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붙은 중동, 100달러 뚫은 유가...추석 코앞 韓 물가·성장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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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중동, 100달러 뚫은 유가...추석 코앞 韓 물가·성장 '빨간불'

등록 2026.09.10 14:30

수정 2026.09.10 15:04

이윤구

  기자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중동 지역의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국내에서는 주유소 기름값 상승과 물가 부담 확대, 기업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3.29달러(3.36%) 오른 배럴당 101.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종가가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7월 23일 이후 처음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3.25% 오른 96.05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의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혁명수비대가 해상 통제구역 확대를 경고하면서 원유와 석유제품 운송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실제로 제한될 경우 국제 원유 공급에 상당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위험 프리미엄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기름값은 당장보다 앞으로가 문제

국내 주유소 가격은 아직 국제유가 급등을 본격적으로 반영하지 않은 상태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860.2원, 경유는 1,844.5원이었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당시까지 각각 16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배럴당 99.9달러로 한 주 만에 7.6달러 상승했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20.8달러, 국제 자동차용 경유는 159.2달러로 각각 8.8달러와 8.1달러 올랐다.

국제유가와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2~3주가량의 시차가 있다. 따라서 국제유가 급등이 지속될 경우 이달 중순 이후부터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에도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있어 국제유가 상승분이 그대로 국내 가격에 전가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9차 석유 최고가격은 휘발유 L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국제유가와 민생 부담 등을 고려해 최고가격을 동결했다.

물류비·제조원가에도 상승 압력

유가가 오르면 소비자가 주유소에서 지불하는 가격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의 비용도 높아진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는 운송업이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상승하면 화물차와 버스 등 육상운송 비용이 늘고, 항공유 가격 상승은 항공사의 운항 비용을 높인다. 원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업계도 나프타 등 원료 가격 상승으로 생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철강과 화학, 전력·가스, 운송 등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업종 역시 원가 상승 압력을 받는다.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기업들은 늘어난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거나 자체적으로 흡수해야 한다. 가격에 전가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비용을 흡수하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갖고 있어 국제유가 충격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제유가 상승이 정유·화학·철강·전력·가스·도로운송·항공운송 등의 비용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

가장 큰 우려는 물가와 성장에 동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KDI는 올해 5월 발표한 분석에서 에너지 운송 불확실성에 따른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2026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시나리오에 따라 1.0~1.6%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고유가가 장기화하는 시나리오에서는 2027년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 정부 정책은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한국은행도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고 환율까지 높아지면서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물가에는 상승 압력을 주는 반면 가계의 실질 구매력과 기업의 이익을 줄여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석유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는 동시에 기업의 비용 부담과 가계의 소비 여력이 악화되면서 경기 회복이 둔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유 수입선 다변화에도 한계

한국의 대응 여력이 과거보다 커졌다는 점은 변수다. 한국은 올해 미·이란 충돌 이후 미국과 호주, 브라질, 캐나다 등으로부터의 원유 도입 비중을 확대하면서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춰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동 원유 수입 비중은 2026년 2월 69.5%에서 4월 50.4%로 낮아졌고, 같은 기간 미국산 원유 비중은 19.0%에서 26.0%로 높아졌다.

하지만 대체 공급만으로 중동산 원유 차질을 완전히 상쇄하기는 어렵다. 국내 정유시설이 중동에서 생산되는 중질·고유황 원유를 많이 처리해왔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이 장기화하면 원유 가격뿐 아니라 운송비와 보험료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고유가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다. 단기간의 급등이라면 정부의 최고가격제와 비축유, 원유 수입선 다변화 등을 통해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지만,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장기화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 차질까지 이어지면 국내 기름값뿐 아니라 물가와 기업 원가, 소비와 투자에도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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