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공장 건설과 GMP 승인에만 3~5년 소요동물세포 배양과 다른 '고체상 합성' 공정 장벽1000여건 트랙레코드 흡수··초기 가동률 리스크 최소화
삼성바이오가 2조7000억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글로벌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기업인 '폴리펩타이드 그룹(PolyPeptide Group)'을 통째로 인수한다. 글로벌 펩타이드 의약품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한다는 점을 감안, 직접 공장을 짓기 보단 검증된 기업을 인수해 시장 진입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시를 통해 폴리펩타이드 그룹(PolyPeptide Group)과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약 2조7000억원으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인수합병(M&A) 사례 중 가장 큰 규모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관련업계에선 삼성바이오의 이번 결단에 대해 '시간과 효율의 계산법'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단순 공장 설비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기술력과 전문인력, 고객망은 물론 글로벌 거점을 한 번의 거래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최근 펩타이드 의약품 시장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 등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역대급 공급 부족(Shortage)을 겪고 있다.
펩타이드는 단백질의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이 2~50개 정도로 짧게 사슬처럼 연결된 물질을 의미하며, 체내에서 호르몬이나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인공적으로 합성해 질병 치료제로 개발한 것이 펩타이드 의약품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비만과 당뇨를 넘어 항암제, 면역질환,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뇌질환 치료제 분야까지 펩타이드 파이프라인을 다각도로 확장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펩타이드 의약품 시장 규모는 GLP-1 비만·당뇨 치료제의 폭발적인 수요에 힘입어 빠른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특히 비만치료제 단일 시장으로만 오는 2035년경 최대 1500억달러(한화 약 200조원)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항암제와 면역, 뇌질환 등으로 적응증 확장 효과가 더해지면 글로벌 펩타이드 의약품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관련 영역 진출을 모색해 왔으나, 직접 공장을 짓고 시장에 진입하기에는 '시간적 한계'가 뚜렷했다.
일반적으로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을 신규 부지에 짓고(그린필드), 글로벌 규제기관의 의약품제조·품질관리 기준(GMP) 상업화 인증을 받기까지는 최소 3년에서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시장 성장성과 수요를 감안할 때 직접 공장을 짓는 방식으로는 시장에 적기에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신규 공장의 경우 글로벌 기준에 맞는 GMP 승인 확보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 경우 투자 대비 공장 가동 지연으로 인해 단기 실적 악재가 뒤따르는 것은 물론 주가에도 부정적이다.
기술적인 장벽 역시 인수합병의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동물세포 배양 및 정제' 방식을 거쳐 항체의약품을 생산한다. 하지만 펩타이드 의약품은 아미노산을 사슬처럼 잇는 '고체상 합성(SPSS)' 및 화학적 정제 공정이다.
생산 방식이 다른 만큼 처음부터 시작하기보다 검증된 기술을 패키지로 사들이는 방식이 유리하다. 폴리펩타이드 그룹은 1996년 글로벌 제약사 페링(Ferring)의 펩타이드 생산사업부에서 분사한 펩타이드 CDMO 전문기업으로 펩타이드 치료제 관련 1000건 이상의 개발·생산 실적(track record)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의 펩타이드 신약 후보 물질의 생산 프로세스 개발 역량을 갖춘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펩타이드 생산 시 필요한 액체 원료인 유기용매의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제조기술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원료비를 절감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폐기물 배출도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인 공정이 가능하다.
아울러 스웨덴, 벨기에, 미국(2곳), 프랑스, 인도 등 5개국에 위치한 6개 글로벌 거점을 즉시 확보할 수 있다는 점과 폴리펩타이드 그룹이 이미 수행 중이던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CDMO 계약도 승계받게 된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장을 새로 짓고 고객사를 찾아다녀야 하는 초기 가동률 리스크 없이 인수 직후부터 안정적인 수주 물량과 매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번 인수는 생산능력·사업 포트폴리오·글로벌 거점 등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대 성장축을 모두 아우르는 전략적 결정이고, 기업·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며 "양사의 독보적인 역량을 결합해 고객에게 더욱 폭넓고 우수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글로벌 CDMO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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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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