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25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결정볼파라 인수 당시 발생한 풋옵션 리스크 해결 못해시장 반응 '냉담'···경영진 번복 등이 신뢰 저하로
루닛은 과거 볼파라(현 루닛인터내셔널) 인수 당시 발생한 풋옵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시가총액의 약 22%에 해당하는 자금을 조달한다는 설명이나, 시장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시장 반발에 대한 완충작용으로 '1대1 무상증자'라는 당근책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2일 서범석 루닛 대표는 오전 8시부터 서울 강남구 루닛 본사에서 '2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1대1' 무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관련 간담회를 열고 "재무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목적"이라며 "루닛의 마지막 자본 조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닛은 신주 790만6816주를 주당 3만1650원에 발행할 예정이며 기존 주주에게는 1주당 0.27주를 배정한다. 유상증자와 함께 1대1 무상증자도 병행한다. 조달 자금 중 1378억원은 채무상환자금에, 1125억원은 운영자금에 활용된다.
채무는 2024년 5월 볼파라를 인수하면서 발행한 전환사채(CB) 관련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루닛의 유동자산은 856억원 수준이다. 자체적으로 전환사채 풋옵션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당 전환사채의 조기상환 청구 시기를 앞두고 풋옵션 행사 가능성이 부각되자 결국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이다. 앞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거론됐으나 이는 800억~900억원 수준으로 현 유상증자보다 적은 금액이다.
박현성 루닛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법차손 요건은 해소됐지만 전환사채 풋옵션 등으로 재무 구조에 대한 우려가 이어져왔다"며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충분히 확보해 이러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서범석 대표는 올해 20% 가량 비용 효율화를 실행하고 매출 40~50% 증가로 시장의 우려를 제거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볼파라와의 시너지도 본격화될 것이라 강조했다.
서 대표는 "회사가 목표하는 매출 증가와 비용 감소를 반드시 지켜 연말 무렵에는 현금영업이익(EBITDA) 기준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며 "올해는 루닛이 지속 가능한 수익성을 증명하고 재무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상징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지난달 30일 정규장에서 시초가 4만9200원이었던 루닛은 전 거래일 대비 18% 가량 하락한 4만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3만7000원에 거래를 시작한 루닛은 장중 3만6700원까지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게다가 현 주가는 1회차 CB 행사가격인 5만2846원, 2회차 행사가격인 4만7819원보다 낮아, 투자자들이 주식전환보단 원금 회수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달 23일부터 연일 루닛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무상증자 계획도 주주환원 효과로 읽히지 않는 모습이다. 무상증자는 기업 가치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주식 수를 늘려서 유동성을 공급해 주가의 하락 폭을 방어하는 방식이다.
경영진의 발언 번복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간 루닛은 유상증자 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유증으로 최대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 희석 우려도 존재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백승욱 이사회 의장과 서범석 대표이사의 루닛 지분은 각각 6.77%, 1.13%이다. 특수관계인까지 고려해도 17.58%에 불과하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백 의장과 서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에서 자신들에게 배정된 주식의 15%를 청약할 예정이다. 기타 특수관계인들은 현재까지 청약 의사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해당 조건을 고려하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은 14.11%로 낮아진다. 회사에서 최대주주를 제외한 5% 이상의 주주가 없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낮으나 전환사채나 스톡옵션 등이 행사되면 지분율 추가 하락 가능성이 열려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최근에도 제약바이오 쪽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장 반응이 차가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성장과 위기관리 사이에서 줄을 탄 느낌"이라며 "올해 실적이 조금이라도 틀어진다면 향후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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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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