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집행정지로 버티기 속 공격적 입찰 경쟁역대급 수주 실적···변수 많은 법원 판결 대비 양상
과거 두 기업 시공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와 관련해 법원이 영업정지 처분의 정당성을 판단하고 있는 가운데, 본안소송 결과에 따라 이들 기업은 수년간 신규 수주나 선분양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일 전자공시와 IR보고서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해부터 건축·주택, 인프라, 플랜트 등 분야를 망라해 수주실적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GS건설이 달성한 신규 수주액은 19조9100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95.5% 급증한 액수이자 창립 이래 역대 최고 수주기록이다. 이 가운데 도시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수주는 전년 실적 대비 2배인 3조1097억원을 거뒀다.
GS건설은 올해도 대대적으로 수주고를 늘리고 있다. 이 회사가 8월 현재까지 8개월여간 기록한 신규 수주액은 9조8410억원에 달한다. 이 중 4조1522억원을 도시정비사업에서 확보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수주 기세도 매섭다. HDC현산은 지난해 전년 대비 2배에 육박하는 총 4조9754억원의 신규 수주를 올렸다. 분야별로는 자체사업(주택) 5981억원, 외주(도급)주택사업 2조5183억원, 토목(SOC 포함) 878억원, 건축 1조7712억원 등이다. 올해는 상반기(1~6월)에만 연간 목표치의 61%인 2조8548억원을 수주했다. 특히 신규 수주 대부분을 도시정비사업에서 확보한 점이 특징이다.
이처럼 두 건설사는 나란히 업계 최상위 수준의 수주 실적으로 승승장구 있지만 향후 사법 조치가 발동될 경우, 오랜 기간 정상적인 영업활동 자체를 할 수 없을 수 있어, 상당한 양의 일감 비축도 필요한 형편이다.
GS건설은 지난 2023년 4월 발생한 검단 아파트 시공 현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국토부와 서울시로부터 각각 8개월, 1개월(추가 1개월 예정)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GS건설은 이들 행정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뒤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해 현재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다만 이는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영업정지 효력을 일시적으로 멈춰 세운 것에 불과하다. 만일 법원이 최종적으로 GS건설의 손을 들어주면 영업정지 처분이 취소되지만, 당국의 행정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하면 영업정지가 가능해진다.
이는 GS건설뿐 아니라 동부건설, 대보건설, 상하건설, 아세아종합건설 등 컨소시엄 업체들도 모두 얽혀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주택법 시행규칙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영업정지 기간에는 공공·민간사업 입찰 참여가 전면 제한되고 신규 계약을 할 수 없다. 특히 6개월 이상 영업정지가 결정되면 정지 기간 만료 후 2년간 선분양마저 제한된다. 착공 직후 분양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공사자금을 마련하는 게 일반적인 주택사업 운영에 있어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이유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GS건설과 마찬가지로 부실시공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당시 복수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데다 인명피해도 컸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붕괴 사고로 서울시는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HDC현산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4월 1심에서 패소했다. 현산은 즉각 항소한 상태다.
이듬해 1월 일어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선, 서울시가 원청 시공사인 HDC현산에 1년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 사안에 대해서도 HDC현산 측은 형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해 효력이 일시 정지된 상황이다.
만일 두 사고의 처분이 모두 확정되면 HDC현산은 무려 1년 8개월간 신규 수주를 할 수 없고 2년간 선분양에 나서지 못한다.
이 같은 현실에 놓인 두 회사가 질보다는 양이 우선이라는 계산하에 공격적으로 일감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두 건설사는 올 들어 서울 요지에서 경쟁사 대비 강력한 조건을 내걸고, 앞다퉈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건설사는 내달부터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성수1구역) 재개발사업과 송파구 송파한양2차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놓고 진검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해당 건설사 현직자는 "최근 회사의 무난한 사업 실적과는 별개로 내부에선 영업정지를 둘러싼 우려가 상당하다"며 "법적인 결정이 오래 걸릴 수 있지만 관할 기관의 처분을 뒤집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항소를 포기하고 의외로 가까운 시일 안에 영업정지가 집행될 수 있다고 보고, 회사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대형 붕괴 사고와 현장 사망자 발생으로 곤욕을 치른 현대엔지니어링과 포스코이앤씨는 신규 수주를 전면 중단한 채 내부 점검과 안전 체계 정립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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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권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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