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관계사 순차 집결···4000명 규모 '청라 시대' 본격화개방형 업무공간·5G 환경 구축···'연결·협업'에 방점24시간 금융 지키는 데이터센터···보안·안전장치 '겹겹'
30일 방문한 인천 청라국제도시역 인근의 하나금융그룹의 신사옥.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폭 33m, 길이 50m의 탁 트인 개방형 로비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고개를 들면 여러 층의 업무공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각자의 사무실로 흩어지는 전통적인 형태를 탈피해 걷고, 마주치고, 머물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서울 명동을 떠나 청라에 새 둥지를 튼 하나금융이 가장 먼저 바꾼 것은 단순히 '주소'가 아니라 '일하는 공간'이었다.
하나금융그룹의 청라시대는 지난 14일 본격적인 막을 열었다. 새 사옥인 '청라 헤드쿼터'는 지하 7층~지상 15층, 연면적 12만8503㎡ 규모로 조성됐다.
하나금융지주 전(全) 직원의 이전을 시작으로 10월에 하나은행, 하나캐피탈, 11월부터 하나생명, 하나증권, 하나펀드서비스, 하나카드, 하나저축은행 등이 순차적으로 자리를 옮긴다. 기존 인력 포함 총 4000여명의 금융 인력이 청라에 배치될 예정이다.
벽 허물고 사람 잇는다···'협업'에 방점 찍은 새 본점
사옥 내부를 둘러보면 '일하는 공간'의 변화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핵심은 '연결'이다. 건물 자체가 그룹의 비전인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을 형상화하듯, 웅장함과 넓은 개방감이 느껴지는 수평적 공간에서 부서, 본부, 관계사 간 협업이 끊임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구축됐다.
사옥을 위에서 아래까지 둘러보면 하나금융이 왜 새 본점을 단순한 '오피스 빌딩'이 아닌 협업 공간으로 강조하는지 조금씩 체감된다. 넓어진 공간에 더 많은 책상을 집어넣기보다 직원들이 움직이고 머물며 자연스럽게 접점을 늘리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3~7층, 10~14층으로 이어진 내부계단은 층과 층 사이를 연결해 직원들의 자연스러운 만남과 활발한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동하는 과정에서 다른 부서의 동료를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시작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했다. 물리적으로 흩어져 있던 관계사 직원들을 한곳에 모으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공간 자체가 협업을 촉진하도록 만든 셈이다.
업무 공간의 모습도 층마다 달랐다. 건물 외부에서 보면 상층부가 비정형 곡선으로 안쪽으로 들어간 형태인데, 이 때문에 층마다 공간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진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 건물에는 한 층도 동일한 평면이 없다"며 "다양한 컨셉트의 유연한 업무공간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7층에서는 하나금융이 새 사옥에 담으려 한 업무 방식이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스마트워크센터'에는 정형화된 책상 대신 형태가 다른 테이블과 좌석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팀원끼리 모여 일할 수 있는 자리부터 비교적 자유롭게 회의할 수 있는 공간까지 업무 목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건물 전체가 정해진 좌석에 앉아야만 일을 할 수 있는 구조에서 벗어났기에 가능한 것이다. 청라 헤드쿼터에는 금융권 최초로 혁신적인 5G 무선환경을 구축하고 노트북 기반의 업무환경이 조성됐다. 클라우드 PC(VDI), 메신저, 소프트폰 등을 활용해 임직원들이 특정 자리나 유선 환경에 얽매이지 않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구조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기존 업무공간보다 더 자유롭고 유연하게 일할 수 있도록 조성한 곳"이라며 "팀 단위로 다른 공간에서 근무하거나 회의할 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5층까지 둘러보니···곳곳에 담긴 '연결과 소통'
업무공간만 달라진 것은 아니다. 건물 꼭대기인 15층에 올라서자 탁 트인 청라의 풍경이 펼쳐졌다. 한쪽으로는 영종대교와 인천공항고속도로를 지나 서해까지 시야가 탁 트여 있고, 반대편에는 골프장과 청라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단순히 전망을 보기 위한 옥상은 아니다. 옥상정원에는 사람들이 머물 수 있도록 계단식 스탠드 형태의 공간을 만들고 버스킹 무대도 마련했다. 업무 중 잠시 쉬거나 음료를 마시면서 바깥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다.
단순히 업무 효율만을 좇기보다 직원들이 일하는 도중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여백까지 사옥 설계에 담았다. 직원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면서 외부인에게도 제한적으로 개방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서쪽으로는 낙조를, 반대편에서는 골프장과 청라 시가지를 볼 수 있다"며 "업무 중 잠시 숨을 돌리거나 저녁에는 음료를 마시고 버스킹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시 아래로 내려오면 '직원 중심'의 공간 설계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하 1층에는 약 200평 규모의 피트니스 공간과 웰니스 라운지를 조성했다. 스포츠 마사지실과 의무실은 물론 휴식이 필요한 직원을 위한 캡슐룸도 남녀 각각 30개씩 마련했다.
