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본업 밀어낸 투자손익···저축은행 실적 개선의 그늘

오피니언 기자수첩

본업 밀어낸 투자손익···저축은행 실적 개선의 그늘

등록 2026.06.17 10:09

이은서

  기자

당국 규제 인센티브 효과 제한저축은행 본연 역할 약화 논란

reporter

최근 저축은행 업계의 당기순이익 순위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OK저축은행이 사상 첫 연간 순이익 1위로 올라선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왕좌를 차지했다.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8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얼핏 호황기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착시 효과에 가깝다. 이처럼 순익 규모와 순위가 한꺼번에 출렁인 배경에는 본업인 대출이 아닌 유가증권 평가·처분이익 등 '투자손익'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의 본질은 여·수신 영업을 통한 이자이익 창출이다. 시중은행 등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넘기 힘든 중·저신용자에게 원활하게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이들의 핵심 역할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강화된 가계대출 규제 여파로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 공급액은 올해 1분기 기준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현 상황에서 자금 운용처를 잃은 저축은행들이 유가증권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본업이 위축된 자리를 일시적 투자손익이 견인하는 비정상적인 수익 구조가 고착화된 셈이다.

문제는 유가증권 투자수익이 지속 가능한 수익원이 아닌 일회성 요인이라는 점이다. 채권 평가이익이나 주식 처분이익은 시장 금리와 변동성 등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언제든 급락할 수 있다. 순이익이 급증하고 순위가 뛰어올랐음에도 이를 업계의 완연한 '경영 정상화' 신호로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금융당국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제2금융권의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예대율이나 지역 내 여신 비율 등 자본 규제를 완화해 주는 인센티브 카드를 꺼내 들었고, 가계대출 실적 산정 시 중금리 대출 취급액의 80%를 총량 규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총량 규제 완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신용대출 한도 제한이 촘촘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실제 대출 공급 확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턱 자체가 높은데 총량 한도만 늘려주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런 와중에 금융당국은 대형 저축은행의 주식·집합투자증권 보유 한도를 2배로 상향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다.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생산적 금융 투자를 확대하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자본시장 투자 행보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자본시장 투자는 여신 업무에 비해 리스크 변동성이 크고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한계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저축은행 업계에 필요한 것은 서민금융 역할이 축소된 근본 원인을 바로잡는 일이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얻은 일회성 수익에 안주하게 둘 것이 아니라 이들이 서민과 소상공인을 위한 리스크 관리와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유연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등 실효성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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