ADC(항체-약물 접합체)를 병용하는 임상시험을 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약에 따라 서밋은 이보네시맙을 제공하며, 화이자는 연구 운영을 담당한다. 연구는 양사가 공동으로 감독하며 각자 제품 권리를 유지한다.
실제로 이보네시맙이 키트루다를 앞서는 성과를 보일지는 서밋이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인 'HARMONi-3'와 'HARMONi-7'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키트루다 대항마로 기대받는 PD-L1·VEGF 이중항체는 임상 3상에 진입한 주요 신약 후보물질이 모두 중국 기업이 원 개발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서밋의 이보네시맙 원 개발사는 중국의 아케소바이오로, 중국 판권은 여전히 아케소가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중국 임상 3상을 자력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이외에 현재 임상 3상에 돌입한 'BNT327'과 'SYN-2510' 역시 각각 중국 바이오텍이 원 개발사로 알려졌다.
허 연구원은 "PD-1 항체에서 이중항체(PD-(L)1xVEGF)로 (항암제 트렌드) 진화를 예상한다"면서 "바이오엔텍은 BNT327 개발 중국 파트너사 바이오테우스를 800mn달러에 전액 인수하며 서밋과 본격 경쟁에 돌입했고, 머크는 중국 라노바에 1상 단계의 PD-1 x VEGF 이중항체를 계약금 588mn달러, 최대 3.3bn달러에 도입하는 등 이미 경쟁적으로 물질 확보 중"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항암제 개발 트렌드가 PD1·VEGF 이중항체로 움직이는 추세지만, 아직 국내 제약바이오사는 PD1·VEGF 연구개발에서 초기 단계다. 앞서 파멥신이 VEGF 수용체 후보물질인 '올린베시맙(TTAC-0001)'과 키트루다 병용요법 임상에 나섰으나 지난해 4월 임상 2상을 자진 취하한 바 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PD-1·VEGF·CTLA-4 표적 후보물질인 삼중특이항체 'CS2009'를 중국 시스톤파마슈티컬스에 기술수출했는데, 현재 호주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첫 환자 투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발표했다.
제이슨 양(Jason Yang) 시스톤 CEO·R&D 사장 겸 전무이사는 "마우스 모델에서 CS2009는 PD-1·CTLA-4 및 PD-1·VEGF 이중 특이 항체보다 더 강력한 항종양 효과를 보였다"면서 "독성학 연구에서 CS2009는 PD-1·CTLA-4 이중 특이 항체보다 더 크고 PD-1·VEGF 이중 특이 항체와 비슷한 안전 마진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미약품·에이비엘바이오·이뮨온시아 등이 고형암 타깃 이중항체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의 이중항체 후보물질 'BH3120'은 임상1상 진행 중이다. BH3120은 4-1BB와 PD-L1을 동시에 타깃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ABL001'(VEGFxDLL4), 'ABL111'(Claudin18.2x4-1BB), 'ABL503'(PD-L1x4-1BB) 등 다양한 이중특이항체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한독과 공동개발 중인 ABL001이 국내 임상 2상으로 파이프라인 중 가장 진전이 많이 된 상태다.
유한양행 자회사인 '이뮨온시아'는 전임상 단계 anti-CD47·PD-L1 이중항체 'IMC-201'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월 와이바이오로직스와 이중항체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신규 면역관문 타깃 이중항체를 제작해 고형암 종양미세환경 내 면역세포의 활성을 크게 증진할 수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할 계획이다. 단 타깃, 적응증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아뮨온시아와 공동 연구 계약을 맺은 와이바이오로직스 측은 "여전히 많은 고형암 환자는 종양미세환경 내 면역세포의 활성이 크게 떨어져 있고, T세포의 침투도 낮아 PD-(L)1 항체에 반응하지 않는다"면서 "이 때문에 종양 내 면역세포의 활성을 증진할 수 있는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매우 높다"고 했다.
이어 "이중항체의 개발을 통해 이러한 미충족 수요에 대응하고 PD-(L)1 항체가 불응하는 고형암에서 획기적인 치료 효과 개선을 이루고자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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