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남의 아내 클럽 갔다 주었다가 낭패 났다고?

전문가 칼럼 정현권 정현권의 싱글벙글

남의 아내 클럽 갔다 주었다가 낭패 났다고?

등록 2026.10.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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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웨이로 들어가는 길에 상대 아내에게 클럽을 갖다 주었더니 그게 달갑지 않았던가 봐요."

부부 동반으로 골프를 한 지인이 골프를 끝내고 아내가 별 반응없이 분위기를 무겁게 이어간 이유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우연히 두번째 샷을 하는 지점이 비슷해 캐디가 전달하려던 클럽을 자신이 자청해서 갖다 주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캐디가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경기를 원활하게 진행하려는 자신의 선의를 몰라줘 오히려 억울하다는 투였다. 처음에는 아내가 왜 말문을 닫았는지 몰랐는데 곰곰이 복기해 보니 바로 그런 이유였다는 것이다.

사진=기고자 제공사진=기고자 제공

부부끼리 골프를 하면 유념할 부분이 많다. 주로 남자들끼리만 상대한 남성 골퍼들에겐 자칫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탈이 난다.

부부 동반 골프에서는 일반적인 동반자 사이보다 조금 더 섬세할 필요가 있다. 남편이 가장 조심할 것은 도움과 간섭의 경계부분이다.

가령 그린에 올라온 아내의 공을 남편이 아내를 위한답시고 먼저 달려가서 마크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내로선 "내가 그것도 못 하나?"라며 자율성을 침해당하는 것으로 느낄 수도 있다.

하물며 다른 사람 아내의 마크까지 해주면 "왜 저 사람에게 저렇게 친절하지?"라는 의심을 가지기도 한다. 본인의 선의와는 관계없이 배우자로선 불편하게 느낄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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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에서 공이 홀과 가까워서 다른 사람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마크해 주면 일반적인 골프 매너에 가깝다. 단 특정 여성에게만 특별히 잘하는 듯한 모습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부가 함께 할 때는 각자 자기 골프를 존중하는 게 정상적이다. 특히 남편이 아내의 스윙에 지나치게 조언하는 장면은 좋지 않다.

"그렇게 치면 안 돼" "내가 말했잖아" "거기서는 이렇게 해야지"라고 말하면 간섭이나 지적에 가깝다. 골프 기술에 관한 말이라도 부부 사이에선 쉽게 잔소리로 변한다.

아내가 조언을 요청할 때만 간단히 말해주면 가장 무난하다. 좋은 샷이 나온 후에는 "나이스!" 한마디면 충분하다.

나쁜 샷 뒤에 원인 분석까지 해주면 부담스럽다. "괜찮아. 다음 샷을 잘 하면 되지" 정도라면 충분하다.

공을 찾아주거나 클럽을 대신 선택해 주는 것도 적당해야 한다. 도움 자체가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할 일마저 계속 대신하면 문제다. 부부라고 해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캐디가 될 필요는 없다.

다른 여성에게 지나치게 친절한 모습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실제 아무런 다른 의도가 없더라도 배우자가 그렇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새기는 일이다.

공을 닦아주거나 계속 스윙에 관심을 보인다거나 유난히 말을 많이 걸면 화근의 소지가 된다. 이런 행동은 개별적으론 아무 것도 아닐지라도 합쳐졌을 때 '저 사람에게만 특별히 잘해준다'는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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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골프 십계명이 있다. 구력 있는 아내라면 공도 가능하면 혼자 찾게 하고 멀리건을 쓰든지 말든지 내버려둔다. 그린에서는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고 마크도 캐디나 본인이 직접 하도록 한다.

그린에서 남편이 아내 공을 매번 마크하고 공을 집어주기도 하는데 썩 좋은 장면은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도 찾기 힘들다.

18홀 내내 가능하면 말수를 줄여 자기 경기에 집중한다. 요청하지 않은 레슨은 금물이고 그늘집이나 경기를 끝내고 식사하며 대화한다.

경기 도중 사진을 찍자는 아내 제의는 즉각 수용한다. 진행 리듬을 끊는다며 무시하고 그대로 진행하면 아내 뒤끝이 작열한다.

스타트하우스나 그늘집에서는 아내에게 주문 권리를 준다. 주류 메뉴도 아내 몫으로 돌린다.

라운드 돌고 샤워를 끝마치면 군말없이 소파나 차안에서 기다린다. 언제까지 나오라고 아내에게 절대 요구하지도 않는다.

귀갓길에 가능하면 골프 얘기는 하지 않고 혹시 아내 골프 매너가 동반자를 불편하게 만든 순간이 있었더라도 일단 넘어간다. 그날 골프에 대해 물어보면 저번보다 좋아졌다고 답한다. 그리고는 일찍 잠든다.

"남편이 생각보다 또박또박 잘 봐주더라고요." 현역시절 남편 남기혁을 캐디로 대동한 박인비가 기자들에게 말했다.

박인비는 특유의 은은한 미소를 담아 늘 단문으로 답한다. 짧은 소감에 남편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고마움이 묻어난다.

박인비를 보면 '골프는 가정에서 나온다'는 생각마저 든다. 집에 걱정거리가 있거나 아내와 불화하고 나오면 그날 골프는 물 건너간다.

용인 화산CC에서 어느 부부 한 쌍과 골프를 한 적 있다. 그 골프장 회원인 부부는 자기들 방식으로 내기를 했다.

홀을 거듭할수록 그 부부의 내기를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패널티 구역에선 엄격하게 룰을 적용하고 멀리건은 물론 컨시드도 없었다.

서로 말도 없어 긴장감이 돌아 걱정스러운 투로 물었다. "진짜 부부 맞아요? 낼 모레 이혼할 사람처럼 너무 살벌하네요."

"아, 우린 오래전부터 이렇게 치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게임은 진지했지만 공을 함께 찾고 대부분 홀을 부부가 나란히 걷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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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90대 안팎으로 정확하게 스코어를 매기고 경기를 마쳤다. 인근 맛집에서 수육과 막국수를 먹으면서 골프 추억담과 유머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훈훈했다.

부부 동반 골프에서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친절하되 누구에게도 특별히 친절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면 탈이 없다. 부부 사이에서는 '관심을 덜 보이는 것'이 배려일 때도 있다.

당신은 당신 골프를 하고 나는 내 골프를 한다는 식으로 마인드를 세팅한다. 필요하면 내가 도와준다는 정도의 거리감이 오히려 편하다.

상대 공을 그린에서 마크해 주는 것도 한두 번 자연스럽게 발생하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다만 그 사람에게만 먼저 달려가거나 반복적으로 챙겨주는 모습이라면 아내가 과잉 친절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명심할 부분은 배우자를 가장 가까운 동반자로 대하되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정현권 대한변리사회 미디어 전문위원 겸 지식재산뉴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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