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주요 계열사 임단협···현대차보다 높은 조건 요구기아·현대트랜시스 '파업' 예고···현대모비스 '부분파업' 돌입장기화 시 생산 차질 불가피···결과 따라 임금 부담 증폭 예상
7년 만에 파업에 나섰던 현대자동차 노조와 우여곡절 끝에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하고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기아·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 교섭은 여전히 난항을 겪으며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들에서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위아 등 임단협 타결 주요 회사는 2곳으로 늘었지만, 기아·현대모비스·현대트랜시스 등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기아는 오는 19일 쟁의행위(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지난 11일 사측과의 5차 교섭에서 최종 결렬을 선언하자 집단행동을 예고한 것이다. 자칫 5년 만에 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전 직원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 특별위로금 20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보다 높은 수준의 조건을 내걸고 있어 교섭에 난항이 예상된다.
그러는 사이 현대모비스도 임단협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부분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지난 9일 사측과 교섭을 중단하고 부분파업과 철야 농성을 이어가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측은 현대차 노사의 합의안과 비슷한 조건을 내놨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임금 인상 폭을 둘러싼 시각차 뿐만 아니라, 정년 연장과 통상임금 확대 등 제도 개선 요구가 얽혀 있어 현대모비스 역시 합의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8차 단체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한 현대트랜시스 노조 역시 이날 전조합원 쟁의행위 찬반 모바일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잇단 계열사 교섭 결렬로 노사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본급 인상,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등 핵심 사안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줄줄이 파업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내우외환의 위기 상황을 겪는 가운데 순조로운 임단협 마무리가 절실하다고 본다. 미국 관세 여파로 수익성 악화를 겪는 상황에서 노조 파업으로 인해 경영 불안까지 더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계열사가 파업에 동참할 경우 생산 차질로 조 단위 손실이 예상된다. 이미 현대차 노조가 3~5일 진행한 부분파업만으로도 약 4000억원 이상의 생산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엔 현대트랜시스의 파업으로 약 2만7000대의 생산 차질과 1조원 전후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모비스의 경우 현대차그룹 내 핵심 부품 공급망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피해는 더 커질 우려가 있다. 노사 갈등을 넘어 그룹 전체의 생산 안정성을 흔드는 변수로 지목되는 이유다. 파업이 한 달 이상 이어질 경우 출고 지연과 수출 일정 차질까지 확대돼 글로벌 판매 전략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맏형 격인 현대차의 임단협이 일단락되면서 다른 계열사들의 협상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파업과 같은 강경 투쟁 분위기가 확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요 계열사 노사가 극적으로 접점을 찾더라도 대규모 성과급 지급으로 인건비 등 경영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현대차만 보더라도 이번 노사 합의안에 따라 2조원이 넘는 금액이 직원들에게 지급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미국발 관세 여파로 수익성이 흔들리는 상황에 노조 갈등까지 겹치면서 경영 부담이 가중되는 모양새"라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냐, 협상 타결 후 인건비 급증이냐,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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