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자료 준비 과정 상담 대폭 확대실시간 의견 회신·사전검증회의 도입허가기간 감축으로 업계 부담 완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기술의료기기 허가·심사 절차에 허가 신청 전 대면회의, 동시·병렬심사, 수시검토 체계를 도입한다. 임상시험 자료 제출 대상 의료기기의 허가 기간이 최근 5년 평균 398일가량 걸렸던 점을 고려해, 신기술의료기기는 240일 이내 허가를 목표로 심사 절차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27일 식약처는 서울 중구 스페이스쉐어 서울중부센터에서 의료기기 분야 민원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신기술의료기기 허가·심사 혁신 방안을 설명했다.
이번 방안은 신약, 바이오시밀러, 신기술의료기기 허가·심사 체계를 개편하는 '의료제품 허가·심사 혁신방안'의 일환이다. 신기술의료기기 분야의 허가 신청 전 대면회의는 6월1일부터 신청할 수 있으며, 240일 목표 절차는 10월1일부터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신기술의료기기에 적용된다고 식약처는 안내했다.
신기술의료기기는 이미 허가된 의료기기와 동등하지 않아 임상 심사 자료로 안전성·유효성을 판단해야 하는 제품 가운데, 사용 목적이나 작용 원리, 원재료 등이 기존 제품과 현저히 다르거나 개선된 의료기기를 말한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의료기기는 사용 목적 또는 원재료, 전기를 사용하는 의료기기는 사용 목적 또는 작용 원리, 체외진단 시약은 사용 목적 또는 측정 원리, 독립형 디지털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는 사용 목적과 작용 원리가 모두 다른 경우 등이 주요 판단 기준으로 제시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설명회에서 "허가 신청 전부터 중대한 결격 사항을 신청인에게 알리고 전체 허가 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또 "보완 과정 중 상담과 소통 기회를 대폭 확대해 자료 준비 과정의 어려움도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며 "제도를 운영하면서 지속적으로 개선해 더 신뢰받는 허가·심사 체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가장 큰 변화는 허가 신청 전 단계에서 식약처와 업체가 공식적으로 자료를 점검하는 대면회의가 도입된다는 점이다. 대면회의 대상은 허가 신청 1개월 전부터 3개월 전까지의 제품이며, 전자민원시스템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식약처는 제품 설명, 중점 점검 체크리스트 검토, 제출자료 완성도 확인 등을 위해 최대 3차례까지 대면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회의는 방문뿐 아니라 화상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양원선 식약처 첨단의료기기과 연구관은 "기존에는 민원 상담을 신청해도 공식적인 의견은 주지 않았는데, 이번 허가·심사 혁신방안에서는 대면회의를 도입하고 공식적인 의견까지 회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청인 입장에서는 준비자료에 대한 예측성을 확보할 수 있고, 심사자도 제품을 미리 파악해 심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허가 신청 이후에는 분야별 전문 심사자가 동시에 자료를 검토하는 병렬심사가 이뤄진다. 기존에는 담당자와 검토자가 순차적으로 자료를 보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임상, 전기·기계, 생물안전성, 사이버보안, 사용적합성 등 제품 특성에 맞춰 여러 전문 심사팀이 동시에 투입된다. 식약처는 심사자가 늘어나는 데 따른 의견 불일치 우려를 줄이기 위해 총괄 PM을 두고, 신청인에게는 하나의 조율된 의견이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수시검토 체계도 도입된다. 식약처는 허가 접수 후 25일 안에 그 시점까지의 검토 결과를 업체에 회신하고, 이후 1차 보완 전과 보완자료 접수 전후, 2차 보완 과정에서도 수시로 검토 의견을 제공할 계획이다. 설명회에서는 보완자료 준비 방향이 맞는지 확인하는 사전검증회의, 업체가 식약처에 직접 보완자료의 논리를 설명하는 회의 등도 운영될 수 있다고 안내됐다.
다만 240일 목표는 일정한 조건을 전제로 한다. 식약처는 허가 신청 전 대면회의를 실시한 품목이어야 하며, 대면회의에서 장기간 준비가 필요하다고 확인된 부족자료를 허가 신청 때 제출하지 못하면 240일 목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1차 보완자료는 목표 허가일 55일 전까지 접수돼야 하며, 업체 사정으로 보완기간이 길어질 경우 허가 기간도 지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관계자는 질의응답에서 "240일, 398일이라는 기간에는 식약처가 보는 시간도 있지만 업체가 사용하는 시간도 함께 포함된다"며 "업체가 어려워하고 늘어지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청 전에 서로 제품을 이해하고 어떤 자료가 덜 준비됐는지 본 뒤 자료 준비의 완결성을 높여 접수해야 빨리 끝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신기술의료기기 해당 여부와 제도 적용 범위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한 침습적 의료기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기존 경피적 니들 방식에서 카테터 기반 접근 방식으로 제품이 바뀌는 경우 신기술의료기기에 해당하는지 물었다. 이에 식약처 측은 "질문만으로 확실한 답을 드릴 수는 없다"며 "관련 자료를 보고 사용 목적이나 원재료 등 판단 기준을 중심으로 검토해 회신하겠다"고 답했다.
체외진단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검체 유형 변경이 신기술의료기기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질의가 나왔다. 김진아 식약처 체외진단기기과 연구관은 "혈청과 혈장은 유사한 검체 유형으로 보지만, 전혈은 그렇지 않다"며 "사용 목적도 함께 고려해야 더 명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됐다고 해서 모두 신기술의료기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 나왔다. 식약처는 독립형 디지털 의료기기 소프트웨어의 경우 사용 목적과 작용 원리가 모두 기존 제품과 달라야 신기술의료기기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단순히 영상 전처리 알고리즘을 추가하거나 학습 데이터 출처가 달라진 경우처럼 작용 원리만 다른 사례는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수현 식약처 의료인공지능소프트웨어과 관계자는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병렬심사를 운영하는 것은 새로운 규제 허들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대면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함께 점검하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어 사이버보안과 사용적합성 자료에 대해서도 "요약서 항목을 누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심사 중간에 보완이 나가면 사용자를 다시 모집해 평가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길 수 있어 대면회의에서 중점적으로 점검하겠다"고 했다.
시장 즉시진입 제도와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건부 설명이 나왔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이 신기술의료기기에 해당하면 이번 지원 대상에는 포함될 수 있지만, 임상평가 자료 등 추가 검토가 필요한 경우 240일 안에 처리하겠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까지 평균적으로 걸렸던 시간보다는 단축될 것"이라며 관련 인력도 계속 확충하겠다고 했다. 의료기기위원회 일정은 심사기간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이번 제도가 새로운 법적 규제 대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허가·심사 과정에서 어려움이 큰 제품군을 우선 지원하기 위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노혜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료기기심사부장은 "신기술의료기기라는 용어는 새로운 법적 용어나 규제 대상을 만들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늘어난 인력으로 모든 제품을 지원할 수는 없기 때문에 허가·심사에 어려움이 큰 부분을 먼저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앞으로 체크리스트와 대면회의, 수시검토 결과를 전자민원시스템에 남겨 이력 관리와 일관성을 높일 계획이다. 업체가 제품 특성과 제출자료 준비 수준을 사전에 점검하고, 식약처가 이를 공식적으로 회신하는 체계를 통해 허가·심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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