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 일시적 반등했지만 하반기 내리막 불가피 수신금리 급락에 조달전략 비상···대출은 계속 늘어고심 커진 은행권···유동성·조달비용·규제 압박 '삼중고'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18조4000억원 늘었다. 금리인하기에 본격 접어든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받으려는 수요가 집중된 결과다.
하지만 이달부터는 은행권의 예금 신규 유입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이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내린 이후 예금상품의 연 이자율이 2% 초반대까지 떨어져서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6월 현재 5대 은행의 예금 기본금리는 2.15~2.58%(단리 기준) 수준이다. NH농협은행(2.58%)과 우리은행(2.55%)의 예금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대부분 2.15~2.20%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다.
반면 전월 취급된 예금상품의 평균금리(만기 12개월 기준)는 2.59~2.76%에 달했다. 특히 KB국민은행의 KB스타 정기예금 금리는 한달 만에 0.58%p(우대금리 미적용)나 떨어졌다.
수신금리 내렸는데 코스피는 '불장'···머니무브 가속 우려
새 정부 출범 영향으로 코스피 지수가 2900선을 돌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금 이탈 속도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예금자 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되면서 금융권의 수신경쟁이 본격화됐지만 은행권은 자금의 출구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수신 기반 약화는 은행권 전반에 구조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예금은 단순한 자금조달 수단을 넘어 이익 방어력과 유동성 대응력, 건전성 지표에 이르기까지 영업 기반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예금은 만기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유동성 리스크가 낮아 여신 자산과의 만기 구조를 맞추기에도 용이하다. 반면 수신이 줄어들면 금융채나 RP, CD 같은 시장성 조달 수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는 조달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수신이 줄어들수록 유동성 규제 대응 여력도 낮아진다. 예금이 감소하고 금융채·CD 등의 조달 비중이 늘어나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산정상 불리해진다. 또한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도 예금 기반이 줄어들수록 안정적 자금으로 평가받는 비중이 축소돼 추가 조치가 필요해질 수 있다.
은행의 여신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5월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5조20000억원 증가해 전월(4조7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액은 2조5000억원으로, 전월(1조9000억원) 대비 6000억원 불어났다. 올 들어 주택 거래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의 가계대출은 당분간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예대율 규제 상한 부담···대출 늘수록 조달비용↑
대출이 계속 늘어나는데 예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부 은행은 예대율 규제 상한선에 근접하거나 이를 초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대출을 줄이거나 정기예금 특판 등 수신 유치를 위한 가격 경쟁이 불가피해진다. 하지만 특판 중심의 수신 확대는 재차 조달비용 부담을 키우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선택지다.
수신 기반이 상대적으로 견고한 5대 은행은 금리를 조정하거나 상품 구조를 재편하는 방식으로 수신 안정성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자금 유출 심화에 따라 금융채나 CD를 통한 고비용 조달이 확대될 경우 순이자마진(NIM) 훼손을 각오해야 한다.
금리인하기 수신 전략 한계···조달구조 다변화할 때
은행권 안팎에서는 최근 조달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 수신 중심 전략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예금 유입 둔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여신은 계속 늘고 있어 예대율 관리와 유동성 규제 대응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달 구조를 다변화하고 자산운용 전략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기에 단기성 자금 비중이 높을수록 조달비용 리스크가 커진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금리 인하기에도 조달금리 하락 속도가 자산운용 수익 감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은행의 NIM은 오히려 더 압박받을 수 있다. 예금의 경우 모든 상품이 장기성 자금은 아니지만, 비중이 높아질수록 유동성 규제 대응에 유리하고 조달 안정성도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은행권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과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등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략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유동성자산(HQLA)으로 인정받는 자산의 비중을 늘려 대출 여력과 규제 완충력을 확보하고, 유사시 매각이나 담보 활용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인하기에 수신 자산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규제 충족을 위한 유동성 확보 과정이 수익성을 위축시키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은행이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달과 운용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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