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바이오 신라·신세계 떠난 뒤 뒤늦게 임대료 조정··· 인천공항 재입찰 '형평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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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신세계 떠난 뒤 뒤늦게 임대료 조정··· 인천공항 재입찰 '형평성 논란'

등록 2025.12.12 15:34

양미정

  기자

롯데·현대·CDFG 등 대형 사업자 각축전팬데믹 후 면세업계 수익성 회복이 관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모습. 사진=연합뉴스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가 핵심 면세구역인 DF1·DF2의 새 운영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 절차에 공식 착수했다. 지난해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잇따라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생긴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지만 공사가 뒤늦게 임대료 기준을 낮추기로 하면서 '기존 사업자에게는 왜 끝까지 조정해주지 않았나'라는 형평성 논란도 고개를 들고 있다.

12일 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재입찰은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내 향수·화장품(DF1)과 주류·담배(DF2) 구역을 대상으로 한다. 인천공항 면세 매출의 중심축인 만큼 공사는 빠른 속도로 절차를 진행 중이다.

내년 1월 20일까지 입찰 참가 신청과 제안서를 접수한 뒤 공사 자체 심사와 관세청 특허심사를 거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한다. 새 계약의 유효기간은 영업 개시일부터 2033년 6월 30일까지 약 7년, 관련 법령에 따라 최대 10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스마트면세 앱을 통한 구매·수령 서비스 제공 의무도 유지된다.

이번 입찰의 가장 큰 변화는 임대료 하향 조정이다. 공사는 기존과 같은 '객당 임대료'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최저수용단가를 낮췄다. DF1은 5346원에서 5031원으로 5.9%, DF2는 5617원에서 4994원으로 11.1% 인하했다.

여객 수에 단가를 곱해 임대료가 확정되는 구조인 만큼 사실상 공사가 입찰의 기준선 자체를 낮춘 셈이다. 신라·신세계가 사업권을 반납하게 된 핵심 원인이 임대료 부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정은 시장 여건을 뒤늦게나마 반영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논란은 여전하다. 신라·신세계는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여행 트렌드 변화와 단체관광 축소, 1인당 구매액 급감 등으로 매출이 빠르게 악화되는 상황에서 임대료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실제 올해 외국인 1인당 면세 구매액은 전년 대비 27% 이상 감소했다. 두 회사는 임대료 약 40%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법원 조정까지 요청했지만, 공사는 "계약 기간 중 임대료 조정은 불가하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양측 협의는 결렬됐고, 두 대형 면세사가 줄줄이 사업권을 반납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하지만 재입찰에 들어서자마자 공사가 임대료를 낮추면서 업계에서는 "기존 사업자만 손해를 본 것 아니냐", "사실상 시장을 리셋하고 새 사업자를 받겠다는 신호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법원 조정 과정에서 논의된 '적정 임대료 인하 폭(25~27%)'이 업계에서는 사실상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던 만큼 이번 조정이 뒤늦은 현실 인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입찰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롯데·현대 등 국내 대형 면세사업자에 더해 중국국영면세점(CDFG), 태국 킹파워(King Power) 등 해외 거대 사업자의 참여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면 신라·신세계는 참여 자체는 가능하지만 중도 철수 이력 탓에 정성평가에서 불리할 수 있어 과도한 투찰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단가가 낮아졌다고 해도 최종 입찰가가 각 사업자의 매출 추정과 전략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역시 변수다.

면세업계는 이번 재입찰을 단순한 사업자 교체가 아닌 공항 면세 수익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팬데믹 이후 회복세가 예상을 밑도는 데다 고환율 부담, 온라인·해외 채널과의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어려움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자 수익성과 공항 운영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합리적 임대료 시스템이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대료 인하 자체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 조치지만, 기존 사업자가 떠난 뒤에야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항 정책 신뢰 회복이 과제로 남았다"며 "이번 입찰은 단순한 사업자 선정이 아니라 인천공항 면세사업의 체질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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