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조8430억원···올 상반기 비은행 기여 44%WM·연금 등 5대 어젠다···계열사 협업 실행력이 관건은행장·글로벌·WM 경험···자원 재배분 능력 시험대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자인 이재근 부문장의 과제는 순이익 6조원 달성 자체에 머물지 않을 예정이다. 은행의 이자이익에 기대온 성장공식을 바꾸고 WM·연금 등 비은행 사업을 그룹의 다음 수익원으로 키워야 한다. 이미 양종희 회장 체제에서 마련한 5대 핵심 어젠다를 얼마나 빠르게 계열사 공동의 성과로 연결하느냐가 이 부문장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11일 이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양 회장을 포함한 숏리스트 3인을 심층 평가한 결과다. 회추위가 추천 배경으로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를 직접 제시한 만큼 이번 인선은 안정적인 실적의 계승과 함께 성장 방식의 전환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문장은 재무와 은행 영업, 인수합병, 글로벌, WM·SME를 두루 경험했다.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한 뒤 지주 재무기획부장과 CFO를 거쳤고 LIG 손해보험, 현대증권, 우리파이낸셜 인수를 주도했다. 2022년 은행장에 오른 뒤에는 수익구조 개선과 영업 시스템화를 추진했으며 2025년부터 지주 글로벌부문장과 WM·SME부문장을 맡았다. 관계법령상 자격요건 심사와 오는 11월 20일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하면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된다.
높아진 실적은 출발선인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KB금융의 2025년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15.1% 증가한 5조8430억원으로 6조원에 근접했다. 순이자이익은 13조731억원으로 1.9% 늘어난 데 그쳤지만 비이자이익은 4조8721억원으로 16.0%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순수수료이익은 4조983억원으로 6.5% 늘었다. 증권 수탁수수료와 은행의 펀드·방카슈랑스 판매, 신탁이익 등이 개선된 결과다.
올해 들어 수익 다변화 속도는 더 빨라졌다. 2026년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3.1% 늘어난 3조8846억원,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 기여도는 44% 수준으로 확대됐다. 비이자이익은 3조6292억원으로 33.3% 증가했고 순수수료이익은 약 3조원에 달했다. 다만 같은 기간 순이자이익도 6조4783억원이었다. 비이자 부문의 성장이 본격화됐지만 은행이 만든 자본과 고객 기반을 다른 계열사의 수익으로 확장하는 작업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의미다.
해법은 지난 7월 KB금융이 제시한 중장기 5대 핵심 어젠다에 담겨 있다. KB금융은 2027~2029년을 겨냥해 WM·연금 사업 모델 재설계, 중소법인 영업 경쟁력 강화, 그룹 CIB·자본시장 협업, 보험·투자운용 역량 고도화, 그룹 AI 전환 로드맵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부문장은 새 청사진을 처음부터 그리기보다 이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계열사별 이해관계를 조율해 실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
첫 번째 승부처는 이 부문장이 직접 맡아온 WM·SME다. 자본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은행의 예금·대출 고객을 증권, 자산운용, 보험의 장기 고객으로 연결해야 수수료 기반이 두터워진다. KB금융이 올해 두 차례에 걸쳐 KB증권에 총 1조7000억원을 증자하기로 한 것도 은행 등 핵심 계열사가 축적한 자본을 성장성이 높은 증권 부문에 재배분한 사례다. 자금 투입이 WM 경쟁력과 발행어음, 모험자본 공급의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지는 새 체제에서 확인해야 한다.
중소법인과 CIB는 '대출 성장'을 '종합 금융'으로 바꾸는 과제다. 국민은행의 기업 고객 기반에 증권의 자금조달과 인수금융, 자산운용·인베스트먼트의 투자 기능을 결합해야 한다. 보험 부문에서는 상품 판매 확대뿐 아니라 손해율 관리와 투자운용 역량을 함께 높여야 한다. 2026년 상반기 보험손익이 장기·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의 영향을 받은 만큼 성장과 수익성 관리가 동시에 요구된다.
AI는 나머지 과제를 관통하는 기반이다. 고객 상담과 자산관리, 기업 심사, 내부 업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면 비용 효율과 영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정보보호와 내부통제까지 함께 갖춰야 한다. 이 부문장도 은행장이던 2024년 "향후 3년이 기존 전통은행들의 명운을 좌우할 결정적 시기"라며 고객·현장·비대면 중심의 전환을 강조한 바 있다. 이제는 그룹 전체의 자원과 업무 방식을 바꿔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됐다.
글로벌 사업 역시 이 부문장이 성과로 답해야 할 영역이다. KB금융이 오랜 도전과제로 꼽아온 글로벌 부문을 이미 총괄한 만큼 현지 법인의 외형 확대보다 안정적인 이익 기여와 위험관리 체계를 보여줘야 한다. 국내 은행에서 검증한 영업 시스템을 각 시장의 규제와 고객 특성에 맞게 이식하는 능력이 관건이다.
결국 이재근 체제의 성패는 양 회장 시절 만든 '전환과 확장' 전략을 얼마나 구체적인 숫자로 바꾸느냐에 달린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의 이익을 지키면서도 비은행 기여도와 수수료이익을 높이고, 자본을 성장성이 큰 계열사와 사업에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6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은 완성된 성장공식이 아니라 새 공식을 만들 수 있는 여력이다. 이 부문장이 은행장과 지주 부문장 경험을 계열사 간 장벽을 낮추는 실행력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차기 KB금융의 방향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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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moonsj7092@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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