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권의 싱글벙글

정현권 대한변리사회 미디어 전문위원

퍼트 귀신 만난 그날 잠을 설쳤다

"내 공 어디로 갔지?" 드라이버로 티샷을 한 동반자가 옆에 있던 필자에게 물었다. 공이 똑바로 선명하게 잘 날아가는데도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보니 120~130m 짧은 홀에서도 온 그린(On green) 여부를 몰랐다. 헤드 업을 안하기 때문이 아니라 아예 공을 보지 못했다. 공이 날아간 방향을 모르니 수시로 캐디나 동반자들에게 물어봤다. 러프 주변에서 공을 잘 못 찾고 롱 홀에선 두번째나 세번째 샷 후에 엉뚱한 곳으로 걸어가기도 한다. 간혹 동반

멀리건 받아 이겨 놓곤 동네방네 소문

카트 전면에 달린 패드에 기재된 스마트 스코어 카드를 쳐다보니 4홀 전성적이 1타 높게 기록돼 있었다. 롱 홀에서 공이 패널티 구역과 벙커에 빠지고 우여곡절 끝에 보기를 했는데 더블 보기로 적은 것이다. 좋은 성적도 아니어서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그날 전반적으로 난조였기에 평소 성적을 거두려면 1타가 아쉬운 처지였다. 하필 동반자들도 어렵게 경기를 펼쳐서 캐디가 그 당시 어수선한 상황을 정확하게 복기하지 못해 끙끙댔다. 안쓰럽게 쳐다보

진정한 위로로 다가온 골프 선물

좀체 첫 홀 티잉구역(Teeing area)에서 시간을 지체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 날을 좀 달랐다. 몇 개월 이상 사용하던 플라스틱 소재 파란색 티를 찾으려고 주변 잔디를 샅샅이 훑었다. 이상하게 그 티를 사용한 이후 티샷 일관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나만의 믿음이 강하게 작용했다. 유달리 티를 찾느라 애쓰는 동반자들이 더러 있다. 왜 저렇게 집착하나 싶기도 하지만 안쓰럽기도 해서 함께 찾아주기도 한다. 언젠가 진행을 지연했다고 연신 미안해하는 동반

그린에 공 떠내려 갈 때까지 진행하자고?

"지금 약하게 비가 내리고 고객님 부킹 시간대 이후에 1㎜ 정도 적게 예보돼 현장에 오셔서 취소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새벽부터 비가 오기에 골프장 프런트에 전화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동반자들과 공유하고 모두 골프장으로 향했다. 1시간 30분을 달려 골프장에 도착해 백도 내리지 않고 프런트에 갔더니 취소 가능하다고 했다. 비 오는 와중에도 주차장은 꽤 북적거렸다. 모두 비를 뚫고 먼 거리를 달려왔을 것이다. 경직된 조치라며 항의하는 목소

내 공이 계란 후라이가 됐다고?

바람 한 점 없는 화창한 봄날. 드라이버로 멋지게 날린 공이 경쾌한 타구음을 내며 멀리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카트에 탄 동반자들을 뒤로 하고 홀로 양탄자 잔디를 밟으며 낙하 지점으로 향했다. 가까이 다가선 순간 덜컥 걱정이 앞섰다. 공이 벙커 모레에 반쯤 잠겨 있었다. 흡사 새 보금자리에 알이 놓인 것 같았다. 어떻게 빼내지 싶어 안절부절했다. 계란 후라이(에그 프라이∙Egg fried)였다. 골프에는 먹거리를 연상시키는 의외로 은어가 많다. 결정

골프 초청해 놓고 자기 몫만 계산한다고?

골프 초청을 받으면 고마우면서도 민감한 구석이 있다. 초청 조건을 미리 알려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세세하게 조건을 물어보기도 애매하다. "회원권 보유자가 초청해 놓고 본인 그린피만 회원가로 정산하고, 동반자들은 두 배나 되는 비회원 가격을 지불해 맘이 편치 않았어요." 멤버가 모자란다는 사정을 거듭 접하고는 다른 골프 약속까지 깨고 합류했다는 지인이 불편한 마음을 토로했다. 더구나 그는 한 명

골프와 술은 천생연분? 위험한 동거?

#1. 동반자들이 모여 차 한대로 골프장에 간다. 모두 들뜬 분위기다. 그동안 못다한 얘기들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골프장에 도착한다. 골프를 끝내고도 운전자 한 명만 빼고는 부담 없이 술을 마신다. #2. 아침 일찍 골프장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다. 옆 테이블을 보고 사뭇 놀란다. 벌써 소주 두 병을 비우고 나가는 일행이 있다. 골프만큼 술과 궁합이 맞는 종목도 드물다. 야구, 축구, 테니스 경기 도중이나 휴식시간에

타이거 우즈도 첫 티샷 헛방 날렸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 '설국'의 첫 문장이다. 일본 문학 도입부의 정수로 불린다. 주인공 시마무라 눈에 비친 풍경을 공감각적으로 간결하게 묘사했지만, 여유롭고 푸근하다. 일본에선 현과 현 사이 경계도 국경으로 부른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 첫 문장이다. 글쓰기를 배우는 사람은

축하하는데 개버디라서 어쩌죠?

"와우, 축하합니다. 그런데 어쩌죠? 개버디라서요~." 지난 연말 마지막 골프(납회)를 하면서 첫 홀 버디를 기록하자 캐디가 발랄하게 웃으며 말했다. 10m 거리 2단 그린 위에 꽂힌 핀을 향한 공이 그림처럼 홀에 빨려 들어갔다. 털버디는 들어봤어도 개버디는 뭔가 싶었다. 개살구 개복숭아처럼 야생에서 자라 시거나 맛 없어 버리는 과일처럼 상금 없는 버디를 일컫는 골프계 속어(슬랭)였다. 다음 홀부터 내기에 들어간다고 정했기에 동반자 박수로만 만족했