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상속·증여세법 개정안, PBR 0.8배론 부족하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상속·증여세법 개정안, PBR 0.8배론 부족하다

등록 2026.03.06 09:50

김성수

  기자

승계 기업 세금 논쟁, 자산가치 반영 요구 거세져법 개정 이후 기업가치 반영한 과세 필요성 부각

reporter
"상장사 세금을 왜 시가로 부과하는 건가요? 기업의 자산 가치에 맞게 부과해야죠"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지칭하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공개된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성토가 끊이질 않는다. 정부가 3차 상법 개정안 통과 이후 후속 입법으로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언급하고 있으나 개미들의 시선은 냉정하다.

현행 세법상 주식 증여·상속에 따른 세금은 시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이에 기업 승계를 앞둔 일부 대주주가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장사 주가를 의도적으로 누르는 형태가 종종 발생했다. 정부가 제시한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핵심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 미만일 경우 상속·증여세 과세 기준을 순자산가치의 80% 기준으로 매기는 방식이다.

처음 법안이 나왔을 때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많은 자사주를 쌓아둔 저 PBR 지주사들이 중장기적으로 자사주 소각을 통한 밸류에이션 상향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하지만 개미들은 0.8을 넘는 PBR을 보유한 기업들에 집중했다. PBR이 0.9, 1.0 수준인 기업의 대주주들이 주가를 끌어내려서 세금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유혹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PBR이 1이 넘는 기업의 세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으로는 PBR 1이 넘는 기업들이 주가를 의도적으로 짓누르는 행태를 방지할 수 없다. 최저 기준인 0.8까지 PBR을 끌어내리면 거액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는 유혹만 생긴다. 이에 개미들은 PBR을 1로 맞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PBR이 1이라는 의미는 기업이 가진 자산가치에 맞게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PBR이 0.6인 기업이든 1.2인 기업이든 1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면 현재 운영 중인 기업의 가치에 맞게 세금이 부여된다.

기업이 자신의 가치에 맞는 알맞은 세금을 부여받으면 대주주가 주가를 끌어내려서 세금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유혹이 사라진다. 흔히 승계가 얼마 안 남은 기업 주식은 "손 대는 거 아니야"라는 노골적인 이야기도 사라질 수 있다.

기업의 승계 이슈가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왔던 이유는 기업들이 자사주를 대량 보유하며 승계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3차 상법 개정안으로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된 상황에서 자사주를 대량 보유하고 있어 PBR이 낮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세법 개정안은 효력이 크지 않을 것이다.

대주주가 주식을 증여·상속하는 과정에서 살펴야 할 건 더 이상 자사주 보유량이 아니다. 적절한 가격으로 기업가치에 맞는 대가를 제공해 증여가 이뤄졌는지 살펴봐야 하는 시기다. 주식 상속세법이 단순한 PBR 기준이 아닌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이뤄져 시장을 흔드는 검은 손이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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