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통상·DBG 등 현지 협업으로 글로벌 재활용망 구축중국 화유코발트 사업 무기한 연기, 전략적 노선 전환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9일 일본 도요타통상과 함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 지역에 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GMBI)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법인은 연간 1만3500톤 규모의 사용 후 배터리와 생산 스크랩을 처리할 수 있는 전처리 공장이다. 4만 대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를 분쇄·가공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착공에 돌입한 뒤 내년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월 프랑스 메탈 재활용 기업 DBG(데리시부르그)와도 합작해 프랑스 현지에 전처리 공장을 2026년 착공, 2027년 본격 가동하는 골자를 발표한 바 있다.
이들 공장은 모두 전처리 설비로, 사용 후 배터리와 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스크랩을 잘게 분쇄해 '블랙매스'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블랙매스는 이후 별도 후처리 공장에서 화학적 공정을 거쳐 리튬·코발트·니켈 등 핵심 원재료를 추출해 새 배터리 생산에 재활용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22년에는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2023년에는 난징에서 개관식을 열며 사업에 본격 착수한 바 있다. 당시 장쑤성 난징에는 전처리 공장을, 저장성 취저우에는 후처리 공장을 각각 구축해 중국 내 리사이클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23년 하반기 준공, 2024년 말 가동이라는 당초 계획은 지금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공사는 아직 착공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일정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폐배터리 물량이 아직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시장 상황을 고려한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리사이클 사업 특성상 일정량 이상의 스크랩 확보가 전제돼야 하며, 현재는 양산 가능한 물량이 모이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사업이 지연된 반면,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연이어 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두고 정책 수혜가 더 큰 시장에 무게를 두는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프랑스 법인 설립 당시부터 EU의 '배터리 및 폐배터리에 관한 규정'을 염두에 두고 대응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해당 법안은 배터리 제조 시 일정 비율 이상 재활용 금속을 사용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기준은 코발트 16%, 리튬 6%, 니켈 6% 이상이다. 2036년부터는 각각 26%, 12%, 15%로 상향된다.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등 현지 친환경 공급망 구축에 나서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전처리 공장은 배터리 셀 생산기지 인근에 들어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셀 공장에서 나오는 생산 스크랩이 전처리 공정의 주요 원료이기 때문이다. 물리적 거리를 줄이면 물류비 절감, 납기 단축, 품질 관리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잔존가치가 70~80% 이상 남은 배터리는 물리적 파쇄·재활용 대신 ESS(에너지저장장치)용으로 재사용이 가능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 ESS 사업도 병행하고 있어, 전처리 공장 및 셀 생산지 인근에서 이러한 재사용 자원과의 시너지도 함께 도모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화유코발트와의 협력이 완전히 중단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연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시장을 여전히 놓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성과 전략적 가치 면에서 중국이 여전히 주요 거점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중국은 전 세계 블랙매스 생산 및 소비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등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 글로벌 최선도 시장으로 꼽힌다. 중국 중타이증권은 중국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5년 약 6조 원에서 2030년 약 28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화유코발트 간의 관계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약 11조원 규모로 추진 중이던 인도네시아 밸류체인 프로젝트에서 철수한 이후, 이 사업의 주도권을 화유코발트가 대신 이어받기도 했다. 화유는 당초 해당 프로젝트에 LG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참여할 예정이었던 기업이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측은 "화유코발트와의 관계가 나빠진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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