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K-뷰티 등 신규 카테고리도 돌파구 안 보여국내 시장 장악 노려도 성장률 하락세온플법 반사이익 기대 속 신뢰 회복 과제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 알리바바그룹 산하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 전역에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펼치고 있다. 여행·뷰티 등 고부가가치 영역은 물론, 물류 인프라 구축과 사회공헌 활동까지 전방위 전략을 가동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실적 개선은 뚜렷하지 않다. 외형은 키웠지만 '싼 맛에 쓰는 플랫폼'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 채, 매출 성장세가 오히려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체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지난 5월 국내 카드 결제 추정액은 113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2.7% 증가에 그친 수준으로, 직전월(3.4%)보다도 낮았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 본격 진입해 단기간에 월매출 1000억원대를 기록했던 기세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실적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 여행 카테고리를 새롭게 추가했다. 최근 선보인 '알리익스프레스 트래블'은 항공권, 호텔, 관광지 입장권 등을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는 통합 여행 플랫폼으로, 자회사 플리기(Fliggy)와 연동해 운영된다. 지난 6일 서울국제관광전 현장에서 첫선을 보였고, 항공권 50% 할인 쿠폰 등의 프로모션도 함께 진행했다.
K-뷰티 분야 역시 새로운 성장축으로 낙점됐다. 오는 17일에는 대한화장품협회와 함께 'K-뷰티 글로벌 점프! 비즈니스&IP 전략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알리익스프레스 입점 전략과 글로벌 뷰티 시장 분석, 지식재산권 보호 방안 등을 공유하며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전 신청자 대상 1:1 맞춤 컨설팅도 제공된다.
물류 인프라 투자도 진행 중이다. 알리는 지난해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국내 물류센터 건립을 예고했다. 통관과 집화를 포함한 배송 과정을 현지에서 처리해 기존 배송 속도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셀러 유치를 위한 입점 채널 'K-베뉴'도 운영 중이다. 입점 수수료 0원 정책과 보조금 지원으로 셀러 부담을 낮췄고, 국내 배송망을 통해 빠른 제품 전달이 가능하다는 점도 내세운다.
소비자 응대 시스템은 한층 강화됐다. 2022년에는 해외직구 플랫폼 중 최초로 한국어 전용 고객센터를 개설했고, 길고 복잡했던 반품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무조건 환불제'를 도입했다. 콘텐츠 마케팅과 CSR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기안84, 이수지 등 예능인을 모델로 내세운 광고에 이어, 한국장학재단과 협업한 저소득층 대학생 장학사업도 운영 중이다.
정치권이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도 알리에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법안은 플랫폼 입점 셀러와 소비자 권익 보호를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지만, 자본력이 취약한 국내 중소 플랫폼에는 오히려 규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부 국내 플랫폼과 달리, 알리는 법안 시행 이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알리 관계자는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과 권리 보호를 동시에 지원하는 플랫폼 파트너로서 역할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확장 속도에 비해 실질적인 실적 성과는 부족하다는 냉정한 시선도 이어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신뢰 없이 외형만 키우는 확장 전략은 결국 피로감을 낳을 수 있다"며 "알리가 '싼 제품 직구처'라는 이미지를 넘어서려면 품질과 서비스에서의 혁신이 먼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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