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삼성·SK, '단독개발' 넘어 생태계 연동···제약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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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단독개발' 넘어 생태계 연동···제약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 강화

등록 2026.02.06 12:09

이병현

  기자

R&D 패러다임 변화, 스타트업·학계와 협력 확대생태계 연동 통해 사업 리스크 분산 및 파이프라인 확장대기업-벤처 연계, 국내 바이오산업 도약 기반 마련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자체 R&D 중심에서 벗어나 외부 혁신 주체와 연계를 전면에 내세우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글로벌 신약 경쟁 가속화로 단일 기업이 연구·개발 전 과정을 감당하기엔 한계가 커졌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스타트업·학계·벤처캐피탈·공공 보건 파트너까지 연결해 개발 리스크를 분산하고 파이프라인을 빠르게 확장하는 방식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양상이다. 특히 최근 삼성과 SK가 각각 '투자-수주 연계형 생태계'와 '스타트업 발굴형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강화하면서, 업계 전반의 방향성이 더 선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핵심은 '투자-수주 선순환'이다. 차세대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유망 바이오텍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이들이 임상·상업화 단계로 성장할 때 위탁개발생산(CDMO) 파트너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단순 지분 투자에서 끝나지 않고, 공동연구·물질이전계약(MTA) 등 실질 협업을 병행해 조기 락인(lock-in) 효과를 노리는 전략으로 읽힌다. CDMO 사업 특성상 트랙레코드와 장기 파트너십이 경쟁력으로 작동하는 만큼, 초기부터 함께 간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곧 미래 수주 기반이 된다는 판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ADC·AAV·mRNA 등 차세대 모달리티(의약품이 표적을 타깃하는 방법) 영역을 중심으로 투자 저변을 넓히는 배경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일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백신 제조시설 네트워크(VMFN)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민간 중심의 사업 전략을 글로벌 보건안보 협력 축으로 확장했다. 팬데믹 발병 시 CEPI와 협력해 백신을 신속히 공급하고 전 세계 보건안보 강화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백신 수급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정부 기관과 협력해 국내 최초로 모더나 mRNA 백신을 생산·출하한 경험을 강조하며 향후에도 위기 상황에서 공급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겠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에 건립 예정인 오픈이노베이션 센터를 통해 유망 바이오텍 협업을 강화하고 차세대 모달리티 역량 확보와 추가 사업 기회 발굴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또 지역 바이오 연구자·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산업육성기금 조성 등 지역 기반 생태계 강화 움직임도 병행하고 있다. 에임드바이오를 비롯한 성공적인 스타트업 투자로 대표되는 산업적 선순환에 공공 보건 협력과 지역 생태계 투자까지 결합하면서, 생태계 연동 층위를 다층화하는 흐름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일 서울바이오허브와 함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공식 출범하며 국내 유망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발굴에 나섰다. 단순 네트워킹을 넘어 기술실증(PoC)과 공동연구를 통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설계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모집 범위도 중추신경계(CNS)·항암·인공지능(AI)·노화(비미용) 등으로 넓혀, 회사의 핵심 기술 수요와 신약개발 혁신 기술을 직접 매칭하겠다는 구상이다.

심사를 통해 최종 선정된 기업에는 PoC를 포함해 글로벌 신약개발 전 주기 공동연구, R&D 컨설팅, 서울바이오허브 입주 지원 등 성장 인프라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 신약을 통해 축적한 개발-상업화 경험을 기반으로, 스타트업 기술이 '연구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 사업화로 연결되도록 돕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이와 맞물려 SK바이오팜은 내부적으로도 오픈이노베이션 센터를 신설하고, 신규 모달리티 연구 고도화와 외부 협력 확대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본격화했다. 외부 기술을 단순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초기 단계에서부터 공동으로 검증하고 개발 방향을 조정해 성공 확률을 끌어올리려는 구조라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공동연구 패턴이 신약개발의 전형으로 자리 잡는 것으로 보고 있다. 후보물질 경쟁력은 과학적 잠재력뿐 아니라, 임상 설계·규제 전략·제조 가능성까지 포함해 빠르게 판단해야 하는데, 대형사의 경험과 스타트업의 기술이 결합될 때 의사결정 속도가 크게 빨라질 수 있다는 이유다.

SK케미칼은 지난해 12월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와 신규 과제 공동 도출, 공동연구 수행, 시설·장비 공동 활용, 인력·기술·정보 교류 등 신약 연구개발 전반을 묶는 공동개발 협력을 추진했다. 후보물질 도출부터 비임상 단계까지 역량을 결합해, 초기 파이프라인을 빠르게 넓히고 개발 전환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향이다.

이 같은 대기업 그룹 행보는 전통 제약사와 바이오벤처, 학계 협력 확산과도 맞물린다.

비씨월드제약은 지난달 서울대 약대 연구팀과 AI 기반 신약개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신규 타깃 탐색, 후보물질 발굴, 구조 최적화 등에서 AI를 활용하는 전략을 내세운다. 연구 성과가 상용화로 이어지는 오픈이노베이션의 선례를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산학 협력이 '연구 지원' 수준을 넘어 파이프라인 생산 장치로 전환되는 흐름을 보여 준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이노베어 공모전' 5기 모집에 나섰다. 이노베어 공모전은 대웅제약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으로, 독창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창업 지원, 기술 협력, 전략적 투자, 공동개발까지 단계별 사업 연계를 지원한다. 모집 분야는 ▲합성신약 ▲AI·플랫폼 기술 ▲바이오의약품(항체·단백질) ▲유전자 치료제 ▲세포치료제 ▲오가노이드 ▲약물전달시스템(DDS) ▲의료기기·헬스케어 ▲반려동물 헬스케어 등 총 9개다. 대웅의 중장기 연구개발 전략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이 폭넓게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바이오 산업은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개발 과정에서 데이터·제조·규제 대응 역량까지 복합적으로 요구된다. 결국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각자도생보다 힘을 합치는 편이 더 효율적인 해법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기업) 기술 수준은 확실히 올라왔고, 문제는 연결"이라면서 "좋은 기술만으로는 부족하고, 대형 제약사·대기업이 유망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사고 협업하는 시스템이 커져야 생태계가 활성화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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