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해킹 사태 뒤 단순→일반투자 전환분쟁조정 불복시 민사로 사태 장기화 전망KT 사례 보면 잡음 해소 뒤 목적 변경 예상
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SK텔레콤에 유심 해킹 사고 조사 결과 과징금 1347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개인정보위 조치를 기다리던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산하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는 집단 분쟁조정 절차를 시작했다. 조정에는 최대 90일의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조정이 성립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어디까지나 SK텔레콤이 분쟁조정기구의 조정을 받아들였을 때의 얘기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SK텔레콤이 조정 결정 내용을 수락하면 보상계획안을 제출받아 조정 참가 신청을 하지 않은 소비자들도 일괄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게 추진할 방침이다. 모든 가입자들에게 배상이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SK텔레콤이 지출할 비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SK텔레콤과 가입자 간 민사소송으로 번질 경우 사태는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12년 KT 개인정보 유출 사고 피해자들은 KT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했지만 2020년 최종 패소한 바 있다. 분쟁조정은 법적 행정명령이 아닌 만큼 SK텔레콤이 조정을 반드시 수용할 의무도 없다.
조정이 불성립될 경우 SK텔레콤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시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국민연금은 해킹 사태가 벌어진 올해 6월 초 SK텔레콤의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바꿨다.
주식보유목적은 크게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 세 가지로 나뉘는데,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 것은 배당 요구, 의결권 행사 등 적극적인 주주행동을 암시하는 행보다. 국민연금은 운용 규정에 따라 피투자기업에 법령상의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을 침해할 수 있을 경우 보유목적을 변경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SK텔레콤 지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7.52%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주주권 행사) 행사 강화에 나선 이후 이동통신사의 주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투자목적을 변경해 왔다.
SK텔레콤의 경우 2020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고, 2023년에는 일반투자→단순투자→일반투자로 각각 변경한 경험이 있다. 당시 국민연금이 통신사들의 주요 주주로 있는 만큼 지배구조 개선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나타난 결정이라고 알려졌다. 이후 일반투자 목적이 이어지다 올해 3월 단순투자로 바꿨지만, 해킹 사태로 3개월 만에 주주권 행사 여지를 만든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해킹 사태 잡음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국민연금이 일반투자 목적을 유지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앞서 KT의 지배구조 논쟁이 불거지던 2021년 11월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한 뒤 구현모 전 KT 대표 연임 반대에 나섰다. 이후 4년 만인 올해 2월에서야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했다. 그 사이 KT는 사장 공백사태 끝에 김영섭 사장이 취임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주주행동은 공식적인 의사결정 절차에 따라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국내주식 보유목적을 변경하고 진행한다"며 "개별 기업과의 대화 대용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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