청라 헤드쿼터를 위에서 아래까지 둘러보면 하나금융이 새 사옥에 공들인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넓어진 공간을 단순히 더 많은 인력을 채우는 데 쓰기보다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오가고 소통하며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으로 채웠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하루 10억건 데이터와 사투···24시간 금융 지키는 '디지털 심장'
청라 헤드쿼터가 '사람'을 모으는 곳이라면, 바로 옆에 통합데이터센터는 '디지털 심장'에 가깝다.
본점에서 통합데이터센터로 자리를 옮기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헤드쿼터는 벽을 허무는 데 집중했다면, 데이터센터는 보안과 안전을 위해 방어벽을 겹겹이 세웠다. 24시간 철저한 감시시스템 하에 타협없는 안전성을 최우선에 둔 공간이었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부터 "모든 투어 공간은 보안 구역으로 사진 촬영이 금지된다"는 안내가 이어졌다.
가장 먼저 통합보안관제센터에 들어서자 전면의 대형 화면에 각종 숫자와 그래프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관계사에서 들어오는 보안 데이터부터 실시간 공격 시도와 차단 현황, 네트워크 트래픽, 사이버 공격 현황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곳이다.
35명의 보안 전문가가 해외법인을 포함한 22개 그룹 관계사를 24시간 365일 지키고 있다. 이곳 관제센터로 들어오는 보안 데이터는 하루 10억건 이상이다. 이 가운데 중요도와 위험도 등을 따져 5000만건 이상의 보안 이벤트를 선별하고, 보안 전문가의 정밀 분석을 거쳐 하루 약 400건의 실제 해킹 공격을 식별한다. 차단하는 해커 IP도 하루 1000개가 넘는다.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몇 초의 순간 뒤에서 하루 10억건이 넘는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보이지 않는 방어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관제센터 관계자는 "해커의 공격에는 밤낮이 없기 때문에 24시간 365일 실시간 대응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며 "공격이 발생하면 즉시 탐지하고 분석해 차단하는 동시에 최신 침해사고와 취약점 정보를 관계사와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관제센터를 지나 하나금융의 주요 전산장비가 모인 '코어센터'로 들어서자 보안은 더욱 삼엄해졌다. 원칙적으로 사전 승인을 받은 사람만 출입할 수 있고 전산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장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먼지를 제거하기 위한 에어샤워까지 거친다.
이곳은 정전과 화재 등 물리적인 사고에도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이 같은 시설을 갖춘 이유는 하나다. 어떤 상황에서도 금융서비스를 멈추지 않기 위해서다.
전력은 두 곳의 변전소에서 공급받는다. 한쪽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쪽으로 자동 전환된다. 외부 전력이 끊기더라도 UPS(무정전전원장치)와 배터리가 즉각 전력을 이어받고 이후 비상발전기가 가동되는 구조다.
데이터센터 관계자는 "쉽게 말하면 UPS는 전기가 끊기지 않도록 품질 좋은 전기를 계속 공급해주는 설비"라며 "한쪽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른 쪽에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안정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최근 데이터센터의 최대 위험요인 중 하나로 떠오른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에 대비한 안전장치도 촘촘하게 구축했다. 배터리모니터링시스템(BMS)이 10초마다 전압과 온도 등 상태를 확인한다. 이상 온도가 감지되면 열화상카메라가 이를 포착해 관제센터로 알람을 보낸다.
화재 발생에 대비해 물을 이용한 소화설비도 별도로 설치했다. 배터리실을 지상 2층에 배치한 것도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 인력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들어선 전산실에서는 서버 장비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바닥 아래 공간을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넓게 확보했다. 아래에서 찬 공기를 공급하고 위쪽으로 뜨거운 공기를 빼내 전산실 온도를 23~25도 수준으로 유지한다.
청라 헤드쿼터와 통합데이터센터를 차례로 둘러보면 서로 다른 두 공간이 결국 하나의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 선명해졌다. 헤드쿼터가 사람과 조직을 연결하는 공간이라면, 통합데이터센터는 그 연결이 끊김 없이 이어지도록 뒷받침하는 기반이다.
2017년 통합데이터센터에 이어 올해 청라 헤드쿼터까지 들어서면서 하나금융이 10여 년간 그려온 청라 금융타운도 사실상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연결'을 위해 활짝 연 헤드쿼터와 '안전'을 위해 철저히 닫은 데이터센터. 서로 다른 두 공간이 맞물리면서 하나금융의 '청라 시대'도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ddang@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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