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1분기 실적 일제히 뒷걸음···독감·산불에 '울상'

5개 대형사 순이익 전년比 20% 감소

손해율 상승 요인 겹치며 성장 둔화

보험료 인상 등 2분기 전망도 불투명

사진=홍연택 기자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던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독감 재유행과 산불 등 계절적 요인에 더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까지 겹치며 당기순이익은 두 자릿수 이상 감소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국내 5개 대형 손보사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 총합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2조343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화재는 지난 15일 실적 발표를 통해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60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2%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장기보험 손익은 419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0% 줄었고 자동차보험, 일반보험 등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9%, 10.0% 축소했다.

같은 날 메리츠화재도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올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한 4625억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장기보험 손익이 3688억원으로 14% 감소했으며 자동차보험과 일반보험은 각각 69억원, 2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DB손보는 올 1분기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이 44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보험 손익이 3940억원, 자동차보험 손익 4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1%, 51.4% 감소했다. 특히 일반보험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대형 산불의 영향으로 손해율이 크게 상승해 370억원의 적자를 냈다.

현대해상은 절반이 넘는 실적 감소폭을 기록하며 대형 손보사들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올 1분기 연결 기준 203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57.4% 줄었다. 다만 지난해 1분기 실적에 반영된 약 2700억원을 제외할 경우 실제 순이익 감소 폭은 24% 수준이다. 같은 기간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손익도 각각 1143억원, 1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4.2%, 63% 줄었다.

KB손보의 경우 대형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이 늘었지만 본업인 보험 영역에서는 웃지 못했다. 올 1분기 순이익은 313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2% 늘었지만 보험손익은 28.6% 감소한 2631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서는 손보사들이 실적을 발표하기 전부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할 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연초 독감 확산과 함께 공항 사고, 대형 산불 등 악재가 겹치면서 보험금 지급 증가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료 인하와 정비수가 상승 여파가 계절적 요인과 맞물려 손해율이 증가,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일각에서는 손보사들의 2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산불 보험금 지급 청구 건이 남아있을 뿐 아니라 지난달부터 무·저해지 보험을 필두로 다양한 보험 상품의 보험료가 인상되면서 매출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는 당초 우려했던 만큼의 실적 감소가 이어지지 않아 하반기에는 전년 수준으로 실적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은영 삼성화재 장기보험 전략팀장은 "지난달부터 보험료를 인상했기 때문에 4월 이후 CSM 배수는 14배 정도로 예상하며, 규모로는 최소 3조원 이상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