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바이오 키트루다, SC 제형으로 반격···글로벌 매출 1위 다툼 재점화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키트루다, SC 제형으로 반격···글로벌 매출 1위 다툼 재점화

등록 2025.11.25 14:36

이병현

  기자

글로벌 의약품 시장 구도 변화비만 치료제 돌풍 속 MSD의 방어 전략국내 바이오업계에 기술료·로열티 수혜 기대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글로벌 매출 1위 자리를 뺏긴 MSD(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비만 치료제 돌풍 속에서 SC(피하주사) 제형 변경을 통한 방어 전략을 내세웠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일라이 릴리의 당뇨·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는 합산 매출 약 100억달러(약 14조4000억원)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약 81억달러(11조6000억원) 수준에 머문 키트루다를 앞질렀다.

업계에서는 이것이 특정 기업의 성과를 넘어서 제약 산업 전체의 성장 축이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항암제가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 매출을 주도하던 구도가 변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시장 중심으로 올라선 것이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MSD는 키트루다 매출 방어에 나섰다. 기존 정맥주사(IV) 방식에서 SC 방식으로 제형을 전환하는 전략이 핵심이다. SC 제형은 투여 시간을 줄이고, 의료진의 시술 부담을 낮추며, 환자의 병원 체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순한 편의성 개선뿐만 아니라 치료 환경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현장 선호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키트루다SC는 이미 미국에서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최근 유럽에서도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유럽연합(EU) 27개국을 포함해 주요 국가에 순차적으로 출시가 예정돼 있으며, 글로벌 상업화 단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MSD 측은 키트루다 SC를 통해 기존 시장 방어와 함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키트루다SC는 특허 만료라는 또 다른 구조적 리스크를 벗어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키트루다는 한국에서는 2028년, 미국에서는 2029년, 유럽에서는 2031년 전후로 물질 특허 만료가 예정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복제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임상 3상 생략 가능성을 검토하며 조기 시장 진입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개발을 진행 중으로 각각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SC 제형은 MSD에게 단순한 제품 개선이 아니라 특허 연장 수단이기도 하다. 성분이 동일하더라도 SC 제형 중심으로 매출 구조가 변한다면 새로 개발된 제형에 적용되는 특허를 통해 IV제형 시밀러 제품을 제치고 SC 제형 제품을 통한 시장 점유율 방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 약물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한양행이 존슨앤존슨(J&J)에 기술수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라즈클루즈'(국내 제품명 렉라자)의 병용요법 파트너인 '리브리반트' 역시 SC 제형 전환이 중요한 전략적 분기점으로 거론된다. 항암제 시장에서 병용요법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투약 환경 개선은 효능 못지않은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향후 리브리반트의 SC 전환 성과에 따라 라즈클루즈·리브리반트 병용요법 매출 성장도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가 인하 압력에 따라 GLP-1 의약품 가격을 인하했는데도 젭바운드와 마운자로는 사상 처음으로 키트루다를 제쳤다"면서 "이런 높은 매출과 시가총액을 유지하기 위해 릴리는 향후 젭바운드와 마운자로의 특허만료에 따른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의 위협에 대응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빅파마의 SC 제형 변경 전략을 통해 국내 기업 역시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브리반트는 라즈클루즈와 병용요법으로 활용되는 약물인 만큼 리브리반트 SC의 매출 확대는 곧 라즈클루즈의 매출 확대로도 이어진다. 이 경우 라즈클루즈 글로벌 순매출의 10~15% 수준 로열티를 받는 유한양행도 점차 로열티 수입이 늘어나게 된다.

키트루다SC 또한 국내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의 제형 변경 플랫폼 기술 ALT-B4가 적용된 제품이다. 해당 기술은 고용량 항체의약품을 피하주사 형태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원천 기술로, MSD가 기술을 이전받아 적용했다. 키트루다SC가 미국과 유럽 등 핵심 시장에 진입하면서 알테오젠에도 기술료와 단계별 마일스톤 수입, 장기 로열티 기반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